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목록처럼 감상 메모도 파일에 적어놓고 있는데 올려 봅니다.
386번째 음악공연 관람 ★
[예매 with 고파서 A] [금호영체임버콘서트] 볼듀오 피아노 연주회
2017년 8월 5일 (토) 20:00 금호아트홀 1만원
(피아노 : 김인영, 신민철) // 기억했다가 챙겨 보겠음!
요하네스 브람스 -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f단조, Op.34b
// 앞 두 줄은 비우니까 사실상 맨 앞줄에서 오른쪽(C열 19-20)에 앉았는데, 앉아서 보니 왼쪽의 1st 피아노만 뚜껑을 열어놓고 오른쪽 2nd 피아노는 뚜껑 닫혀 있어서 '둘 다 열어놓는 게 낫지 않았을까? vs 이쪽이 소리 균형은 더 맞으려나?' 하고 갸웃거리며 봤다. 피아노 5중주 버전에서 꼭 원래 피아노 파트만 아니라, 현으로 들은 소리여도 주선율이면 1st가 대부분 하는데, 재현부 들어와서는 2nd 피아노에서 주선율 연주하기도 했다. 그럴 때는 여자 피아니스트가 건반을 찍어 눌러서 뚜껑 열린 피아노와 대등한 음량을 과시했다. 4개 악장 동안 시계 한 번 안 보고 들었다. 이 버전으로 보는 연주회는 두 번째인데, 전에 봤던 날보다 훨씬 압도적이었던 것 같다.
모리스 라벨 - 라 발스(두 대의 피아노 연주)
// 후반부는 남자가 오른쪽(2nd 자리)에 앉아서 연주. 과격한 부분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보통 왈츠 같은 부분도 있었다.
프란츠 리스트 -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돈주앙의 회상, S.656
// 피아노 한 대 버전(S.418)으로도 봤지만 한 대나 두 대나 리스트는 ㄷㄷ해~ 하며 그냥 봤다. 쇼팽 변주곡 주제로도 쓰인 아리아(La ci darem la mano)가 이날따라 귀에 또렷이 들렸다.
(앙코르곡: 생상 - 죽음의 무도 Op.40 (피아노 2대))
// 앞에서 저렇게 숨 막히는 곡들을 연주해서 앙코르는 기대도 안 했는데, 다른 연주회 공연 프로그램으로 많이 나오는 곡을 쳐서 같이 본 분한테 "메인 요리를 디저트로 내 버리네요" 말함.
// 어려운 곡으로만 프로그램을 채웠는데, 브람스가 톱니바퀴처럼 정교함을 요구하는 어려움이라면, 나머지 곡들은 화려하게 손이 날아다니는 의미에서 어려운 곡들이었다. 나는 브람스 곡만 보고 간 거고 나머지 3곡(앙코르 포함)은 내 취향은 아니었는데, 워낙 연주가 압도적이라 내 평소 취향을 접어두게 만들었다. 가끔 연주가 매우 좋으면 별로 안 좋아했던 곡이라도 좋게 들리는 일이 있는데, 이 날이 이런 특별한 날이었다. 연주자가 둘 다 젊어서 그런가(박사과정, 석사과정) 힘으로 찍어 눌러서 강강강~으로 가는데 질리지 않고 압도되는 경험을 했다. 뚜껑 열린 피아노 1st 소리는 어디서든 훤히 들리고 2nd 소리는 건반을 보면서 들으니 더 잘 따라갈 수 있어서 오른쪽의 2nd 피아노 건반을 본 게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 전시회
[무료전시 with 다른대학 사람] highland 김혜정x이유나 전시회
2017. 8.2~12 서울시 성북구 정릉로 6길 47 (국민대 근처) / 2017. 8. 6 (일) 관람
// 고파스에서 보고 감. 작가는 조형학부 11학번이고, 글(평론)+그림 분업했다고 들음. 국민대 근처에서도 북악터널 산에 가까운 곳이라 땀 뻘뻘 흘리며 갔는데 기획의도를 읽으니 '세속에서 벗어나 희박한 공기'를 마셔 보라고 전시장소까지 산으로 정한 건가 싶기도 했다. 처음에는 각자 마음대로 보다가, 같이 간 사람과 온갖 산으로 가는 감상을 쏟아놓다가, 작가 분한테 기법에 대한 질문한 걸 시작으로 설명을 약간 들었다. 같이 간 사람은 조금 더 명확한 걸 좋아하는 듯한데 모호하게 삼라만상을 다 집어넣은 컨셉이 취향과는 좀 달랐던 모양이다. 작품 절반은 다른 공간에 있는데 열지 못해서 다음에 와서 보기로 하고 한쪽 절반만 내리 보다 나왔다.
