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짧은 글짓기를 한번 해봤는데
같이 읽을 수 있는 게시판이 어딘지 잘 모르겠어서 이곳으로 왔어요..
내치지 마세요ㅠㅠㅎ






무책임한 단어들



명확해야 하는 글을 쓰다보면, 개념들 간의 관계나 개념이 지칭하는 바를 확실하게 써야 하는 데도
귀찮아서 혹은 잘 몰라서, 대충 뭉뚱그려 두루뭉수리하게 표현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에는 솔직하게 '확실하게는 어느 부분이 그런지는 모르지만' 이라고 써주면 좋겠지만
대충 미국사람들이 많이 하는 것처럼 "you know?" 해버리고 싶은 욕구가 들 때가 많다.
그럴 때 주로 사용되는 표현이 "~적" "~에 관하여" "~에 대하여" 가 있다.


철수는 한국적이다. 라는 표현은 너무나 많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철수는 성격이 급하고 빨리 빨리 하는 것을 좋아한다.
철수는 일본사람에 대해서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철수는 정이 많다.

(예시의 내용의 정당성 여부는 차치하고) 위와 같이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단어를
그냥 한마디로 한국(적)이라는 단어로 넓게 포괄하여 이야기해 버리는 것이다.


~에 관하여 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나는 오늘 철수에 관하여 이야기하겠습니다.
정도로 서두에 전체의 내용을 묶어서 표현하는 경우에는 얼마든지 써도 좋다.
하지만 본문의 내용 안에서 "~에 관한, ~에 대한" 이라는 표현을 아래와 같은 용법으로 쓰는 것은 좋지 않다.

철수는 여자관계에 관해서는 문제가 있어.

이렇게 넓은 범위로 묶어서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문제가 있다".
그 문제가 여자관계와 어떻게 관했는지, 여자관계의 어느 부분에 대했는지 확실하게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화자와 청자, 혹은 필자와 독자가 어느 부분인지 서로 익히 알고 있는 상황이라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어느 부분인지를 맞춰보라는 수수께끼가 되어 버린다.

글의 전후 맥락에서 어느 부분인지를 추측할 수 있다면 문제가 적겠고
글의 종류에 따라서는 중요한 부분을 숨겼다가 보이는 방법으로 글에 드라마틱한 요소를 만들어 줄 수도 있지만
글에서 핵심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이 나와 주어야 하는 부분에서 이런 단어를 사용하면
내용을 기대하고 읽었는데, 처음의 내용과 다르지 않은 넓은 이야기만 하고 있으니
칼에 베일 듯한 세밀하고 치밀한 분석分釋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는 맥이 빠진다.


그러니까, 개념들 사이에 뭔가 연관은 있는데 명확하게 뭔지 잘 모르겠을 때는 조금 더 고민해보고
~적인, ~에 관한, ~에 대한 과 같은 단어들에 대해서는 가급적 쓰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 이에 관한 나의 생각이다.






더하기. 어떤 글을 쓰다가 잘 모르겠는데 자꾸 관하여를 쓰게되는 나를 보며 양심에 찔려서 쓴 글은 아님.
더하기. 공부가 부족하거나 글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쓰게 됨.
더하기. 특히 ~적이라는 표현은 정말 정말 안쓰기 어려움.ㅜㅜ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2 05:4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