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E.]



#2








              말도 안 되는 전화를 받고 하루가 지났다. 세상은 이미 내가 원하는 바대로 바뀌었다. 정말 환상적으로!

              어제까지만 해도 하루에 14시간씩 재수학원에 앉아 보냈다. 대학 합격생은 새내기의 풋풋함으로 대학생활을 즐기고 있을 시간에, 20살, 전광철은 재수학원 뒷자리에 반쯤 엎드려 문제집과 씨름하곤 했다. 미분이 뭐냐. F=ma? 중력가속도 때문에 질량과 무게가 다르다고? 주기율표는 뭐가 이렇게 많아? 물은 식수만 구별하면 되지 않아? 센물과 단물이라고? 직유랑 은유랑 둘 다 그냥 써! 뭐가 다르다고!

              매일 내 두뇌의 한계와 대학 밖에 모르는 세상을 비관했다. 공부! 그 놈의 공부가 뭐 대단하다고? 나는 프로게이머를 꿈꿨다. 게임을 좀 하는 편이다. 수학 공식은 안 외워져도 게임만 관련되면 숫자가 자동으로 입력된다. 감각도 좀 있다. 하지만 부모님은 번듯한 직업이 아니면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재수학원에 갇혀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살아야 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이 세계에서, 나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최고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람머스의 경우, 아이템으로 서풍 세 개, 민병대, 모빌, 시미터, 요오무를 구입한 후, 질리언 제이스 갈리오 오리아나의 버프를 받으면 이동속도 9000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맵 넓이를 고려하면 상대 진영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3.1초입니다.]

              어제까지 쓸데없이 어려운 물리 문제를 떠들던 학원 강사 ‘앙마’는 이제 ‘리그 오브 레전드’에 관련된 강의를 한다.

              [최근에 발매 된 ‘스타크래프트 2 : 군단의 심장’편은 이전 출제 형식이었던 ‘스타크래프트 2 : 자유의 날개’와 다르게 분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분기와 유닛 특성에 따라 플레이 시간과 성취도가 크게 변했던 점이 줄었습니다. 따라서 성취도 부분에 더 집중하여 플레이한다면 플레이시간이 단축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다음이 최근 본 학원에서 분석한 성취도 달성에 따른 평균 플레이시간입니다. 여기를 보면…….]

              언어 영역은 ‘언어’가 아니라 ‘논리력과 추론 능력’을 파악하는 시험이라고 떠들곤 했던 학원 강사 ‘고득점’은 이제 게임 특성과 스토리를 분석하고 있다. 출제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은 블리자드 사의 ‘디아블로 시리즈’와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그리고 ‘월드 오브 레전드 시리즈’라고 한다. 세상에 이렇게 멋질 수가!

              아침 8시부터 시작된 강의는 오후 6시면 끝난다. 그 이후는 자율학습 시간. 하지만 난 멈추지 않고 게임한다. 초고속 인터넷과 고성능 컴퓨터가 설치된 아주 쾌적한 학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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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들어본 소리가 아닐까?

              [게임 그만 하고, 공부 좀 해!]

              아버지, 어머니, 아니면 형제자매에게 이런 소리를 들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다 문득 떠올렸다. 공부 대신에 게임을 하라고 했으면 잘 했을 텐데. 야간 자율 학습을 포기하고 피시방에서 갈고 닦은 게임 실력은 날 재수생으로 만들었다. 결국 부모님은 인서울 대학을 보내겠단 목표로 날 재수학원에 넣었다.

              학원은 강제 야간 자율 학습이라 나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게임은 주로 밤에 했다. 피시방에서 새벽 세 시까지 게임을 하고 아침 수업에는 잠을 잤다. 하지만 게임으로 인한 만족감은 잠에서 깨면 사라졌다. 후회만 남았다. ‘공부’는 해야만 하는 일이 되어 내 숨통을 조였다. 그 때 받은 것이다. 아주 뜬금없는 그 전화는.

              [안녕하십니까? 고객님과 연락하게 되어 무한히 영광입니다. 전광철 씨 맞으십니까?]

              여성 기계음의 목소리는 아주 매력적인 제안을 했다.

