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 조셉. 29살. 하지만 아직까지 변변한 직장 하나 없다. 근무하고 있는 곳은 유명 패스트푸드 체인점, 맥도널드의 주방. 조항에 따라 타이머대로 조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조셉은 따르지 않는다. 매니저도 어느 정도 묵인하고 있다. 그가 조리한 것이 더 맛있으니까. 감자튀김은 더 바삭하고 짭짤한 맛도 좋다. 햄버거 역시 일품이다. 물론 재료는 본사에서 가져다주지만 먹어본 사람은 조리하는 사람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보니 매니저의 신임을 많이 받는다. 보너스를 챙겨주는 손길에는 아까움이라곤 없다.

        하지만 그것이 조셉이 가진 장점의 전부다. 키 173cm, 몸무게 137kg의 육중한 거구는 보는 이를 압박한다. 특히 아랫배와 턱에 늘어진 살 때문에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둔해 보인다. 늘어난 턱살은 면도하기도 불편해서 조금만 늦게 일어나면 불쾌한 턱수염을 삐죽삐죽 달고 출근해야 한다. 국립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터 고등학교를 중퇴할 때까지 두둑한 뱃살을 달고 다닌 조셉은, 비만이 콤플렉스이다.

        [야, 돼지. 감자튀김 더 튀겨.]

        단기 알바로 들어온 스티브는 잘 빠진 근육질이다. 집안에서 노는 꼴을 보지 못 하겠다는 이유로 부모가 억지로 출근시킨 모양인데, 출근 이후에는 거의 농땡이다. 하지만 여직원과 손님이 좋아하기 때문에 ‘드라이브 인 창구 (Drive-In-Window)'에서 주문을 받는다. 살이 찐 사람을 유독 싫어해서인지 조셉을 틈만 나면 괴롭혔다.

        [먹는 모습도 진짜 게걸스럽네.]
        [패스트푸드점은 먹으러 온 거야? 일하러 온 거야?]
        [살 뺄 생각은 안 해 봤어? 그런데 왜 이래? 야, 의지가 부족해서 그래.]

        사람들이 없는 자리에서는 더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렸다. 조셉은 이에 자극받아 다이어트를 시도했지만 어림없었다. 오히려 나중에 밀려온 식욕에 굴복하여 한밤중에 맥너겟과 다이어트 콜라를 꿀꺽꿀꺽 삼켰으니까.

        음식을 삼키면서 울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 고백한 친구에게 거절당한 일. 아기 코끼리 같다고 놀림 당한 기억. 따돌림. 무시. 입사 지원서 서류 전형에서 떨어지는 것도 모자라, 면접 자리에서는 노골적인 조소. (본인도 관리 못 하면서 우리 일은 어떻게 관리할 생각이죠?) 모두 자신이 뚱뚱해서 생긴 일이다. 끔찍한 비만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며, 울면서 음식을 삼키는 자신에게 익숙해졌고, 어느덧 29살 생일을 맞이한 것이다. 튀김 기름 냄새에 절어 잠드는 한심한 인생.

        -

        월세 350달러. 작고 좁은 악취가 나는 방이 조셉의 방이다. 수도꼭지가 부숴져 물이 위로 솟구치고, 텔레비전 수상기의 안테나가 밖으로 나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언제나 창문을 열어놔야 한다는 점만 빼면 나쁘지 않다. 조셉은 바퀴벌레를 크게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다. 조셉은 이 방에서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벌크 조셉의 생일 선물은 아주 기묘한 것이었다. 페퍼로니 피자와 빅 사이즈 쉬림프 햄버거, 치킨 너겟 5조각과 코카콜라 1.5L, 피칸 파이 두 조각은, 거기에 약간의 취기를 더하고 싶어, 버드와이저 3병을 마셨다. 물론 이건 조셉, 스스로에게 준 선물이었다. 기묘한 선물은 아니다. 기묘한 선물은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 예상치 못할 때 왔다.