[전시 공간 중앙 헤드폰 재생 음악: Avro Pärt - My heart's in the highlands]
1. 김혜정 평론, 2017, print on paper, 14.8cm×21.0cm
2. 무제 ㅇㅇㅇ, 2017, framework, 39.4cm×54.5cm, 김혜정
// 빈 액자가 놓여 있는데, 설명 책자를 열어 보면 빈 액자 그림 위에 글이 인쇄된 기름종이(?)가 포개져 있다. 그 기름종이를 내 눈과 액자 사이에 놓아서 겹쳐서 보니 재밌었다.
3. highland, 2017, mixed media, 94.0cm×75.0cm, 이유나
// 검고 둥근데 삐죽삐죽해서 성게(...)를 연상했다.
4.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Ⅱ, 2017, mixed media, 70.0cm×76.0cm, 이유나
// 흰 바탕 위에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아래쪽 그림이 그렸다가 지운 건가, 어떤 기법으로 그린 건지 상상이 안 가서 작가에게 질문했다. 전사 등 몇 단계를 거쳐서 그리고 덧대어 그렸다고 한다. 이렇게 복잡한 작업이었다니! 싶었음.
5. highland, 2017, mixed media, 136.5cm×75.0cm, 이유나
// 제일 크고, 처음에 들어가자마자 딱 보인 그림. 나는 인지질(...)이 있는 세포막을 생각하며 보고, 같이 간 사람은 개개의 둥근 부분을 우주/세계로 봤던 것 같다. 하긴 세포 하나도 우주이고 세계일 수도 있겠지. 나머지 그림들은 모두 흰 바탕인데 이 그림만 배경색이 채워져 있었다.
6. 본질(manda)을 소유(la)한 것, 2017, mixed media, 40.0cm×43.0cm, 이유나
// 심플하고(배경 색 없고 흰 여백으로 놓아 둠) 같이 간 사람이 화사한 색감을 특히 마음에 들어 했다.
387번째 음악공연 관람 [현장예매 with 다른대학 사람]
조지현의 Beethoven Cycle 3회 : Horn Sonata & Cello Sonatas I
2017. 8. 7 (월) 오후 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1만원
(Horn 김영률 / Cello 김두민) // 피아니스트 연주회에 가서 첼리스트를 발견
[Ludwig van Beethoven]
Sonata for Piano and Horn in F major, Op.17
// 잘 연주되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곡이라 보러 갔다. 호른에 맞춰 준 건지 피아노가 내가 들었던 연주들보다 엄청 천천히 쳤다. 처음에는 연주도 느릿느릿하고 호른도 강력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지만(생각해 보니 최근에 들은 호른 독주자가 김홍박 씨인데 너무 기준을 세게 잡은 듯;;;), 듣다 보니 치명적인 삑!사리 소리도 안 나오고 이만하면 준수하구나, 서울대 나온 사람들다운 (모험은 잘 안 하지만) 안정적인 연주구나ㅡ하며 무난하게 들었다.
