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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제1장 글 쓰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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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장님과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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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증명사진 / 제4장 국사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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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문학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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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짓궂은 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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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왼손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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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젊은 문학도의 사회 & 제9장 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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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우리들의 비겁한 영웅 & 제11장 크로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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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칼을 찬 교사 & 제13장 비밀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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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혀에는 목 & 제15장 금수 랩소디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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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청소년] 프롤로그


제 1장
글을 쓰는 친구






오늘 밤에도 소년은 커다란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동화 속 그림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년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해보았다.

왜 피터 팬은 그를 만나러 오지 않을까?

소년이 모르는 새 어른이 되어버렸을까?

순간 그는 울음을 터뜨리고 싶어졌다.

당장이라도 어머니에게 달려가 품 안에서 자고 싶었다.







하지만 꾹 참아야 했다.

어머니가 피터 팬은 어른을 싫어하기 때문에
어른과 함께 자는 어린이 앞에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밤새워 피터 팬을 기다릴 것이냐, 부모님 침대로 숨어들 것이냐를 두고
한참을 고민하던 소년은 끝내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지쳐 잠들어버렸다.











차가운 바람이 소년의 붉은 뺨을 스쳐지나갔다.

소년은 추위를 느끼고 이불을 더 꽁꽁 에워쌌다.

본능적으로 실눈을 떴던 소년은 놀랐다.



그의 눈앞에는 그토록 기다렸던 녹색 옷을 입은 남자애가 환한 달빛을 뒤로한 채 창가에 서 있었다.

소년이 바짝 마른 입술을 움직이기도 전에 그 남자애가 말했다.





“왜 날 부른 거지?” 퉁명스러운 말투였다.

“네가 피터 팬이니?” 소년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나를 네버랜드로 데려다줘.”

“어떻게 네버랜드를 알고 있지?”


“너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어.

다른 친구들은 거짓말이라고 했지만 나는 진짜라는 걸 알아.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

웬디와 네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

영원히 어린아이로 살아가고 싶어.”




“영원히 어린아이로 살아가고 싶다고?

빈말하지 마.

나는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아.” 피터 팬이 말했다.





“내 말은 진짜야.

널 만나려고 열 손가락이 넘는 날을 기다렸어.”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고 이용만 하다가 날 떠나가지.

내가 모를 것 같아?

두 번 다시 속진 않는다고.”




“내가 왜 널 떠나겠어? 넌 이렇게 환상적인데!” 소년이 소리쳤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겠지.

사실 어린이로 살아가는 건 편하고 유쾌한 일이니까.

아무 것도 책임질 필요 없고 사랑하는 이에게 기대면 되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너는 자라고 싶어질 거야.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지 않고 스스로의 책임을 지고 싶어질 거야.

그렇게 되면 넌 나를 떠나겠지.”



“절대 아니야.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어른들은 모두 불행해.

날마다 회사에 나가야 하고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놀지도 못하는걸.”



소년은 아버지가 삶에 찌들어져 있는 모습을 떠올리고 몸서리를 쳤다.




“웬디와 똑같은 소리를 하는군.

하지만 웬디도 결국엔 날 버렸어.

너라고 다를 것 같아?

언젠가 자라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저주인지 깨닫게 되면 날 따라오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할거야.

다신 나를 부르지 마.

이번엔 팅커벨이 널 만나보라고 하도 귀찮게 해서 온 거니까.”





피터 팬은 창문을 열었다.

달빛이 방 안에 들어오는 만큼 그림자도 짙어졌다.



그때야 소년은 피터 팬의 그림자에 꿰맨 흔적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필시 웬디가 꿰맨 자국일 거라고 생각했다.





소년은 웬디가 키웠던 개처럼 그림자를 잡고 늘어질까 고민했다.

그렇게 되면 피터 팬은 소년에게서 도망치지 못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소년을 네버랜드로 데려갈 것이다.

하지만 소년은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피터 팬은 자신의 그림자를 뚫어져라 보는 소년을 이상하게 쳐다봤다.




