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6월 15일에 발매된 이동원 앨범 1번 트랙으로, 정지용 작시, 김희갑 작곡, 김용년 편곡의 곡입니다. 지난 1927년 정지용이 발표한 시 ‘향수’에 곡을 붙인 것으로, 테너 박인수와 함께 불렀습니다. 이 곡이 발표되기 전에도 시를 원작으로 하여 멜로디를 붙인 곡들이 발표되었습니다만, 그 과정에서 멜로디에 맞게 원작을 다소간 변형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소개하는 ‘향수’는 원작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곡을 붙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한국 전쟁 중 월북한 것으로 소문이 돌았던  정지용은 그의 작품 전부가 한국에서 출판 금지되었으나, 1982년부터 그의 가족과 문단이 진정을 넣었고, 1985년 육군은 정지용이 월북한 것이 아니라, 납북되던 중 폭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민주화 이후인 1988년 4월 11일 정지용의 모든 작품이 공식적으로 해금되었습니다.
   이 곡을 작곡한 김희갑은 1960년대부터 악단을 운영하며 작곡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했고, 특히 1980년대 조용필의 여러 곡들(‘킬리만자로의 표범’, ‘그 겨울의 찻집’, ‘Q’, ‘말하라 그대들이 본 것이 무엇인가를’ 등)과 김국환의 ‘타타타’ 등을 작곡, 인기 작곡가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1990년대에는 뮤지컬 ‘명성황후‘의 음악을 작곡, 제작했습니다. 한편,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테너 박인수는 이 곡을 발표한 뒤 클래식 음악을 모욕했다는 비난을 들으며, 1991년 국립 오페라단 단원 재임용에서 탈락하는 고초를 겪기도 했습니다.
   지난 2021년 11월 14일 가수 이동원이 식도암으로, 2023년 2월 28일에는 테너 박인수가 별세했습니다.

<앨범 정보>
근 7개월에 걸쳐 노심초사 끝에 지용 詩 “향수”를 작곡해 주신 김희갑 님
이동원 일이라면 늘 한결같은 신병하 형, 종현 형, 주원 형, 관웅 형 원익 형
그리고 “사랑”을 노래하게 해주신 김초혜 님.
“물"을 노래하게 해주신 전영주 님과 친우, 이호준, 김상원 님
그리고 이번 앨범에 실린 전곡을 녹음 Mix 해 주신 최병철 아우님의 우정 어린 마음을 가슴에 새깁니다.
특히 “향수”를 듀엣으로 함께 노래해 주신 Tenor 박인수 님과 가장 어려울 때 가장 많은 도움을 주신 박병욱 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89. 5.  이동원

테너 박인수
서울음대 졸
줄리아드 음대 “마리아 칼라스” 장학금으로 아메리칸 오페라 센터 수료
뉴욕 맨하탄 음대 졸
남비 콜롬비아 국립 오페라단 초청 남미 순회연주
디트로이트에서 "토스카" 공연
뉴포트 뮤직 썸머 훼스티발 초청 연주
미 10대 오페라단 중 하나인 “씨에틀 오페라”에서 “마적” 주역
제4회 대한민국 음악제 초청 공연 외 다수의 오페라와 독창회 공연
현 국립오페라 단원
현 서울음대 교수

편곡
신병하(물, 사랑하기 때문에, 그대를 위한 가을의 노래는)
김용년(향수, 사랑)
최종혁(창밖에는 비)
신광웅(당신은 백조)
이호준(여자 · 여자 · 여자, 내 사람에게)

연주자
Piano: 신광웅, 이호준, 송태호, 김용년
Bass: 함기호, 조원익, 송홍섭, 이수용
G.T.: 이유신, 윤정인, 김광석
Sax: 김원용, 이정식
Percussion: 박영용
Dr: 김희현, 배수연
VI: 신상철, 김동석, 김정상, 김유성, 조사애, 정명자, 이경섭, 인상희, 이광임
Va: 임성옥, 이정순
Cello: 권혜영, 배근옥
Cr: 강병용
FL: 권혜순
Ob: 윤희윤

녹음: 최병철
사진: 김명규
디자인: 서용기
기획: 이동원

(가사)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 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7 00:0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