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멀리서부터 점점 빠르게 가까워지는 두개의 불빛이 보인다
"이쯤이면 가능할 것 같아"
"뭐라고?"


두개의 불빛이 내 몸을 스쳐간다
"누나! 연이누나!"
아파.
하지만 괜찮아, 난 이제 괜찮아..
이젠 정말 안녕..




일주일 전
연이누나는 날 보며 웃는 얼굴로 차에 치여 흩날리는 꽃잎처럼 사라졌다
내가 정말 사랑했던 사람..
하지만 서로의 행복을 위해 선택했던 이별은 그녀에겐 감당할 수 없는 독이 되었다
이겨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누나는 내 생각보다도 더 연약한 사람이었나보다
너무 늦게 깨달았다


1년 전쯤, 누나와 내가 헤어지고 난 뒤 몇 주 지나지 않아 내 옆에 새로운 여자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누나는 정말 괴로워했었다고 했다
정말 아파했었고 몸도 마음도 병들어갔다고.. 들었다
나는 새로운 사람과의 달콤한 꿈에 빠져
내가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이 아파한다는 말조차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괜찮아 지겠지 싶었고 무시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였고, 나는 단지 내가 행복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누나를 잊고 살았다.
그렇게 누나의 병은 점점 더 아물수 없는 상처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2주 전쯤 누나에게 연락이 왔었다
잘 지내냐고 물었고, 정말 힘든 일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겠냐고 잠시만 옆에 있어 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래서 만났다, 그날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모른채로..


누나는 내 앞에서 계속 울기만 했다.
솔직히 말해서 누나의 우는 모습이 나는 정말 지겨웠다
힘든 일을 혼자 견뎌내지 못하고, 누나는 꽤 자주 울었다. 우리가 사귀는 동안에도...
1년만에 만난 이 자리에서 누나는 또 힘들다는 핑계로 울고있었다.


한 시간쯤 흘렀을까 누나는 울음을 멈추고 걷자고 했다.
아무말도 없이 꽤 먼 거리를 걸어왔고, 내 여자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전화좀 받아도 되겠냐는 내 물음에 누나는 아무말도 없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통화를 했다.
어디냐는 여자친구의 말에 잠시 친구와 있다고 둘러댔고
집으로 잠깐 와달라는 말에 2시간쯤 뒤에 도착하겠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내 눈이 누나를 찾았을 때, 누나가 날 계속 보고있었다는 걸 알았다.


"이거.. 잠깐만 들어줄래?"
누나는 작은 쇼핑백을 건냈다, 편지봉투가 다섯개 쯤 들어있었다.
"누나 근데 무슨 일 있어? 아까 왜 울었어?"
"이쯤이면 가능할 것 같아"
"뭐라고?"


내 물음을 듣지 못한 것 처럼 누나는 날 보며 뒤로 걸어가고 있었고
그 순간 누나는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죽어버렸다.


작은 쇼핑백의 편지는 나와 누나의 가족들, 친구들을 위한 것이었다


'나..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너를 계속 사랑하는 내 자신이 너무 한심했어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 잊혀지겠지 했는데도 점점 더 선명해질 뿐 너는 잊혀지지 않았어
우리 헤어지던 그 날부터 난 너무 괴로웠고 견딜 수 없었어
그러다가 너에게 새로운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게되고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너와 그녀는 정말 행복해 보였고
날 사랑한다던 그 눈빛으로 너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어
우리 사귈 때 너에게 내가 자주 말했지.. 죽을만큼 사랑해서 마음이 아프다고..
이 마음이 변하지 않아서 더 아팠고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너는 나라는 사람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것 같았어.
그래서 그랬어.. 그래서 난 이제 이 세상에 없어
이제.. 나를 잊지 말아줄 수 있겠어..?'


누나는 나에게 사랑이었어
내가 왜 그걸 기억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던거야
사랑은 현재에만 종속되는 것이고 나에겐 다만 새로운 사람이 생겼던거야
누나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지만 분명히 사랑이었고 내 머릿속에 있는데
왜 그깟 사랑때문에 세상을 버려...
진심으로 누나가 나보다 더 좋은 사람과 더 행복하게 사랑하길 바랬어
그것 뿐이었어..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19:4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