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일지. 2103년. 1-094-39501 기록]
눈을 떠보니 알 수 없는 환경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냉동 캡슐의 시간 표시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다행히 핵융합 동력은 가동 중이라 냉동 캡슐 자체는 무사한 것 같다. 눈을 떠보니 내 옆에 깨어 있는 사람은 없다. 게다가 지하 벙커가 아닌 숲 속에서 눈을 떴다. 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미 주위에 어둠이 가득하다. 역시 터진 것인가.


[생존 일지. 2103년. 1-094-39502 기록]
의무 사항인 생존 일지를 기록하고 있지만 기록이 제대로 전송 및 기록되고 있는지 불분명하다. 냉동 되었던 여파인지 기억 장애가 있다. 냉동 후유증인 것 같다. 방금도 입고 있던 바지에 땀이 차서 벗으려고 했는데 방법을 몰라 헤맸다. 덕분에 지퍼가 완전히 엉망이 되었다. 억지로 벗은 탓이다. 잠에서 깨니 낮이었다. 하지만 해가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캡슐에서 나왔다가 내가 미친 줄 알았다. 숲의 색이 보라색이었다. 땅의 색은 흰 색이었다. 기억 장애인지 아닌지 기록을 확인할 즈음에는 확실해지겠지. 하지만 역시 뭔가 이상하다.


[생존 일지. 2103년. 1-094-39504 기록]
기억 장애가 아니었다. 내가 알고 있던 세계가 아니다. 결국 막지 못 했나. 생존 일지 기록 날짜도 냉동 캡슐에 들어간 그대로 멈춰있다.


[생존 일지. 2103년. 1-094-39505 기록]
40개씩 25층으로 놓여 있어야 할 냉동 캡슐이 숲 곳곳에 흩어져있다. 거대한 폭발로 흩어진 것인가. 지하 벙커는 지하 5km에 위치했고, 지상에도 거대한 돔 형태의 완충제가 있었다. 폭발의 수준을 가늠할 수가 없다. 숲이 생길 정도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난 것일까. 100년은 족히 지났을 것 같다.


[생존 일지. 2103년. 1-094-39506 기록]
반영구 보존 식량 컨테이너를 찾아냈다. 냉동캡슐 층 위에 있었는데 무사했던 모양이다. 주위에 정체를 모를 식물보단 맛없는 반영구 보존 식품이 믿을 만하다. 쇠고기 맛을 먹었는데 끔찍하다. 쇠고기를 전혀 먹어보지 못한 사람이 만든 것 같다.


[생존 일지. 2103년. 1-094-39507 기록]
냉동 캡슐을 발견했다. 해동 과정을 진행 하는데 어떻게 하는지 기억하느라 진땀을 뺐다. 해동 과정을 진행하고 생명가동 장치를 켰다. 앞으로 열네 시간 뒷면 캡슐 안의 사람이 일어날 것이다. 반투명 내부로 보이는 인물은 아름다운 여인이다. 내심 기대했다.


[생존 일지. 2103년. 1-094-39508 기록]
내가 죽인 거야. 난 살인자야.


[생존 일지. 2103년. 1-094-39511 기록]
난 좋은 의도였다구.


[생존 일지. 2103년. 1-094-39610 기록]
며칠이 지났다. 아무리 기다려도 죽은 여자는 깨어나지 않았다. 인식표를 보니 22살 밖에 안 되었는데, 죽었다. 죄책감이 크다. 하지만 시체 썩는 냄새가 고약했다. 원래 이렇게 지독한 줄 몰랐다. 보존액 속이라 습기가 가득했다. 끈적거리는 시체를 꺼내 땅에 묻었다. 땅 속은 지독하게 진한 보라색이었다. 검은 흙이나 흰 모래가 아니었다. 뭔가 일어난 것이 분명하다. 시체를 묻고 장례식을 했다. 종교는 없으나 하나님 곁으로 가길 빌었다.


[생존 일지. 2103년. 1-094-39621 기록]
긴장 탓에 물을 자주 마셨다. 냉동 캡슐의 보존 냉각수는 마셔도 되는 걸까? 남은 식량은 많은데 마실 물이 없다.

