1. 
  카잘스의 제자로, 명 첼리스트이자 뛰어난 지휘자로 이름 높은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Mstislav Rostropovich, 1927-2007)는 후덜덜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일대기에 따르면, 아주 어릴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첼로와 피아노를 배웠고 4살 때 폴카를 작곡, 스스로 연주한다. 1932년 모스크바로 이사하여 소비에트 방송 교향악단의 일원이 된 아버지로부터 첼로를 집중적으로 교육받는다. 37년 로스트로포비치 부자는 연주 여행을 떠났는데, 이때 아들 로스트로포비치는 겨우 10살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생상의 협주곡을 연주했다. 16세에 모스크바 음악원에 들어가 첼로과와 피아노과를 졸업했으며, 이후 쇼스타코비치로부터 악기편성법을, 셰발린으로부터 작곡을 배웠다. 또한 프로코피예프와도 공동작업을 한 바 있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직후 아버지가 세상을 떴으며, 이후 아버지의 자리를 물려받아 모스크바 필하모니와의 연주여행, 피아니스트 리히테르와의 실내악 연주, 피아니스트 길렐스, 바이올리니스트 코간 등과 협연했다. 그는 모스크바, 프라하, 바르샤바, 부다페스트 등의 콩쿨에서 1등을 차지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70년대 이후 당시 반체제 인사로 찍혀있던 솔제니친과 쇼스타코비치를 옹호하면서 소련 정부와 대립, 74년에 영국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 77년에 네셔널 심포니의 음악감독이 되어 94년까지 재임했다. 지휘 또한 슬라브 음악의 독자적인 경지를 가지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말년에는 작곡도 하는, 거의 만능의 음악가로 알려져 있다.

... 그랬다고 합니다 끝.

은 훼이크.

2. 
  1975년 경에 로스트로포비치는 스트라디바리의 첼로(1711년 제작)를 가지게 되었다. 이 첼로는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까지 전 유럽에 명성을 날렸던 프랑스의 첼리스트 쟝 루이 듀포르가 소유했던 명기였다. 그런데 그 악기에는 '동체 아래 쪽 옆구리에 있는 쇠붙이'에 긁힌 자국이 아직도 남아 있으며 거의 2백년 동안 그 자국을 아무도 고치려고 하지 않았다. 그것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붙어있다고 한다.
  듀포르가 나폴레옹 앞에서 연주를 했을 때 그의 연주가 끝나자 황제는 자신도 옛날에 첼로를 좀 켜 본 일이 있다고 하면서 그 악기를 달라고 했다. 그러고는 악기를 연주하는 자세를 잡고자 악기를 사타구니 사이에 끼었을 때 황제의 장화 발꿈치에 붙은 예리한 박차(서양식 마구를 달고 승마할 때 승마구두에 부착하는 도구)가 첼로 동체에 흠집을 냈다는 것이다.
  가끔 친구들이 그 흠집을 고치면 어떻겠냐고 물어보면, 로스트로포비치는 자신에게는 레종 도뇌르 훈장보다 더 소중한 자국이라고 일축해버리곤 했다고 한다.

3.
  위에 로스트로포비치가 작곡도 했다고 했는데, 사실 그의 곡들은 공식적으로 연주된 일도 없고 출판되지도 않았다. 한 기자가 그의 작품 발표를 권유하며 말했다.
  "(곡 발표를 권유하며)마에스트로께서는 무슨 영감(inspiration)이 떠올라 작곡을 하셨을 거 아닙니까."
  "물론 영감은 떠올랐지요."
  "어떤 영감인가요?"
  "(웃으며) 이 작품은 공표를 하지 말라는 영감이었지요!"

  하긴, 많은 독주자나 지휘자들이 작곡한 곡들을 출판했다가 대부분 비리비리하게 사라져간 것들을 보면, 그가 조심스러워한 것도 이해가 된다. 생전에 "난 명지휘자기보다 명작곡가로 후대에 기억되고 싶다!"고 했던 많은 작곡가들이 그렇지 않았는가. 물론, 스트라빈스키나 말러처럼 아주 특출난 경우도 있겠지만 말이다.

참고도서
신동헌, <지휘자들의 익살>

오늘은 좀 짧군요.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