그리고는 바닥을 힘차게 차더니 저 멀리 하늘 위로 날아올라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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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글쓰는 친구 [2화]






“태운아, 내일 학교 가는 거 잊지 않았지? 벌써 새벽 1시야. 3학년 첫 날부터 지각하고 싶지 않다면 당장 자렴.”

태운의 어머니가 방문을 불쑥 열며 말했다.

태운은 급히 연습장을 책상 밑으로 숨겼다.

혹시나 어머니가 알아챘을까 걱정이 되었다.



소설을 쓰는 것은 비밀이었기 때문이다.



대학입시를 코앞에 두고 있는 고3이 되었는데도 소설 쓰는 것은 큰 불효처럼 느껴져서 부모님께는 도저히 말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당황한 태운을 빤히 쳐다보더니 방에서 나가버렸다.







‘아버지는 큰 거 안 바란다. 나중에 9급 공무원이나 해라.’


‘여보, 자기 자식한테도 철밥통이나 시킬 거예요? 삼성 같은 대기업에서 돈을 많이 벌든지 판검사처럼 사회에 중요한 사람이 되든지 해야 할 거 아니에요. 그러려면 공부 열심히 해서 일단 좋은 대학 가야겠지, 태운아?’





부모님은 TV를 보다가 태운의 진로 이야기가 나올 때면 언제나 이런 식으로 토론을 벌이곤 했다. 태운은 연습장을 가방에 넣고 침대에 누웠다.





오늘로써 그는 고3이 되었다.


소설은 이제 그만 쓰고 공부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나중에 얼마든지 쓸 수 있지만 공부는 지금 하지 않으면 시기를 놓쳐버리니까. 어머니 말대로 꿈을 좇다가 현실에 내팽겨지고 싶지 않았다.




‘그나저나 3학년이 되었으니 반이 바뀌겠네. 내일 짝은 누가 될까. 아니 그것보다도 특별반에 들어갈 수 있을까?’


공부를 그리 잘하지 못한 까닭에 언제나 평반이었던 태운은 인문계 전교 1등부터 35등까지를 모아놓은 특반에 들어가고 싶었다.


‘2학년 2학기에는 성적이 잘 나왔으니까 가능할지도….’ 태운은 특반이 되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어차피 고3인거 1년 동안 소설을 접어두고 공부한다는 생각은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






“반 배정을 발표하겠다. 이름과 반을 호명하면 바로 그 반으로 가면 된다. 다들 준비되었지?” 다음날 조회시간, 2반 담임인 정영호 선생님이 반 배정표를 보며 말했다. 순간 새로운 생활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들떠있던 학생들은 숨을 죽이고 담임선생님의 말씀을 경청했다. 잠시 동안 긴장감이 2반을 감돌았다.





“강경호 3반. 김정훈 2반. 김형우 2반. 박기현 3반.”


“기현이와 같은 반이네!” 경호가 웃으면서 말했다. 기현은 씁쓸하게 미소 지어 보였다. 그는 내심 특반이 되고 싶었던 눈치였다.



“박대명 2반. 박태운 1반.” 선생님이 태운의 이름과 반을 말하자 반 전체에서 부러움과 질투가 섞인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태운은 어안이 벙벙했다. 말로만 듣던 특반이 되었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이번에 우리 반에서 특반이 된 사람은 태운밖에 없다. 아니 6개 평반 전체에서 혼자야. 1년 동안 열심히 공부했던 태운에게 모두 박수쳐주자.”


정영호 선생님의 말씀에 급우들이 그에게 박수를 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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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글쓰는 친구 [3화]


“박태운, 너 특반 됐다고 우리들 모르는 척하면 안 된다.”


“특반 애들에게 기죽지 말고 평반 출신의 실력을 보여줘.”