[생존 일지. 2103년. 1-094-39635 기록]
강을 찾았다. 강 주변에 노란색 이끼가 잔뜩 자라고 있다. 진풍경이다. 강에 흐르는 물은 맑았으나 먹어도 될지 모르겠다. 냄새는 나지 않는다. 끓여 먹어볼까.


[생존 일지. 2103년. 1-094-39639 기록]
나뭇가지를 모았으나 전부 보라색이라 굉장히 이상하다. 더 이상 나무가 타지 않게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일까. 불이 붙지 않는다.


[생존 일지. 2103년. 1-094-39641 기록]
불을 못 피우겠다. 방법은 제대로 된 것 같은데 왜 불이 안 붙지.


[생존 일지. 2103년. 1-094-39660 기록]
이런 제기랄! 아차. 실수다. 말을 할 때 녹음 버튼을 누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불이 안 붙어서 화가 났다. 기록 삭제를 부탁한다.


[생존 일지. 2103년. 1-094-39693 기록]
원인을 알았다. 나뭇가지는 바짝 마른 것을 사용해야 했다.


[생존 일지. 2103년. 1-094-39700 기록]
물을 끓여 윗물만 마셔보았다.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문제는 없어 보인다.


[생존 일지. 2103년. 1-094-39713 기록]
젠장. 문제가 있다. 탈이 난 것 같다.


[생존 일지. 2103년. 1-095-39719 기록]
한참 배앓이를 했지만 괜찮아졌다. 티셔츠로 물을 걸러내고 끓여 먹었더니 괜찮은 것 같다. 물갈이를 한 것 같다.


[생존 일지. 2103년. 1-095-39810 기록]
나처럼 깨어난 사람은 없는 걸까?


[생존 일지. 2103년. 1-095-39813 기록]
원래는 다른 생존자와 함께 판단해야 하지만 혼자 기록을 남긴다. 냉동 캡슐의 작동 방법을 정확히 숙지하지 못 한 탓에 남을 깨울 수가 없다. 약 수 주를 관찰한 결과를 요약해 보고한다.

해를 관찰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낮과 밤은 일정하게 존재한다. 구름이 짙게 낀 하늘처럼 뿌옇다. 먼지 구름이 생겨 빙하기가 올 거라는 전망이 맞는 줄 알고 놀랐다. 하지만 날씨는 온대 지방과 비슷하다. 따뜻하고 습도도 적당하다.

토양과 식물군이 크게 변화했다. 어떤 종의 돌연변이인지 추측 불가능할 정도로 변이했다. 색은 물론이고 모양과 생태도 특이하다. 며칠 전 목격한 한 꽃은 꽃잎이 오물거리더니 작은 꽃을 만들었다. 뿌리와 줄기, 꽃가지를 가진 작은 미니어처 같았다. 그걸 땅 속에 콕 박아 넣었다. 마치 동물 같은 움직임이었다. 여러 과일을 발견하여 잘라보고 냄새를 맡았다. 달콤한 향이 나는 것도 있었고, 동물 시체 냄새가 나는 것도 있었으나 맛을 보진 못 했다. 독이 있는지 확인할 수가 없다.

동물은 전혀 발견하지 못 했다. 곤충마저 없다.

기타 생존자를 확인하지 못 했다. 음식은 충분하나 외롭다.


[생존 일지. 2103년. 1-096-39818 기록]
로빈슨 크루소가 된 것 같다. 나무를 모아 집을 짓고 있다. 내 전공 분야가 도움이 되는 곳은 하나도 없다. 첨단 기기가 몽땅 사라졌다. 아주 간단한 실험조차 할 수가 없다. 하지만 평소 봐둔 드라마가 도움이 되었다.


[생존 일지. 2103년. 1-096-39837 기록]
생존자를 만나지 못 했다. 집을 짓는 일은 생각보다 고되다. 낮과 밤은 놀라울 정도로 일정하다. 그러고 보니 비도 오지 않는다. 온대 지방처럼 날씨가 지속된다면. 집 짓는 속도를 높여야겠다. 우기가 있을 지도 모른다.