        그러니까 조셉이 ‘아메리칸 슈퍼모델’을 보는 중이었다. 날씬하고 잘 빠진 몸매의 남녀가 나와 슈퍼모델로서의 자질을 겨루는 프로그램을 보며, 자신의 뱃살과 초콜릿 복근을 비교했다. 손바닥으로 내려치자 살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지이잉.

        전화가 온 것은 3번 출연자가 복근과 흉근을 강조하는 셔츠를 입고 등장했을 때이다. 조셉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고객님과 연락하게 되어 무한히 영광입니다. 벌크 조셉 씨 맞으십니까?]

        목소리는 아름다운 여성의 것인 기계음이었다.

        [예……. 제가 조셉입니다.]

        목소리는 숨도 쉬지 않고 빠르게 내뱉었다.

        [반갑습니다. 저희는 ‘E.B.E’ 소비자 조사팀으로서, 벌크 조셉 씨는 이번 추첨에서 선발되셨습니다. 벌크 조셉 씨는 본인이 원하는 ‘가정’을 하나 선택하실 수 있으며, 저희 ‘E.B.E'는 본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기술력을 동원하여 고객님의 ‘가정’을 현실로 바꿔드립니다. 고객님은 자신이 선택한 현실을 마음껏 누리시면 됩니다. 다만 소비자의 욕구를 측정하려는 본사의 의도에 따라 모든 것은 기록으로 남습니다. 만약 ‘가정’이 마음에 드시지 않다면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 언제든지 ‘원래의 현실’로 바꿔드릴 것입니다. 다만 연락은 저희가 드리며, ‘가정’을 선택하는 것은 처음 한 번의 기회 밖에 주어지지 않습니다.]

        조셉은 수화기를 노려보았다. 뭐야? 장난 전화야?

        [그러니까 소원을 들어준다는 이야기입니까?]

        혼잣말이었다. 하지만 기계음은 착실히 대답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소원’은 아닙니다. 다른 차원의 현실에서 본인의 삶을 누릴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종의 가상 체험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현실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의, 그리고 실제 본인의 삶과 다름없는 현실을 제공해드립니다.]

        [아, 그래요?]

        조셉은 흥미가 식었다. 장난 전화치고 공은 들였으나 도무지 속고 속이는 맛이 없는 장난전화였다. 너무도 터무니없었다. 조셉은 다시 아메리칸 슈퍼모델에 집중했다.

        [……기록은 보관됩니다. 그러면 고객님의 요청은 무엇이십니까?]

        [아? 네? 아…….]

        조셉은 그냥 전화를 끊으려다가 갑자기 스티브의 얼굴이 떠올랐다. 재수 없는 녀석. 너 같은 녀석도 내가 받는 스트레스를 알았으면 좋으련만. 그러자 갑자기 재미난 요청이 떠올랐다. 조셉은 반쯤은 장난으로 요구사항을 말했다.

        [감사합니다. 벌크 조셉 씨의 요청은 0시 이후부터 이행됩니다. 좋은 체험 되십시오. ‘E.B.E.' 소비자 조사팀이었습니다.]

        



        -



        조셉이 눈을 뜨고 아침식사를 준비할 때까지 변화를 느끼진 못 했다. 시리얼을 가득 담은 세숫대야 같은 그릇에 우유를 1L 가까이 붓고 나서야 변화를 느꼈다. 조셉이 켜놓은 TV 채널에서는 볼이 터질 것처럼 살이 찐 여자 아나운서가 뉴스를 전하고 있었다. 원래는 미모의 금발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뉴스였다.

        응?

        조셉은 채널을 돌렸다. 광고. 뉴스. 서바이벌 쇼. 그리고 패션 광고까지. 텔레비전을 가득 메운 출연자는 모두 어마어마한 뚱보였다.

        설마?