              [반갑습니다. 저희는 ‘E.B.E’ 소비자 조사팀으로서, 전광철 씨는 이번 추첨에서 선발되셨습니다. 전광철 씨는 본인이 원하는 ‘가정’을 하나 선택하실 수 있으며, 저희 ‘E.B.E'는 본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기술력을 동원하여 고객님의 ‘가정’을 현실로 바꿔드립니다. 고객님은 자신이 선택한 현실을 마음껏 누리시면 됩니다. 다만 소비자의 욕구를 측정하려는 본사의 의도에 따라 모든 것은 기록으로 남습니다. 만약 ‘가정’이 마음에 드시지 않다면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 언제든지 ‘원래의 현실’로 바꿔드릴 것입니다. 다만 연락은 저희가 드리며, ‘가정’을 선택하는 것은 처음 한 번의 기회 밖에 주어지지 않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보이스 피싱을 의심했다.

              [아닙니다. 어떠한 금전적 요구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어떤 새로운 ‘현실’을 원하시는지 말씀만 해주시면 됩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E.B.E는 없었다. 가장 연관성 높은 건, 엑스파일 17번째 이야기의 제목이었다는 것이다. 뭐? 외계 생명체?

              [혹시 외계인이에요?]

              [하하하!]

              기계음 웃음소리는 기묘했다. 무심코 물은 질문인데 성심껏 대답했다.

              [E.B.E.는 다목적 회사이며, 자세한 사항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E.B.E. 소비자 조사팀은 외계인으로 구성되지 않았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쯤 되니까 긴장이 풀렸다. 돈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소원 하나 말해보라는데 뭐 어때? 그래서 나는 소원을 말했다. 언제나 바랐던 그 소원.

              [감사합니다. 전광철 씨의 요청은 0시 이후부터 이행됩니다. 좋은 체험 되십시오. ‘E.B.E.' 소비자 조사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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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놀랍게도 소원은 이뤄졌다. 세상에!

              그 때는 소원을 제대로 빌었나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공부는 하기 싫고, 하지만 게임은 하고 싶다. 공부는 자신 없지만 게임은 자신 있지. 제일 중요한 것은 이거다. 공부는 재미없다! 하지만 게임은 즐겁다! 그래서 빌었다.

              [공부 대신에 게임을 잘 해야 했으면 좋겠어요. 수능 대신에 공부? 뭐, 그런 느낌의 세상이요.]

              하루아침에 세상은 반대로 뒤집혔다. 학원에 도착하니 책상에는 최신형 컴퓨터가 있었다. 바탕화면에는 온갖 게임이 설치되어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참고서는 전부 ‘게임 시나리오 분석’, ‘2013판, 무엇이 승리를 결정하는가?’ 같은 제목으로 바뀌어 있었다.

              수업 내용도 게임에 관련 된 것 뿐. 다만 블로그에서 개인적인 감상을 떠드는 수준이 아닌, 보다 차원 높은 이야기였다. 아이템 하나가 바뀌었을 때, 변화되는 수치를 ‘데미지’ 하나가 아니라, ‘소형, 중형, 대형 몬스터에 대한 데미지’, ‘방어 관통력에 따른 수치 변화’, '이에 따른 클리어 소요 시간 예상‘도 모두 살펴보고 있었다.

              [개구멍을 이용한 플레이는 너무 리스크가 커. 네 실력을 과신하지 않는다면 탈출로가 불확실한 곳보단 더 나은 곳에서 헤드샷을 노려.]

              [누가 요새 마비노기 같은 과목을 해? 이젠 어디 가서 알아주지도 않잖아? 우리 형도 만돌린 서버에서 이름 좀 날리는데, 아직도 던바튼에서 인챈트나 하고 있어.]

              [쿠키런이나 테일즈러너 같은 게임은 경쟁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등급에 따른 격차가 크잖아? 근데 생각보다 회사에서 스펙으로 안 본다더라. 왠지 알아? 쉽거든. 너무 쉬운 것만 집중해서 1등해도 경쟁력이 없어.]

              대학 등급컷, 입학 전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녀석들이 저런 대화를 하고 있었다. 단정한 차림에 뿔테안경을 쓰고 저런 말을 하니까 너무 웃겼다.

              문제도 있었다. 피시방에서 밤을 새던 친구들이 바뀐 것이다. 이제 학원 친구들은 독서실에서 밤을 샜다. 수학의 정석 같은 문제집을 풀면서.

              [생각보다 ‘피타고라스’가 내 흥미를 끌더라고. A^2+B^2=C^2 라는 공식 이상의 즐거움. 수학의 정석에서는 ‘가우스 함수’가 가장 어려운 단계라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니야. 다 각자의 장단이 있어.]