친구들이 장난 섞인 격려를 보내주었다. 태운은 학급 친구들이 고마웠다. 이런 친구들과 막상 떨어질 것을 생각하니 아쉬웠다. 그는 반 아이들과 긴 작별인사를 나누고 사물함에서 모든 교과서와 문제집을 꺼내 가방 속에 넣고 1반에 갔다.





1반 교실 문을 열자 모든 애들이 태운을 쳐다보았다. 다들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태운이 특반에 들어왔다는 것은 반대로 특반에서 한 명이 나가야 된다는 사실을 뜻했다. 2년 동안 바뀌지 않았던 특반의 인원 구성이 태운으로 인해 깨진 것이다.



“정재야, 안타깝게도 네가 이번에 3반으로 배정되었다.” 1반 담임인 전병설 선생님이 한 아이를 보고 말했다. 분위기가 정숙해졌다. 반 학생들은 정재에게 둥글게 모여서 위로의 말을 건넸다.







“괜찮아. 이게 끝이 아니잖아. 특반에서 떨어져도 너는 좋은 대학 갈 수 있을 거야. 서울대 같이 가야지.” 덩치가 크고 안경을 낀 애가 정재를 다독거리며 말했다. 정재는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가 억지미소를 지어보였다.


다른 애들은 정재의 물건을 챙겨서 3반으로 옮기는 것을 도와주었다. 분명 서로간의 우정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태운은 오히려 부담과 불편함을 느꼈다. 초대 받지 않은 손님이 된 느낌이 싫었다.


“태운아, 너는 정재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라. 이제부터 그곳이 네 자리가 될 거다.”

전병설 선생님이 한 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자리는 정확히 중앙이었다. 태운은 무거운 가방을 메고 그곳에 가서 앉았다. 책가방을 푸는 동안 3학년의 첫 번째 조회가 시작되었다.


“더 이상 너희들은 느긋한 고2가 아니다. 오늘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고3이 된 거야. 그런 고로 너희 야간자습시간도 밤 10시에서 11시 30분까지로 늘어난다.”

“아….” 태운이 작게 한탄소리를 냈다. 순간 반 애들이 한심한 눈초리로 태운을 쳐다보았다.

“우리 반이었다면 장난으로라도 동조해줬을 텐데….” 태운이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태운, 너에겐 이제 1반이 우리 반이다. 평반식의 사고방식은 버려.” 전병설 선생님이 미간을 찌푸렸다. 태운은 평반을 무시하는 말에 기분이 살짝 상했지만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가볍게 끄떡였다.

그는 흘낏 옆을 바라보았다. 짝이 태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부담스러웠다. 조회가 끝나고 태운이 물었다.




“이름이 뭐야?”

“이준억.” 그가 냉랭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는 앉은키가 커서 태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 이름은….”

“박태운. 선생님이 말했잖아.” 준억은 짧게 말했다.

“만나서 반갑다.”

“알았어.” 태운은 그의 반응에 놀랐다. 태운은 더 이상 말을 걸 수 없었다.




20분간의 쉬는 시간이 끝나고 새로운 시간표에 따라 수업이 진행되었다. 1교시는 수학이었는데 첫 시간이라 그런지 선생님과 잡담하는 것으로 끝났다. 2교시는 국어로 새로운 담임이 된 전병설 선생님이 진행하는 문학수업이었다. 오늘 배우는 작품은 현진건의 ‘고향’이었다.


“이 소설에서 중점적으로 봐야 할 건 ‘그’에 대한 ‘나’의 태도 변화다. 처음에 ‘나’는 쌀쌀맞게 ‘그’를 대한다. 경멸감까지 보이지.

그러나 ‘그’의 해괴한 찡그린 표정에 호기심을 느끼고 마지막엔 한탄하는 ‘그’를 보며 같은 조선인이라는 동질감을 느끼며 조선의 현실을 재인식하지. 각자 태도가 변하는 부분을 찾아 동그라미를 쳐보도록.”



태운은 여기저기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러나 혹시 틀렸을까 싶어 짝의 교과서를 살그머니 훔쳐봤다.