Sonata for Piano and Cello No.2 in g minor, Op.5, No.2
Sonata for Piano and Cello No.5 in D major, Op.102, No.2
(앙코르곡: 생상 - 백조 // 연주자 다 나와서 호른, 첼로, 피아노로 브람스 3중주 Op.40이나 연주하면 딱 좋겠다 싶더니, 그렇게는 안 함ㅠ)
// 첼로 - 피아노 - 호른 순으로 좋았다. 호른 소나타 보러 갔는데 첼로 소나타 두 곡 연주가 훨씬 좋아서 첼리스트 건진 것에 만족해야겠다. 깜짝 놀라게 소리가 좋아서 프로필 보니 독일 관현악단(뒤셀도르프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수석 하고 있다고 나와서 이해했다.
# 전시회
[무료전시 with 다른대학 사람] highland 김혜정x이유나 전시회
2017. 8.2~12 서울시 성북구 정릉로 6길 47 (국민대 근처) / 2017. 8. 12 (일) 관람
// 6일에 갔었는데 다른 공간에 있는 작품 절반을 못 봐서, 마저 보러 갔다.
7. 계란의 꿈, 2017, mixed media, 17.0cm×11.5cm, 이유나
// 둘 다 '도시 건물들 사이로 올려다 본 낮의 태양'으로 생각했는데 제목이 뜻밖이었음.
8. hi land, 2017, mixed media, 25.0cm×15.5cm, 이유나
// 거리 풍경인데 왼편 아래에 다른 공간이 삽입되면서 구도가 신선해짐
9. 본질(manda)을 소유(la)한 것, 2017, mixed media, 104.0cm×62.0cm, 이유나
// 같은 제목 다른 그림은 밝은 색인데 이쪽은 저녁~밤 같아 보임
10.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Ⅰ, 2017, mixed media, 70.0cm×75.0cm, 이유나
// 같은 제목 그림(4번)과 쌍둥이 그림으로 보임, 판을 90도 돌려서 찍어낸 듯
11. 탈 것, 2017, mixed media, 17.0cm×11.5cm, 이유나
// 나: 돼지, 들개... 옥자? / 같이 본 사람: 소, 이중섭 떠올림
388번째 음악공연 관람 ★
이은영 피아노 독주회 (8.17 예술의전당 공연 미리보는 음악회)
2017년 8월 14일 (월) 오후 7시 한국가곡예술마을 나음아트홀 초청공연 [전석무료]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31번 작품 110
// 사골 레퍼토리라서 일부러 잘 안 보다가 오랜만에 본 곡. 맑고 투명함. 베토벤이 뉴에이지 곡도 썼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3악장 처음에 레치타티보 부분에서 오른손이 A음 연달아 누르는 게 붙임줄 대신 이음줄로 치는 것처럼 들려서 약간 긴가민가했는데, 집에 와서 다시 들어보니 붙임줄 맞는데 내가 순간 착각했던 것 같다. 후반부(168마디 이후) Meno allegro. Etwas langsamer 이후 달리는 건 많이 듣던 다른 연주들을 기준으로 생각해서 ‘악보대로 달려주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말 뜻을 검색해 보면 ‘더 느리게’로 나와서 헷갈려짐. 이건 도대체 무슨 뜻일까. 여튼 듣는 동안 귀는 즐거웠다.
드뷔시 - 전주곡집 1권 중 1~5번
// 어렵고 감각적이고 가끔 재즈 같은 부분도 번뜩이는데 그걸 다 연주로 잘 전달함.