              [이것 봐, 이 문제는 중력가속도가 다른 경우를 가정했어. 달이나 화성 같은 곳 말야! 나 이런 문제 진짜 좋아.]

              [야, 이제 수학은 좀 질린다. 화학 할 사람? 나 괜찮은 N제 문제집 발견했어.]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모인 친구를 보니, 처음에는 웃음이 났다. 독서실이라니. 하지만 아무리 친구들이랑 어울리며 공부하는 척 해도 재미있지가 않아 빠져나왔다. 어차피 피시방 같이 가는 친구인지라 아쉬움보단 설렘이 컸다.

              이젠 내가 하고 싶은 게임을 할 수 있어!

              게임으로 대학을 가고, 게임으로 취업을 하고, 게임으로 성공해서,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남들은 고생하며 하는 것을 즐기면서 하다니. 우리나라처럼 학구열 높은 나라에서 태어나 다행이다. 아니, 그 전화가 와서 다행이다! 세상에! 난 이제 진짜 행복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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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퀭한 눈으로 모니터를 노려봤다. 더 이상은 할 수가 없다. 참을 수가 없었다. 부모님의 감격에 겨운 얼굴도, 새로 사귄 여자 친구의 존경스러운 눈빛도 전부 참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즐거웠다. ‘이제 맘 잡고 게임할게요.’ 하는 순간, 부모님은 감격하셨다. 매일 늦게까지 게임하다가 만난 여자 친구. 모르는 것 물어봐도 될까? 스타크래프트 이번 분기에서 토시랑 노바 중에 누굴 선택해야 좋을까? 게임을 열심히 한다며 고백한 그녀도 이젠 참을 수 없다.

              게임이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바뀐 세상도 혹독했다. 뭘 해도 최고만을 원했다. 나도 나름 게임에 감각 있고 실력 있다고 생각했는데, 좌절했다. 소수점 단위 데미지까지 외우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스타크래프트 apm 330도 있다. 이 세계의 측정 단위로 나의 게임 실력을 측정해보았더니, 중간 정도도 안 되었다. 그것도 재수 학원에서.

              의대를 가려면 스타크래프트 apm 400 이상이어야 하는데, 의대는 당연히 안 된다. 당연하지, 임요한 apm이 290인데. 약대는 리그오브레전드 캐릭터 별 패시브, 기술의 쿨타임과 데미지까지 다 외워야 한다. 물론 캐릭터 버프 별로 한타 데미지 계산하는 문제도 무리 없이 풀어야 한다. 장난해? 리그오브레전드 캐릭터는 150개가 넘는다고! 인서울 대학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업적 800개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 당연히 프로게이머는 최고의 직업이므로, 위의 모두가 기본이다.

              수시를 들어가려면, ‘서버 최초로 무엇을 했다.’는 증명이 필요하다. 타이틀이나 업적 같은 것. 아니면 서버 최고 수준이어야 한다. 모든 게임을 잘 해야 인정받지만, 어느 게임 하나만 최고로 잘해도 뽑힐 수 있다는 것이다.

              유료 아이템으로 쉽게 플레이 할 수도 없다. 유료로 플레이하면 무효화 된다. 전부. 그렇기 때문에 유료 아이템은 연습용 캐릭터로 끝내고 보통은 노가다를 한다. 과거에는 디아블로 하드코어 클리어, 최고레벨로 신문에도 나온 수재가 있었다. 하지만 요새는 게임이 다양해졌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 모두 잘 하는 사람을 원했다.

              아무리 게임을 좋아해도 한계가 있다.

              게임을 포기하고 싶게 된 계기는 학원 선생의 질책이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플레이하고 있었는데, 내가 플레이하는 것을 유심히 보더니 게임이 끝날 때까지 뒤에서 서있었다. 그리곤 끝나자마자 내 룬을 살피면서 비아냥거렸다.

              [학생, 지금 ‘볼리베어’를 플레이하면서 룬에는 전부 최대체력 상승을 투자한 거야?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아! 방어 관통력, 방어력 상승, 이동속도 증가, 마법 방어력을 적당히 섞어서 써야지 최대 체력만 올리면, 라인전에서 밀리는 것은 당연한데 무슨 짓이야? 생각을 좀 하고 해요, 학생.]

              결국 게임에 흥미를 잃었다. 그렇다고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락실? 거긴 수도쿠나 낱말퍼즐 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PC방? 학구적인 독서실이 되었다. 나이트클럽은 좀 나았지만, 이야기 하다보면 ‘아르키메데스’ 따위가 대화 소재에 나왔다. 젠장.