“뭘 보냐.” 준억이 그의 시선을 알아채고 물었다. 태운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당황한 미소를 보였다. 준억은 태운을 차갑게 쳐다보더니 다시 교과서로 눈을 돌렸다.

멋쩍어진 태운도 교과서를 쳐다봤다. ‘나는 쌀쌀하게 그의 시선을 피해 버렸다.’라고 적힌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 동그라미를 치면서 태운은 소설 속의 ‘나’와 준억 둘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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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글쓰는 친구 [4화]







3교시인 작문과 4교시인 화학도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이중 화학은 인문계의 수능 과목이 아니었기에 음악 선생님과 자습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첫 시간이라서 그런지 자습을 하지 않고 반 전체가 떠들었다. 반 학생들은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농담을 하면서 선생님과 웃고 떠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반 전체에서 무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는 사람은 태운과 준억뿐이었다. 태운은 가끔씩 준억을 힐끗 쳐다보는 것도 지쳐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칠판만 응시했다.

“무슨 생각하고 있니?” 준억이 태운에게 물었다. 주위는 선생님의 피아노 농담으로 시끌벅적했다.

“뭐?” 태운은 뜻밖의 말에 당황했다.

“방금 무언가 생각하고 있었잖아.”

“그냥 멍하니 있었지.” 태운이 대답을 하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준억은 그걸로 대화를 그만 둘 생각이었던 것 같았다. 그는 태운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너는 뭐하는데?” 태운이 말을 덧붙였다.

“선생님 관찰.” 준억이 눈짓으로 여선생님을 가리켰다. 여선생님은 오늘부로 새로 들어온, 키는 작지만 긴 노랑머리가 어울리는 20대 중반의 미인이었다.

“선생님의 삶을 추측하고 있었어.” 준억이 말했다. 태운은 그의 대답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네가 어떻게 처음 보는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 그건 불가능해.”

“저 선생님이 최근에 결별을 하고 어젯밤에도 울다가 잤다는데 만원 걸지.”

“뭐라고? 그걸 어떻게 알아.” 태운은 여선생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화사한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에서 그런 낌새는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식은 죽 먹기지. 몇 페이지만으로 책 전체 내용을 가늠할 수 있는 것처럼, 사람 또한 작고 미세한 부분에서 인격과 인생, 가치관이 드러나.” 준억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띠었다.





“겉모습과 행동만으로 사람을 판단할 순 없어.” 하지만 준억은 태운이 하는 말에는 완전히 흥미를 잃은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손톱에서 때를 긁어내며 말했다.

“네 말대로라면 한 사람을 정말로 ‘안다’는 것은 불가능해. 인간은 피상적인 존재야. 행동에서 그의 존재가 드러날 수밖에 없어. 넌 안다는 것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구나. 뭐 이건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 논쟁에 불과하니까 집어치우자.” 준억은 새로 받은 화학 교과서를 펼치더니 무표정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태운은 쉽게 꺼지는 준억의 관심에 놀랐다. 그는 이미 관심사를 3학년 화학 교과서로 돌린 뒤였다. 태운이 그의 관심을 되돌리기 위해 말했다.

“네 말이 옳다는 걸 증명해봐. 내가 어떤 인간인지 말해보라고.” 준억은 책을 잠시 덮고 태운을 훑어봤다.

“무엇을 좋아하지?”

“뭐라고?”

“존 러스킨이 사람을 시험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질문, 그리고 가장 가까운 질문은 ‘무엇을 좋아하는가?’라고 했어. 무엇을 좋아하는지 말해봐. 네가 누군지 말해줄 테니.” 태운은 그의 말에 잠시 멍하게 있더니 대답했다.





“그건….”