[생존 일지. 2103년. 1-096-39891 기록]
온 몸이 쑤신다. 선물 받은 스위스 접이식 칼은 벌써 부러졌다. 손발이 전부 물집이 잡혔다. 틈틈이 냉동 캡슐을 찾아보고 있다.


[생존 일지. 2103년. 1-096-39900 기록]
집 짓는 것은 포기했다. 어차피 캠핑 기분으로 만들었으니 잘 될 리가 없다. 생활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온도, 습도는 완벽하게 쾌적하다. 공기는 오염된 것 같지 않다. 핵 오염은 낭설이었나.

반경 2km 정도를 살펴보니 캡슐이 스무 개 가량 존재했다. 이대로 아무도 만나지 못 하면 캡슐을 작동시켜야 할 것 같다.


[생존 일지. 2103년. 1-098-39911 기록]
솔직히 겁난다. 외롭다. 혼자는 싫다.


[생존 일지. 2103년. 1-098-39915 기록]
냉동 캡슐을 작동한다. 해동을 시작한다. 제발. 이번에는 살아줘. 부탁이야. 부탁이에요.


[생존 일지. 2103년. 1-098-39929 기록]
또 죽이고 말았다.


[생존 일지. 2103년. 1-098-39935 기록]
냉동 캡슐 고장 때문인 것 같다. 해동조차 되지 않았다. 차가웠다. 이번에는 나와 비슷한 나이 대의 중년 남성이었다. 이전의 여자 옆에 묻어줬다.


[생존 일지. 2103년. 1-098-39961 기록]
세 번째 시도. 하나님 제발. 이 사람을 살려주세요.


[생존 일지. 2103년. 1-098-39977 기록]
빌어먹을! 하나님 따윈 없어!


[생존 일지. 2103년. 1-098-39995 기록]
두렵다. 두려워. 하나님 제발. 죄송합니다. 제 죄를 그들의 목숨을 이용해 벌주지 마세요.


[생존 일지. 2103년. 1-098-39999 기록]
네 번째 시도.


[생존 일지. 2103년. 1-099-40011 기록]
원 캡슐 반경 25km 내의 냉동 캡슐 수는 아흔 일곱 개. 그 중 쉰다섯 개의 캡슐이 실패했다. 일부는 이미 반파 되어 있었다. 쉰여섯 번째 시도. 이젠 무덤덤한 내 자신이 무섭다.


[생존 일지. 2103년. 1-099-40028 기록]
기계음이 들렸다. 그 의미를 몰라 한참 멍하니 있었다. 해동이 성공했다. 생명 유지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심장 박동이 들린다! 세상에! 하나님 감사합니다.


[생존 일지. 2103년. 1-099-40033 기록]
혈색이 돈다. 살아나고 있다. 숨을 쉰다.

[생존 일지. 2103년. 1-099-40037 기록]
막 눈을 뜨려고 한다. 이십 대 후반의 여성. 무심코 손을 잡을 뻔 했지만 참았다. 손을 대면 사고라도 날 것 같았다.


[생존 일지. 2103년. 1-099-40038 기록]
눈을 떴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못 한다. 냉동 후유증 같다.


[생존 일지. 2103년. 1-099-40043 기록]
냉동 후유증이 심하다. 정상적인 대화는 가능하지만 기억하는 것이 거의 없다. 일단 지금 상황을 설명했다. 예상한 대로 거대한 핵폭발이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추정할 수 없다. 환경은 크게 변했으나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인 것 같다. 우리 이외의 다른 생존자는 발견하지 못 했다. 다른 지역의 벙커는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다. 연락 가능한 모든 수단이 먹통이다. 이와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우선 남아있는 캡슐을 모두 작동해야겠다.


[생존 일지. 2103년. 1-100-40047 기록]
요령을 알았다. 생존 확률이 높다. 오늘은 두 명 더 깨웠다.


[생존 일지. 2103년. 1-100-40051 기록]
모두 냉동 후유증이 심하다. 지능이 상당히 떨어졌다. 혹시 전원이 부족한 것 아닐까 싶다. 캡슐이 땅 위에 흩어진 것을 보면 기능 손상도 있을 것 같다. 가능한 빨리 많은 사람을 깨워야 할 것 같다.