무소르그스키 - 전람회의 그림
// 라벨의 관현악 편곡만 좋아하고 정작 피아노 원곡은 싫어했던 곡이다. 싫어하는 곡인데 피아노 독주회에는 사골처럼 나오니까 이 곡이 나온 공연을 아예 제껴버릴 정도였다. 그런데 전에 들었던 연주자들이 못 쳤던가, 이날 사람이 굉장히 뛰어난 연주자던가 둘 중 하나인 것 같다. 유튜브로 들을 때도 곡 자체를 안 좋아했던 걸 보면 후자인 것 같다. 관현악 편곡보다 피아노 원곡을 싫어했던 이유는 [산만함 + promenade 등이 심하게 중복됨]이었고 라벨이 적절히 생략하면서 편곡한 게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했었다. 원곡은 promenade 다섯 번에 ‘그림’ 10점으로 총 15개 부분이나 되었는데, 이날 피아니스트는 promenade 뒤의 곡은 바로 이어서 연주하는 등, 자잘했던 걸 이어 붙여서 호흡을 길게 가져갔다. 15악장 같은 걸 4~5악장 정도로 이어 붙여 연주하니 훨씬 유기적으로 들렸다. 이 해석을 정말 높이 평가하고 싶다.
(앙코르곡: 베토벤 소나타 31번 1악장 다시 연주 / 리스트 위로(Consolations) S.172, 3번)
// 갈 생각도 안 했었는데, 일하는 곳에서 일찍 퇴근한 김에 가봤다가 운 좋게 잘 들음.
389번째 음악공연 관람
[고클래식 초대권 with 고파서 B(절친한 과 동기)] 김시내 피아노 독주회
2017년 8월 18일 (금) 오후 8시 금호아트홀
(늦게 가서 쇼팽 곡 못 듣고, 리스트 연습곡 3곡은 묶어서 연주해서 로비에서 들음)
[F. Liszt]
Concert Etudes (연주회용 연습곡) from Trois Etudes de Concert S.144
- No.2 La leggierezza
- No.3 Un sospiro // 밖에서 들은 3곡 중에서는 제일 듣기 편안한 선율
Gnomenreigen from Zwei Konzert-Etuden S.145, No.2
Grandes etudes de Paganini S.141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연습곡)
- No.1 in g minor
- No.2 in Eb Major
- No.3 in g# minor (La Campanella)
- No.4 in E Major
- No.5 in E Major (La Chasse)
- No.6 in a minor (Theme and Variations)
(앙코르곡: 찬송가 편곡 같은데 잘 모르겠음)
// 엄청 짧고 굵게 끝냈는데(8시 공연인데 앙코르 포함해서 9시 10분에 끝), 그 중에서도 파가니니 연습곡 30분 정도만 보려고 간 셈이었는데 배팅 성공, 대만족. 파가니니 연습곡은 연초에 독감 걸려서 컨디션 안 좋은 사람 연주로 들었었는데 이제야 정상 컨디션인 피아니스트의 연주로 들어보게 되었다. 컨디션 차이인지 기량 차이인지 압도적인 곡을 잘 살려냈고, 2번째 곡은 원래 별로 재미없어 했는데 이번에는 이 곡까지도 괜찮게, 중간 부분은 꽤 멋있게 들렸다. (같이 본 친구는 처음에는 좀 몸이 덜 풀린 듯 했다가 두 번째 곡부터 궤도에 오른 것처럼 들렸다고 말함) 전체적으로 기교가 화려하고 강공 일변도로 직선적인 선곡이었는데(쇼팽 스케르초+리스트 연습곡들) 연주자 본인에게 맞는 곡들을 잘 골라서 준비해 온 것 같았다.
# 전시회
[무료전시 (혼자 봄)] 정글의 소금 (2017 한국-베트남 수교 25주년 기념 KF 기획전)
2017. 8.17~10.18 KF Gallery (종로-을지로 사이) / 2017. 8. 21 (월) 관람
// 일하는 건물 2층에서 하고 있서 한 번 봤는데 현대미술. 그나마 김보민 작가의 퓨전 수묵 담채가 좀 친근하게 보였고 나머지는 별로 안 끌림. 베트남 작가 도 타잉 랑(Do Thanh Lang) 그림 기법이 좀 특이해서 신선하긴 했음(캔버스/종이 + 투명 비닐에 유채, 뭐가 반짝거리는 것 같아서 자세히 보니 비닐이 드러난 부분이 보임).
