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설명

- 도쿄예술대학 음악학부 쪽 길안내 표지판

- 주악당(奏樂堂, Sougakudo) 건물

- 주악당 앞, 간판 대신 돌에 건물 이름 써놓음

- 왼편에 540이라고 쓰여진 종이는 표에 인쇄된 숫자가 540 이후인 사람들 들어가시라는 안내 (다른사람 얼굴 최대한 안 나오게 사진 좀 자름)

- 표

- 프로그램

- 공연장 내부 (원래 찍지 말아야 예의이긴 한데 홀이 너무 호화로워서 오케스트라 나오기 전에 살짝 찍음, 사람 얼굴 거의 안 보여서 올려 봄)

여기 글을 정리해서 올리면서 메모한 걸 보니 그날 감흥이 다시 생각나네요. 기회 되신다면 꼭 꼭 꼭 가보셨으면 싶어서 따로 후기 써 봅니다.

365번째 음악공연 관람 ★

도쿄예술대학 주악당 모닝 콘서트 - 제5회

2017. 6. 15 (목) 오전 11시 도쿄예술대학 주악당(奏樂堂, Sougakudo) 전석 1000엔

# 연주: 예대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 내가 들어본 대학, 음대 오케스트라 중 최고존엄

# 지휘: Hirokami Junichi

// 작은 거인. 키가 굉장히 작은 아저씨인데 선천적인 병이 있나 싶었을 정도. 보통 남자보다 머리 두 개쯤, 여자 단원보다도 키가 작은 분이었고, 걸으실 때 아장아장 걷는 것처럼 보임. 그래도 연주가 최고였으니 이 분도 다시 보고 싶을 듯.

// 10시 티켓 판매 시작, 10시 반 입장 시작, 11시 공연 시작. 10시 반쯤 도착했더니 이미 건물 밖에 사람이 많아서 매진인가 걱정했다. 문 앞에 남자가 260이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있어서 '260석 남았나?' 했더니 스케치북 넘기면서 숫자가 올라갔다. 매표소에 가서 표를 샀더니 639번. 전석 자유인데 관객수 세려는 듯? 들어가니 꽤 호화로운 홀이었다. 처음에는 대충 오른편에 앉았는데, 양 옆에도 자리가 있어서 거기로 옮겼다.

村上りの 작곡 - marchen

// 연주 전 작곡가(작곡과 4학년)가 간단히 곡 설명. 1) 걷는다→리듬, 2) 색채. 피아노, 첼레스타, 하프, 그 외 처음 보는 타악기들. 무슨 악기인지도 모르겠는 정체불명 소리, 어디서 누가 내는 소리인지도 모름. 특수효과 많았음-클라리넷 등이 바람소리 내거나, 어디서 휘파람도 들림. 연주자가 단체로 발 구르기도 함. '현대곡이구나', '현대곡은 왜 이럴까' 같은 생각을 하며 들었다.

시벨리우스 - 바이올린 협주곡 라단조 작품 47

 (바이올린 堀內星良 Horiuchi Seira)

// 1악장 처음, 독주 바이올린이 나오기 전에 오케스트라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FAFAFAFA~(원래는 '파, 라'로 쓰면 틀린 표현이지만 팔아파라팔아파라~~) 음을 연주하는 부분을 아주 미묘하게, 갈대가 바람에 살짝 살랑거리듯 연주하는 걸 듣고 싶었다. 그렇게 긴장감 있는 가운데 독주자가 살며시 등장하는 인트로가 내 취향인데, 이것에 가장 가까운 건 이때까지 정경화 씨 녹음뿐이고 나머지는 아무리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녹음이어도 마음에 안 들 정도라서 공연장에서 만족하는 건 기대도 안 하고 있었다. 이건 독주자 혼자 하는 부분이 아니니 오케스트라+해석도 잘 맞아야 하는데 이날 만났다, 드디어. (편의상) 파(F), 라(A) 음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고 미묘하게 얽혀서, 안개가 피어오르는 느낌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바이올린 등장. 바이올린도 잘 했으니 전체적으로도 좋은 거지만, 기여도가 바이올린은 ○, 오케스트라는 ★ 정도였던 듯? 어쨌든 이 처음 부분을 듣자마자 빠져들었다.

// 그리고 역시 1악장 초-중반 쯤이었는데, 지휘자가 현에 대고 숙이라는 듯이? 누르는 듯이? 몸짓하니까 현이 꾹꾹 누르는 것처럼 힘 줘서 음량이 갑자기 확 올라가는 부분이 있어서 소름 돋았다. 차이코프스키나 시벨리우스나, 바이올린 협주곡의 느린 악장은 대부분 졸아서 기억 없는 날이 많았는데, 이날은 2악장에도 몰입할 수 있었다. 아름다웠다. 2악장은 독주보다도 오케스트라가 아름다웠다. 그리고 3악장인데, 이렇게 잘 할 줄 알았으면 관현악단 지인이 얘기한 "너무 어려워서 라이브 무대에서 제대로 음정 잡는 사람이 없다는 부분(3도로 중음 잡은 채 내려오는 부분이라고 들었던 듯)"을 맞게 하나 보고 싶었는데 거기까지 예습을 안 해가서 모른 채 끝.

// 너무 잘 하니까 이 곡을 실황으로, 다시 이 정도 연주로 못 볼 것 같아서 슬플 정도였다. 우리나라 대학, 음대 오케스트라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프로 관현악단보다도 잘 해서 자존심이 상할 정도였고, 여러 가지 감상이 뒤섞여서 눈물 글썽거리며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