              결국 세상은 지옥이 되었다. 게임도 즐겁지 않았다. 나는 통화목록을 찾아 E.B.E. 소비자 조사팀의 전화 받은 날을 확인했다. 하지만 번호가 없었다. 뭐야? 내가 지웠나? 하지만 아니었다. 통화목록에서 E.B.E. 소비자 조사팀의 번호만 비어있었다.

              몇 개월을 기다렸지만, 연락이 없었다. 대학 수학 능력 평가시험, 일명 수능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영역별 점수는 형편없었고, 삶의 낙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숨이 막혔다. 소주를 몇 병이나 들이켰다. 좁은 고시원 바닥에 누워서 소리치며 울었다.

              [이러지 마! 제발! 날 여기서 꺼내줘! 이젠 싫어!]

              나는 한 평짜리 고시원에서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옆방에서 쿵쿵 벽을 치는 소리가 났다.

              [잘못했어! 이제 공부 하면서 투정 안 부릴게! 열심히 살게! 이건 지옥이야! 꺼내줘! 제발!]

              이젠 반대쪽 벽에서도 쾅 소리가 났다. 누군가 발로 찬 것 같다.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뭘 잘못했는지 나도 몰랐지만, 용서를 빌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잘못했어요. 제발요…….]

              따르릉. 전화가 울렸다. 내가 지정한 벨소리도 아니고, 그냥 따르릉. 나는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미칠 듯이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여성 기계음.

              [안녕하십니까? ‘E.B.E.' 소비자 조사팀입니다. 전광철 씨의 인생은 충분히 만족스러우셨습니까?]

              [아뇨! 끔찍해요! 날 원래대로 돌려줘요! 제발!]

              이제 고시원 바깥에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쾅쾅쾅. 노크 소리도 들렸다.

              [지금까지 전광철 씨의 모든 것은 저희 ‘E.B.E.' 소비자 조사팀의 자산으로 기록화 되어 있으며, 이는 본사의 권한으로 처리 가능함을 다시 한 번 확인 드립니다. 이는 당초 계약 요건에 따른 것이며, 원하시면 계약 당시 영상을 사본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맘대로 해요! 이제 날 원래대로 돌려줘요! 제발!]

              온몸에 힘이 빠지고 토악질이 났다. 시야는 흐려지고 모든 것이 어지러웠다. 전화를 댄 얼굴이 뜨거웠다. 밖에서는 문을 부술 것처럼 간헐적인 쿵쿵 소리가 들렸다.

              [알겠습니다. 전광철 씨께서 만족하시길 바랍니다. E.B.E. 소비자 조사팀이었습니다.]

              나는 아늑해지는 정신 너머로 소리 질렀다. 제발요! 제발! 원래 삶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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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뜨니 하얀 천장이 보였다. 그리고 어색한 각도로 날 보고 있는 어머니의 얼굴. 저 멀리 있는 아버지의 튀통수.

              [광철아! 아들! 아아……. 광철아…….]

              어머니는 내가 눈 뜨자마자 눈물을 쏟으셨다. 그리고 내 얼굴을 마구 주무르셨다. 나도 눈물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엄마…….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이젠…….]

              아버지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침대 곁으로 다가오셨다.

              [이 놈아! 힘들면 말을 해야지! 나쁜 생각이라도 먹었던 거야? 무슨 일이었어?]

              혼을 내는 것 같은데, 목소리는 한없이 겁에 질린 목소리였다. 죄송했다. 나는 울음을 꾹꾹 삼키면서 말했다.

              [미안해요, 아빠. 이제…… 이제 진짜 공부 열심히 할게요.]

              어머니는 나를 꼬옥 안으며 울었다.

              [아니다. 난 너만 좋으면 돼.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렴.]

              나는 울면서 어머니를 꼭 안았다.

              [저는요……. 이제…….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는 말을 맺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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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E. 소비자 조사팀 : 무엇을 원하십니까?

지나가는개 : 1000억 주세요. 아니, 왜 아무도 이 소원을 안 빌어?

E.B.E. 소비자 조사팀 : 저희가 안 들어드리니까요. 그런 쪽 정보는 많습니다. 무작위라고 해도, 그런 부류는 배제하고 선택합니다.

지나가는개 : 그럼 원빈만큼 잘 생기게 해주세요.

E.B.E 소비자 조사팀 : 다시 태어나게 해드리겠습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2 03: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