390번째 음악공연 관람
[고클래식 초대권 (혼자)] 김선옥 피아노 독주회
2017. 8. 21 (월)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W.A. Mozart - Fantasia in d minor, K. 397 // 처음 단조 부분 좋았는데 장조 되면서 잠
W.A. Mozart - 9 Variations on a Minuet by Duport in D Major, K. 573 // 졸았음
C. Debussy - Image Book I // 깜짝 놀라게 잘 해서 잠이 깸
R. Schumann - Humoreske, Op. 20
// 이 곡 보러 간 거고, 현재까지 공연장에서 들었던 이 곡 연주들 중에서는 가장 완벽에 근접했던 것 같다. 2017년 들어 처음 들을 정도로 애초에 무대에 자주 올라오지는 않는 곡이긴 하지만. 나도 많이 쳤던 곡이라 악보를 머릿속에 띄워놓고 내 생각과 비교하며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Sehr rasch und leicht(매우 빠르고 가볍게?) / Noch rascher(더 빠르게) 부분은 미친 듯이 달려서 깜짝 놀랐다.
// Hastig 부분이 의외이면서 감명깊게 들렸는데, 독일어 찾아보면 '황급히, 서두르는'으로 나와서 나는 좀 빠르고 급하게 친 반면(악보만 보고 프로 연주를 안 듣긴 했음;;;) 연주자는 속도를 확 떨어뜨려서 천천히 연주하는데, 왼손 저음부 멜로디를 강조하는 연주가 무척 정감 있게 들렸다(1번째 그림에서 빨간 동그라미). 나는 Innere Stimme (내면의 목소리)라고 슈만이 써놓은 '실제로는 연주되지 않으나 연주자가 의식하고 쳐야 하는 선율'을 최대한 표현하려다가 오른손 16분음표들 사이에 8분음표가 같이 겹쳐진 음표들이 얼추 그 선율 한 옥타브 위 멜로디 라인을 그려서 이걸로 쳤던 편이었다(1번째 그림에서 파란 동그라미).
// 또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Wie vorher(Come prima) 전에 쉬어가는 듯한 곳인데, 나는 가급적 꾸밈음이 맞물리게 쳐 왔지만 연주자는 최대한 엇갈리게 쳐서 꾸밈음이 3~5개로 들리는 효과가 났다(2번째 그림).
// Einfach und zart(단순하고 섬세하게?) 부분까지 대략 전반부에서는 흠 잡을 곳도 없고 특히 느리게 연주하는 부분은 최고였다. 그런데 Intermezzo에서 다시 매우 빠르게 치고 나가서 살짝 걱정되기 시작했다. '여기는 오른손이 옥타브로 음계를 쭉 흝으면서 구불구불 내려가는 부분이 있는데, 저렇게 달리다가 괜찮을까?' 하고. 설마, 설마 했는데 여기서 뭉개졌다. 그리고 별을 매기려던 마음도 뭉개졌다. 유일한 옥의 티라서 너무 아까웠지만 사람이 열 번 잘 해도 한 번 크게 망하면 확 깎아먹듯, 사람 마음이 어쩔 수 없었다(3번째 그림).
// Zum Beschluss 부분에서는 내가 까먹고 있던 부분을 새삼 배웠다(4번째 그림). 악센트 표시된 높은 음이 유난히 도드라져서 뭐지...했더니 그게 맞는 거였다. 집에서 치는 악보에도 악센트는 있지만, 새끼손가락으로 치다 보니 힘을 못 싣는 와중에 가운데 성부(오른손 아래+왼손 위) 맞물리는 걸 더 좋아해서 못 보고 넘어갔었다. 연주자에게 개인레슨 받은 기분!