        조셉은 계속 채널을 돌렸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아메리칸 슈퍼모델 재방송에 나온 출연자 모두가 뱃살이 축 처진 뚱보라는 사실이었다. MC는 얼마나 뚱뚱하고 뒤뚱거리는 여성 출연자에게 찬사를 보내고 있었다. 족히 100kg은 되어 보이는 여성이었다.

        장난 전화가 아니었어?

        조셉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그의 거짓말 같은 소원이 이뤄진 것이다. 스티브는 자신의 멋진 몸매에 자부심이 있었다. 스티브는 조셉의 뚱뚱한 외모를 놀림감으로 삼았었다. 조셉 역시 몸매에 콤플렉스가 있기 때문에, 놀림을 웃어넘기면서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물론 스티브보단 덜 하지만 조셉 주위 사람은 뚱뚱한 조셉을 우습게보고 있었다. 나의 울분을 너희도 겪었으면 좋겠다. 아니, 입장이 반대였으면 좋겠다. 놀림 받는 입장의 괴로움을 알아봐라. 그래서 어제의 요구사항은…….

        [뚱보가 매력적인 세상. 마르거나 근육질은 루저인 세상으로 만들어줘요.]

        짜잔! 그 소원이 이뤄진 것이다. 자고 일어나니까, 순식간에! 텔레비전 뿐 아니라 잡지, 신문, 바깥에 보이는 옥외간판까지 전부 뚱보를 매력적인 모델로 사용하고 있었다. 조셉은 볼을 꼬집었다. 아얏. 꿈은 아니다. 조셉은 특수 제작한 긴 벨트와 멜빵으로 바지를 고정하고 출근했다.

        원래 출근길에 조깅하는 사람이 한둘 보이기 마련이었는데, 오늘은 그런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심장이 쿵쾅 거리기 시작했다. 이것이 가능이나 한 일인가? 장난 전화인 줄 알았는데 진짜였어! 회사 이름이 뭐랬지? 알파벳 E로 시작했는데. 아냐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이걸 어떻게 한 거야? 듣도 보도 못한 회사였는데!

        조셉은 맥도날드 직원실에 들어가 위생복을 입었다. 그 때, 수를 보았다. 금발에 날씬한 그녀는 조셉이 마음에 두는 여자다. 하지만 평소의 수는 근육질의 스티브에게만 인사를 건넬 뿐, 조셉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 수였는데, 오늘은 달랐다.

        [안녕, 조. 오늘은 더 멋진 것 같네.]

        조셉은 어, 안녕. 정도로 밖에 대답하지 못 했다. 하지만 수는 그걸로 만족했는지 방긋 웃으며 조셉을 직원실을 나섰다. 조셉은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종일 드라이브 인 창구 부엌에서 감자튀김을 튀기고, 햄버거를 만들었다. 이건 평소와 같았지만, 나머지는 달랐다. 모든 점원이 조셉에게 관심을 보였다. 인사를 건네고, 농담을 건네고, 근황을 물었다. 심지어는 몸매 관리 비결을 묻는 질문도 있었다. 재수 없는 스티브 녀석은 조셉을 피해 다녔다. 그야말로 끝내주는 하루였다.

        하지만 가장 최고의 사건은 퇴근 시간에 일어났다. 매니저가 그에게 다가와 ‘당신처럼 훌륭한 인재가 요리에 재능이 있다는 것이 아쉬워. 그 재능이 없었다면 당장 프런트로 옮길 텐데 말이야. 손님이 아주 문전성시를 이룰 거야.’ 라고 말한 것이다.

        조셉은 최고의 기쁨으로, 그리고 조금은 걱정된 마음으로 몇 군데 들리기로 했다. 확실히 하고 싶었다. 그 회사가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겠지만. ‘가상’을 현실로 만들어준다고 했으니. 조셉은 우선 서점으로 향했다.