“됐어.” 준억은 책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어떤 이에게서 신을 발견할 수 없다면, 그를 더 알려고 하는 것은 시간낭비다. 간디가 한 말이야. 넌 평범한 놈이야. 사실 너무 평범해서 지루할 정도라니깐. 누군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길 원하고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인간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지. 하지만 사람들은 너에 대해 관심이 없어.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도 자기가 특별하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넌 어떤 일을 해서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고 발악하는 거야. 네 경우엔 소설을 쓰는 거랄까.” 준억은 아무렇지도 않게 술술 말했다. 그러면서도 태운에게는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난 소설 따윈 쓰지 않아.” 태운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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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글쓰는 친구 [5화]









“난 소설 따윈 쓰지 않아.” 태운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해봐. 소설가가 꿈이잖아.”

“아니야.”

“그럼 뭔데.”

“없어.”

“뻔한 거짓말은 그만해. 최소한 연습장에 빡빡하게 적은 소설은 가리고 말하든지.” 태운은 책상 위에 얹어놨던 연습장을 급히 서랍 안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흥미로운걸. 사람들이 자신의 꿈에 대해 언급하는 걸 쑥스러워하는 건 알았지만 수치심까지 느낄 줄이야.” 준억이 태운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수치스러운 게 아니야. 그리고 이건 그냥 끼적거린 거에 불과하다고.” 태운은 볼이 붉게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직도 부정하다니. 네 당황한 표정과 떨리는 목소리가 사실이라는 걸 보여주는데도, 왜 그토록 숨기려는 거지?”

“나는….”

“소설을 쓴다는 게 천한 일처럼 느껴져서 그래? 앉아서 글 따위나 쓰는 건 남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준억은 자기가 질문해놓고서는 이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태운은 그의 섣부른 추측에 화가 났다.

“아니야. 나는 소설을 쓰는 게 아니라서 그래.”

“또 부정하네.”

“내 말은 난 쓰레기를 쓴다는 말이야. 소설이라고 부르기에도 쪽팔리는 글을 쓰고 있다고. 문장의 나열에 불과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기는커녕 앞뒤조차 맞지 않는 글을 쓰니까. 그러니까 부끄러운 거야.” 태운은 크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수업시간이기에 꾹 참았다. 뒤에서 자습을 하고 있던 친구가 짜증을 내며 태운을 향해 쉿 하고 소리를 냈다. 핀잔 섞인 혼잣말도 들렸다.





“결국 네 능력 밖의 꿈을 꾸고 있는 자기 자신이 부끄러운 거군. 막연한 망상만 하면서 신세 한탄하는 백수처럼.”

“그렇게 단정 지어 말하지 마. 기분 나쁘니까.” 태운은 준억이 남의 감정은 생각하지도 않은 채 제멋대로 말을 내뱉는다고 생각했다.

“원한다면 널 도와줄 수 있어.” 준억이 연필을 돌렸다.

“무슨 말이야?”

“네 소설을 읽어줄게.”

“나 혼자 보기도 민망한데 남에게 보여준다고? 너 어떻게 된 것 아니야?” 태운은 흥분해 소리치고 말았다. 반 아이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하던 선생님이 태운과 준억에게 다가왔다.

“너희들, 지방방송에서 거친 말이 나오면 안 되지. 지방방송은 끄고 공중파에 귀 기울이도록 해. 이게 훨씬 재미있으니까.” 음악 선생님이 웃으며 경고했다. 그러나 그녀의 따뜻한 눈웃음도 퉁퉁 부은 다크서클을 감출 수는 없었다. 준억의 말대로 실연에 밤새 울었던 것일까. 선생님의 짙은 향수 냄새가 풍겼다.





“절대 보여줄 수 없어.”

“이게 너에겐 기회일걸? 글을 쓸 때 곁에서 단 소리, 쓴 소리를 거침없이 하는 독자가 몇이나 있을까? 보아하니 아무에게도 글을 쓴다고 말하지 않은 것 같은데 너 혼자서 잘 썼다 못 썼다고 생각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니? 작가는 자신의 소설에 관해서는 절대 객관적인 입장이 될 수 없어. 옆에서 누군가가 소설이 중심을 잡도록 이끌어줘야지 그러지 않으면 너무 감성적이거나 밋밋한 소설이 될 거야.”