(앙코르곡: 리스트 - 사랑의 꿈 3번)
// 앙코르곡 연주 전에 연주자가 "출산 후 공백기가 있어서 준비하기도 힘들고,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많이 되었다"고 말해서 깜짝 놀랐다. 전혀 눈치 못 챘을 정도로 전체적으로 연주 좋았음.
391번째 음악공연 관람
[당일 현장예매 (혼자)] 김민숙 & 홍혜도 브람스 피아노시리즈 4 -협주곡
2017. 8. 24 (목) 오후 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전석 2만원->할인가 1만원
브람스 - 피아노 협주곡 1번 라단조 작품 15 (독주파트 홍혜도, 오케스트라 김민숙)
// 처음에 오케스트라 파트 연주인데 옥타브 트릴 등 독주파트 급으로 어려운 부분 천지라 기겁했고, 어려운 부분은 죄다 뭉개는 연주에 또 식겁했는데 독주 파트 연주하는 분이 뛰어나게 잘 해서 만족함. 2부에 바꿔서 연주하면 어떻게 되려나 하고 일말의 걱정은 했지만 일단 만족. 느린 2악장이 참 좋았음.
브람스 - 피아노 협주곡 2번 내림나장조 작품 83 (독주파트 김민숙, 오케스트라 홍혜도)
// 협주곡은 독주자 중심이어서 그런지, 1번에서 오케스트라 파트가 실수해도 그냥 쭉 나갔는데 2번은 독주 파트에서 연거푸 실수가 나올 때 오케스트라 파트가 바로바로 일일이 맞춰줘서 새삼 돋보였다. 1악장 처음 솔로 파트부터 친 부분 또 치고, 2악장에서는 삼연벙, 3악장은 느린 악장이니 그냥 평화롭고 4악장도 괜찮다가 중간에 한번 뻥 터지고 끝.
// 서울대 나온 두 중년 피아니스트 연주이고, 한 분은 국민대 교수인데 똑같이 서울대 출신 국민대 교수인 한지은 씨는 반주+앙상블 전문 피아니스트로 꽤 연주 좋은데 이날 교수님은 많이 아쉬웠음. 곡이 엄청 어렵긴 한데 그래도 골랐으면 더 연습하시지... 싶었음. 홍혜도 씨는 처음 보는데 중견 피아니스트 중에 이렇게 실력 좋은 분을 내가 왜 몰랐을까 싶게 놀람. 협주곡 독주자로서 기교도 봤고, 반주자(오케스트라 파트)로서 다른 사람에 맞춰주는 걸 보며 반주/앙상블 연주자로서의 기량도 충분히 봄. 다음에 홍혜도 씨 나오는 연주 보이면 챙겨보려고 함.
392번째 음악공연 관람
[예매 with 고파서 C, D] KBS교향악단 제721회 정기연주회
2017년 8월 25일 금요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오후 8시 C석 2만원->할인가 12000원
(지휘: 요엘 레비 / 바이올린 = 제임스 에네스)
스트라빈스키 - 풀치넬라 모음곡
쇼스타코비치 - 바이올린 협주곡 1번 가단조 작품 77
// 바이올린 매우 탄탄함. 이 사람 연주로 이 곡 들은 것만으로도 이날 공연은 본전 뽑음.
# 협연자 앙코르곡: 바흐 바이올린 소나타 3번 3악장 / 3번 4악장
프로코피에프 -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 중 발췌
// ‘발췌’라는 말이 붙어서 올라오는 곡인데 도대체 얼마나 발췌한 건지 알 수가 없고, 예습도 유튜브 버전이 제각각이라 반쪽짜리. 예습으로 들은 연주 기준으로 30분 정도일 줄 알고 갔는데 50분 정도 연주함. 8시에 시작한 공연이 앙코르 포함 10시 40분쯤 끝남.
# 앙코르곡: 하차투리안 - 칼의 춤
// 유명한 곡인데 프로코피에프 곡 분위기 연장선처럼 떠들썩한 광란이 잘 맞았던 듯.