        -



        퇴근 이후부터 조셉은 서점, 백화점, 의류점 등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가장 먼저 서점을 간 이유는 간단하다. 다이어트를 할 때마다 ‘월간 헬스’ 같은 잡지를 구매했었던 서점에 과연 무슨 책이 있을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거긴 ‘월간 뚱보’가 있었다. 이두박근 만드는 법, 칼로리를 적게 건강히 섭취하는 법을 다루던 글은 완전히 반대로 바뀌어 있었다. 적은 부피로 많은 칼로리 섭취하기. 꼭 필요한 만큼만 움직이는 방법. 부위별 예쁘게 살찌우기 등의 글이 있었다.

        백화점 슈트 코너에는 더 이상 기성품이 많지 않았다. 아주 큰 덩치를 위한 기성복도 있었지만, 보통은 주문 제작이었다. 여성복도 마찬가지여서 날씬한 마네킹 대신에 둥글고 거대한 여자 마네킹이 옷을 입고 있었다.

        세상은 온통 뚱보에 열광하고 있었다. 마르고 근육질인 남성은 소수의 취향일 뿐, 대다수는 그들을 패배자로 불렀다. 뚱보만이 매력적인 요소였다.

        지금 이 사회에 따르면, 조셉 벌크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매력남이다. 터질 것 같은 뱃살과 축 늘어진 턱살은 그들이 원하는 최고의 미남상이다.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기뻐서 베개로 입을 막고 소리를 질렀다. 조셉은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들뜨기도 했지만 걱정도 있었기 때문이다. 내일이 되면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세상은 그대로였다. 뚱보만을 원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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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27년. 벌크 조셉은 56세가 되었다. 아내인 수는 여전히 말랐다. 살이 쉽게 찌지 않는 체질에다가 많이 먹질 못 했기 때문이다. 본인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조셉의 헌신적인 배려로 수는 이제 살찌길 포기했다.

        벌크 조셉은 살이 더 쪘다. 17kg을 더 찌워 154kg이 된 것이다. 주위에서는 참 대단하다며 그를 치켜 올렸다. 세상이 그의 외모를 매력적으로 보니, 조셉은 자신감이 생겼다. 자신감 덕분에 용기도 생겼다. 대출을 받아 시작한 요식업은 크게 성공했다. 매력적인 뚱보가 운영하는 식당. 게다가 맛도 일품. 칼로리도 일품. 입소문이 손님을 불러 체인점까지 내게 되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더 많은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전에는 먹으면서 살찔 걱정을 했는데, 이제는 그럴 염려가 없어져 더욱 즐겁게 먹을 수 있었다.

        걱정이 있다면, 주위에서 권한 대로 지내다보니 체중으로 인한 당뇨병, 간 질환, 관절에 생긴 염증을 달고 산다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체중 감량을 하고 꾸준한 운동을 해야 한다고 권했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이미 세상은 뚱보를 원했다. 의사마저 뚱보였다.

        [우습지만 행복하다.]

        조셉은 27년간 행복 그 자체로 지냈다.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E.B.E.’에서 전화가 오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소원을 들어주고 나면, 원래대로 돌아갈 지 묻는 전화가 온다고 했었으니까.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전화 옆에 앉아 십분 정도 시간을 보내곤 했다. 언제라도 전화가 와서 ‘이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야 합니다.’고 할 것 같아서다. 그 사실이 겁이 나서 조셉은 쉽게 잠을 이루지 못 했다.

        조셉은 매일 자정을 넘기기 전까지는 잠을 이루지 못 했다. 무시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전화를 받지 않으면 더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조셉의 동의와 상관없이 원래의 세계로 돌려보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정까지 전화를 기다리다 잠들곤 했다.

        특이 오늘은 특별했다. 아침부터 강한 느낌을 받았다. 조셉의 생일이었고, 알 수 없는 서늘함이 등골에 머물러 있었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멈추질 않았고, 숨이 가빴다. 조셉은 이걸 계시라고 느꼈고, 따라서 아내와 아이를 재운 뒤에 전화를 기다렸다.