“이미 물 건너간 일이야. 난 오늘부터 글 쓰지 않기로 결심했어. 알다시피 우린 고3이 되었잖아. 공부에 열중해야지.” 준억의 얼굴에 한심하다는 빛이 잠시 스쳐갔다. 아니 한심하다기보다 실망하는 내색이었다.

“입시공부를 하는 이유가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는 본론적인 말은 잠시 접어두고서라도, 넌 정말 겁쟁이군. 그렇게 보진 않았는데.”

“무슨 말이야?” 태운은 신경을 건드리는 그의 대화방식에 슬슬 짜증났다.





“넌 지금 공부해야 한다는 핑계로 네 꿈을 포기해버리잖아. 사실 글 쓰는 것 자체가 두려워서 포기하면서 너 자신에게는 그럴듯한 변명거리를 만드는 거지.” 준억이 말을 이어갔다.

“네가 진정 소설을 쓰고 싶었다면 어떻게든 하고 말았을 거야. 너는 막연히 소설을 쓰겠다는 꿈만 있을 뿐 실천하지 않는 그런 놈이지. 그러니까 쉽게 포기해버리는 거고. 나중에는 공부해야 한다는 식의 핑계거리가 없을 거 같아? 대학 가야지, 군대 가야지, 학점과 스펙 쌓아야지, 취업해야지, 결혼해야지. 하려면 지금 해야지, 내일은 없어.” 태운은 준억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가다간 작가가 되겠다는 것이 꿈 자체로 사라질 것 같았다.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었다.

“정말 귀찮은 일이 될 거야. 소설을 읽는 건.”

“별로. 난 아무 책이나 잘 읽거든. 삼류소설이든 뭐든.” 준억은 ‘삼류’에 힘을 주며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처음으로 보인 호의적 태도였다.

“먼저 연습장 뒤에 있는 소설부터 시작할까.” 준억이 책상서랍에서 연습장을 꺼내려 하자 태운이 그를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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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글쓰는 친구 [6화]









“아직 덜 썼어. 퇴고도 하지 않았고.”

“그럼 어때.” 준억은 태운의 손에 쥐어져 있던 연습장을 채어갔다. 그러곤 눈을 굴리며 속독하기 시작했다. 태운은 심판을 받는 기분이 들면서 초조해졌다. 혹시나 비웃지는 않을지 자기 친구들에게 보여줘서 망신을 주려는 속셈은 아니었는지 걱정이 되었다.

“흠….” 준억이 잠시 주저했다. 태운의 머릿속에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이 스쳤다. 당장이라도 연습장을 빼앗고 싶었다.

“왜 소년은 직접 피터 팬을 찾으러 나서지 않았지?”

“그야…. 피터 팬은 환상 속에 존재하니까 찾으러 갈 수가 없잖아.” 태운은 황당하다는 듯 대답했다.





“하지만 이 소년은 피터 팬이 진짜로 존재한다고 믿잖아. 그런데 찾으러 가지도 않고 침대에 누워 기다리는 게 다야? 그걸로 끝?”

“달리 소년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피터 팬을 찾기란 불가능하니까.”

“소년은 딱 너 같은 녀석이군.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기다리기만 하면서 정작 찾진 않는 수동적인 인간상. 꿈을 실현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자위하면서 그저 그 꿈이 너 자신에게 오는 것만을 기다리고 있지. 한심하지 않아?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 뿐만이 아니야. 이 글을 보면 소년은 자라고 싶어 하지 않아. 왜 그래?”

“그건….” 태운은 말을 잇지 못했다.

“어른이란 홀로 서는 존재야.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아야 하는데 소년은 현실의 부모님과 환상 속 피터 팬에게 기대고 있어. 여기서 소년의 미성숙한 면이 드러나는 거야. 이렇게 나약하기 때문에 자라고 싶어 하지 않는 거고.” 준억은 연습장을 그에게 건네줬다. 더 이상 읽을 필요 없다는 표정이었다.





“소설이 뭐라고 생각하니?”