393번째 음악공연 관람 ★
[사전신청 무료공연 with 다른대학 사람] 꿈꾸는 정오의 음악회 - 피아노 콰르텟
2017. 8. 30 (수) 12시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로캠퍼스 1층 강당
(피아노 박재홍 / 바이올린 안정민 / 비올라 이은빈 / 첼로 김가은)
쇼팽 - 스케르초 4번 마장조 작품 54 (피아노 박재홍)
// 공연장에서 타자치는 것 같은 소음이 들려서 정신 사나웠던 데다, 거친 숨소리와 허밍이 신경 쓰여서 좀 가볍게 들었다. 아직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지만 우월한 피지컬로 피아노 잘 치긴 했음. 나나 같이 본 사람이나 허밍 하는 연주자 취향이 아닌 걸 보니 글렌 굴드는 못 듣겠구나 싶었다.
생상 -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작품 28 (바이올린 안정민 / 피아노 박재홍)
// 처음 몇 음을 듣자마자 챙겨보고 싶어진 바이올리니스트 발견. 조진주 정도로 힘으로 밀어붙이는 타입은 아니지만 소리가 매우, 매우 좋았다. 기교 과시하는 부분에서도 훌륭했고 그냥 다 좋았다. 내가 봤던 한예종 정오 음악회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인 듯. (문지영, 임지영도 봤는데 그때는 객석도 어수선하고 연주도 의외로 별 감흥 없었음) 같이 본 사람은 '작은 소리를 힘 있게 연주하는 부분이 소름 돋았다'고 함.
파가니니 - 바이올린 협주곡 2번 나단조 작품 7 중, 론도 ‘라 캄파넬라’ (비올라 이은빈 / 피아노 박재홍)
// 진행자가 '꿈꾸는 정오의 음악회' 시리즈 사상 최연소라고 소개함. 비올라라서 5도 낮춰서 마단조로 연주. 잘 함.
리게티(G. Ligeti) - 무반주 첼로 소나타 중 카프리치오: Presto con slancio (첼로 김가은)
// 현대곡이지만 짧고 강렬하고 괜찮았음. 같이 본 사람은 공연 끝나고 첼리스트는 좋다고 하면서도 현대곡에는 가차 없었음.
슈만 - 피아노 4중주 내림마장조 작품 47
// 10대 연주자 네 명이어서 그런가, 엄청 달리는데 그게 또 숨 막히게 긴장되는 연주였다. 1-2악장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듣다가 악장 하나 끝날 때마다 허...하고 숨을 몰아쉬며 감탄했다. 1악장에서 피아노가 반주로 화음을 연타하는 등 손 혹사당할 부분 많았는데 피아니스트가 밀어붙이는 걸 보고 우월한 피지컬의 힘인가 싶었다. 첼로 소리가 그윽한 3악장도 무척 아름답고 느린데 눈 감고 음미하다가 한 순간 어찔한 것 빼고는 집중해서 들었다. 3악장 끝부분에서 4악장을 예고하는 멜로디가 살짝 들렸다. 4악장은 푸가토 부분에서 베토벤 하머클라비어 소나타 4악장 푸가가 살짝 생각났는데(3/4박자, 16분음표의 질주를 주고받는 진행 등) 어린 연주자들 호흡이 척척 맞고 장난 아니었다. 같이 본 사람은 이전 곡들은 조금씩 아쉬웠는데 마지막 곡 하나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했고, 나는 다 좋았다.
// 4중주에서 호흡이 척척 맞는다 싶더니, 네 명 다 금호 영재 콘서트 출신이었다. 언젠가 금호 영 아티스트나 영 체임버 콘서트에도 나왔으면 좋겠다. 나는 바이올린 연주자가 특히 좋았고, 같이 본 사람은 첼로 연주자가 인상 깊었던 듯.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9 04:12: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