        조셉의 통통한 손목에 달린 전자시계가 자정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전화가 울렸다. 조셉은 심호흡을 하고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27년 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기계음이 들렸다.

        [안녕하십니까? ‘E.B.E.' 소비자 조사팀입니다. 조셉 벌크 씨의 인생은 충분히 만족스러우셨습니까?]

        조셉은 마른 침을 삼켰다. 그리고 가까스로 ‘예.’라고 대답했다.

        [지금까지 조셉 벌크 씨의 모든 것은 저희 ‘E.B.E.' 소비자 조사팀의 자산으로 기록화 되어 있으며, 이는 본사의 권한으로 처리 가능함을 다시 한 번 확인 드립니다. 이는 당초 계약 요건에 따른 것이며, 원하시면 계약 당시 영상을 사본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조셉은 괜찮다고 말한 뒤, 조심스럽게 물었다.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예, 말씀하시지요.]

        조셉은 27년 동안 품어왔던 질문을 했다.

        [당신들……. 'E,V,E,'는 무슨 회사입니까? 어떻게 이 놀라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지요? 아니면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입니까? 그리고…….]

        조셉은 가장 궁금했던 마지막 질문을 했다.

        [나는 이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야 하는 것입니까? 그러니까……. 제가 뚱보이면서 끔찍한 패배자인 삶으로요.]

        대답은 주저 없이 돌아왔다.

        [본사에 대한 어떤 정보도 밝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무작위 추첨에 의해 조셉 벌크 씨가 당첨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꿈은 아니며, 현실입니다. 다만 다른 차원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만약 조셉 벌크 씨가 원하신다면……, 현 상황을 유지해 드릴 수 있습니다.]

        조셉은 마음의 안개가 걷힌 듯 했다.

        [하지만 조셉 씨의 건강 상황에 따르면 20-25일 이내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본사에서는 이를 사전에 통보, 원래의 현실로 돌아갈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조셉 벌크 씨의 의견에 따릅니다. 다만 본사는 조셉 벌크 씨에게 발생할 수 있는 일에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조셉은 놀라지 않았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했다. 전화가 다시 온다면, 어떤 종류의 ‘끝’ 앞에서 전화가 올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리고 대답도 언제나 하나였다. 다시 전화가 와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것이냐 묻는다면? 패배자 뚱보의 삶으로 살아가길 원한다면? 어떤 대답을 할 지. 지극히 당연했다.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예, 말씀하십시오.]

        [만약 제가 이 현실에 남아있길 원한다면, 제가 죽고 난 다음의…… 그러니까 저의 현실은 어떻게 됩니까?]

        그러자 기계음은 뜻밖의 대답을 했다.

        [죽고 난 다음 따위, 알 필요가 있습니까?]

        조셉은 발작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하하하! 하하! 그렇군요. 하하! 맞아요. 죽고 난 뒤 따위! 하하하! 그렇다면 저는…….




-



        양복 차림의 두 남녀는 차를 홀짝이며 대화를 나눴다.

        [조셉이 그렇게 갈 줄 몰랐지.]

        한 남자가 말했다.

        [난 알고 있었어. 그 사람 너무 뚱뚱했잖아.]

        한 여자가 대답했다.

        [근데 그 사람 유언으로 묘비명을 정해놨대.]

        [정말? 뭐라고?]

        남자는 입 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여기 멋쟁이 뚱보 잠들다.’]

        그러자 여자의 얼굴에서도, 미소(微少)인지 조소(嘲笑)인지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이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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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E. 소비자팀 : 어떤 삶을 원하십니까?

지나가던개 : 누구도 반할 만큼의 외모로 바꿔주세요.

E.B.E. 소비자팀 : 본사 능력 밖입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2 03:0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