“주인공이 겪은 사건을 서술한 글.” 태운이 풀이 죽어 나직이 말했다.

“보통 소설은 인물, 사건, 배경만으로는 성립하지 않아. 그걸 관통하는 주제가 있어야 해. 다르게 말해 철학이지. 네 소설에선 주제가 보이지 않아. 이 소설을 통해 진심으로 말하고 싶은 게 뭐지? 막연히 어린이로 살고 싶다는 판타지만을 적어둔 게 전부잖아. 너만의 철학을 소설에 쏟아부어봐. 그러면 이보다 더 좋은 소설을 쓸 수 있을 거야.” 준억은 책상 서랍을 뒤척이더니 한 소설책을 건넸다.

“이건 내가 요즘 읽고 있는 소설이야. 꿈과 현실, 그리고 성장에 대해서 작가의 철학으로 풀어냈어. 네가 한 번 읽어보는 게 좋겠다.” 책 표지에는 ‘데미안, 헤르만 헤세’라고 적혀 있었다. 태운은 책을 받아 교과서 밑에 숨겨두었다.





태운은 그 길로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그리고 저녁시간까지 할애해가며 데미안을 읽었다. 어차피 놀 친구도 없었고, 특반 특유의 텃새 때문인지 태운에게 말을 건네는 애들도 없었다. 하지만 태운은 개의치 않았다. 가끔씩 준억이 땅콩을 건네줄 때를 제외하고는 말도 거의 하지 않았다.

싱클레어라는 소년이 데미안이라는 친구이자 조력자를 만나고 그를 통해 성장하는 게 소설 ‘데미안’의 주된 줄거리였다. 태운은 책을 읽으면서 책 속에 자신이 들어가 있다는 강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싱클레어가 프란츠 크로머에게 괴롭힘 받을 때에는 무력감을 싱클레어와 함께 느꼈고 데미안이 그를 구해줄 때는 자신의 소설 속 피터 팬을 만난 소년처럼 기뻐하면서 데미안에 대해 무한한 신뢰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가 떠났을 때에는 싱클레어의 육체적 성장뿐만 아니라 영혼 자체가 홀로 서려고 발버둥치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만났을 때, 서로를 마주보고 작별 인사를 나눴을 때, 태운은 어렴풋이나마 성장이라는 개념을 알 것 같았다. 진실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세상 속에 홀로 서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을 만든 세상을 깨뜨려야 했다. 새가 알을 깬다는 것, 자신의 보금자리를 스스로 파괴한다는 것, 그건 모순이 아닌 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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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글쓰는 친구 [1장 완결]









“준억아?” 첫 번째 야간자습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리고 태운이 준억을 불렀다. 준억이 쳐다보자 태운은 말을 시작했다.

“그동안 난 이상이란 꿈 그 이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어. 이상이란 단어 자체에 이룰 수 없다는 의미가 내포해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꿈을 원하면서도 피해왔던 것 같아. 실패할 걸 알기에 어차피 할 실패보다는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으로 남겨두는 게 더 좋다고 나 자신을 위로했어. 그래서 내 소설에 등장하는 소년도 피터 팬을 잡지 않았던 거야.

소년은 피터 팬을 믿는다고 말하지만 사실 마음속 깊이에는 피터 팬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거든. 피터 팬의 손을 잡았는데 잡히지 않는 걸 보고 꿈임을 알게 되는 것보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피터 팬과 함께 갈 수 있었는데.’ 하고 가능성을 묻어두는 게 더 좋으니까. 잔인한 현실을 자각하는 대신 달콤한 꿈속에서 지내는 게 더 행복하니까.

하지만 이젠 아니야. 꿈 따윈 꾸지 않겠어. 피터 팬의 손을 잡고 하늘을 날아보겠어. 물론 침대에서 떨어진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르지만 일단 시도해본다는 게 중요하잖아. 누가 알아? 어쩌면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고 여전히 날고 있을지도.” 태운의 말에 준억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래서 소설을 다시 쓸 거란 말이지?”

“내가 방금 숨차도록 장황하게 한 말 못 들었니.” 태운이 따졌다.

“그런데 왜 나한테 말하는 거지?” 준억이 물었다.

“그야….” 태운은 말을 잇지 못했다. 순간 왜 준억에게 속마음을 드러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한테 독후감 제출해라고 그 책을 줬는지 알아? 어째서 구구절절 나에게 설명 하냐고.”

“나는 네가 알고 싶을 줄….”

“네가 소설을 쓰겠다는 다짐을 내가 왜 듣고 싶겠어. 나한테 보여줄 것도 아니잖아?”

“그게 말인데….” 태운은 준억을 바라봤다.





“네가 소설을 쓰면 나보고 그걸 읽으라는 말이었니?” 순간 준억의 얼굴에 기쁜 표정이 지나갔다. 마치 자신이 태운에 대해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놀라움과 환한 빛이 그의 얼굴에 있었다. 그는 당황한 태운의 마음을 읽고 말했다.

“좋아. 하지만 네가 제대로 된 소설을 쓰기엔 아직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거 너 스스로도 잘 알고 있지?” 준억이 핀잔을 주며 말했다. 태운은 그의 말이 걱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기에 화가 나지 않았다.

“일단 장편보다는 단편소설부터 습작하도록 하자. 아무런 준비 없이 장편소설을 쓰면 그 많은 분량을 채울 창조력이 부족해서 포기하기 쉬우니까. 소설을 쓰고 싶다면 마음을 급하게 먹지 말아야해.” 태운은 조급해하지 말고 실력의 토대를 쌓아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단편 하나하나 쓰는 것에 즐거워하고 실력이 향상되는 것에 뿌듯해하다 보면 언젠가는 제대로 된 장편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마음을 먹자 여태껏 느꼈던 어느 욕구보다도 더 강한, 지금이라도 당장 뭔가를 써버리고 싶은 창작욕이 그를 삼켜왔다. 그동안의 불안감 섞인 창작욕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 오늘 배운 현진건의 고향 기억나니?” 뜬금없이 준억이 태운에게 물었다.

“그건 왜?”

“네 고민을 듣다보니 그 소설 끝에 쓰인 가사가 생각나서. 현대인의 삶과 참 비슷하지 않아? 일제 강점기는 끝났지만 사회적 강요로 인한 개인의 박탈감은 여전하다는 게.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데 그러기가 참 어렵다는 사실이.” 준억은 개작한 가사를 읊조리기 시작했다.



사진이나 찍던 녀석은 / 삼수생이 되고요-.
노래꽤나 하던 녀석은 / 고시원에 가고요-.
공하나 잘차던 녀석은 / 사오정이 되고요-.
연극이나 하던 녀석은 / 한강으로 가지요-.



태운은 그런 준억의 비관적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노래가사가 그를 생각에 빠지게 했다. 세상은 그동안 태운에게 좋은 것이 되라고 강요해왔었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을 가져라. 도대체 좋다는 의미란 무엇일까? 사실상 사회가 정한 가치에 따라 좋고 나쁨을 가린 게 아닌가? 이보다는 개개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좋은 것이 아닐까? 소설을 쓰는 것이 소설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이제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태운은 규격화된 모든 좋은 것들이 사회의 이념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사회 이념에 부합하면 편한 삶을 살 것임은 분명했다.

그러나 편한 삶과 행복한 삶은 같지 않다. 좋음의 가치를 재단하고 줄 세워 판단하고 세뇌시키는 사회를 보며, 태운은 결코 자신은 세상의 논리에 빠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세상의 가치에 희생당한 모든 이들에게, 가치를 따라가다 도태된 자에게, 가치를 이뤘으나 불행한 자에게, 그리고 다음 차례가 될 자신을 비롯한 무한경쟁의 세대에게 마음속 깊은 위로와 공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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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장

제2장 장님과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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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증명사진 / 제4장 국사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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