[생존 일지. 2103년. 1-100-40175 기록]
한 동안 정신없이 사람을 깨웠다. 무덤을 만들고, 식료품이 담긴 컨테이너를 찾았다. 스무 명 이상의 사람을 깨웠다. 후유증은 모두 심하다. 일부는 정상적인 대화마저 힘들어 보인다. 절망적이다. 이들을 내가 이끌어야 한다.


[생존 일지. 2103년. 1-100-40188 기록]
규칙을 정하고 사회생활을 하기로 했다. 통제하기 힘들다.


[생존 일지. 2103년. 1-100-40193 기록]
식료품 컨테이너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아무래도 과일처럼 보이는 것을 먹여봐야겠다.


[생존 일지. 2103년. 1-101-40202 기록]
비난 받을 짓이라는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다.


[생존 일지. 2103년. 1-101-40298 기록]
마을을 꾸리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독이 있는 몇 가지 과일을 알아냈다. 사람이 많아지니 일의 수행은 빨라졌으나, 실질적으로 해야 할 일이 늘었다. 일부는 채집을 시키고, 일부는 건설에 투입했다. 나는 맨 처음을 눈을 뜬 실비아와 함께 냉동 캡슐을 찾으러 다녔다.


[생존 일지. 2103년. 1-101-40353 기록]
거대한 존재를 목격 했다. 생명체가 있다! 안개가 낀 지역을 지나고 있었는데, 뭔가 거대한 물체가 지면을 뒤지는 것을 보았다. 내가 놀라 소리 지르니 사라졌다. 무엇이었을까?


[생존 일지. 2103년. 1-101-40361 기록]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우리가 속한 섹터 7의 냉동 캡슐의 수는 1천개였다. 절반 정도 시도했고 약 백 오십 명의 사람이 깨어났다. 나는 일종의 추장처럼 모셔지고 있다. 다른 지역은 어떤지 몰라도, 여기에서 깨어난 사람들은 모두 냉동 후유증을 앓고 있다. 지능이 높지 않다. 속상하면서도 날 의지해주는 사람들이 사랑스럽다.


[생존 일지. 2103년. 1-101-40415 기록]
몇 가지 독이 있는 과일을 더 알아냈다.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다.


[생존 일지. 2103년. 1-102-40426 기록]
동서남북으로 탐험대를 보냈다. 이제 직접 찾아다니는 대신 조직의 위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그 편이 더 효율이 좋았다.


[생존 일지. 2103년. 1-102-40455 기록]
거대한 동물이 또 목격되었다. 이번에는 마을 부근이었다.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했다. 진정 시킬 방도가 없다.


[생존 일지. 2103년. 1-102-40461 기록]
역사를 살펴보면 혼란스런 군중을 진정시키는 방법이 전해져온다. 오늘 그 방법을 사용했다. 효과가 매우 좋았다. 하지만 묘지에 더 이상 묻을 자리가 없다.


[생존 일지. 2103년. 1-103-40593 기록]
아내를 들였다. 앨리스도 날 이해하겠지. 날 숭배하는 분위기가 더 높아졌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하지만 멍청한 것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라 기분이 아주 좋은 것도 아니다.


[생존 일지. 2103년. 1-107-41756 기록]
북쪽에서 한 무리의 냉동 캡슐이 발견되었다. 그 중 하나는 상태가 매우 온전히 유지되었다. 해동 작업을 시행했다.


[생존 일지. 2103년. 1-107-41763 기록]
이번 해동 작업은 오래 걸린다. 일반적으로 12시간 걸리는데, 벌써 15시간째다.

[생존 일지. 2103년. 1-107-41785 기록]
원래 정상적인 해동은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것 아닐까 싶다. 그 사이에 안개가 끼더니 또 거대한 동물이 나타났다. 그 때마다 마을 주민이 한 명씩 사라진다. 육식 동물인 듯 했다. 도대체 어떤 동물의 변종이기에 거대하여 전신이 다 안 보일까? 신이 노했으니 피의 제물이 필요하다고 타일렀다. 또 가장 저능한 주민 하나를 골라 죽였다. 멍청한 것들.


[생존 일지. 2103년. 1-107-41811 기록]
냉동 캡슐에서 스무 살 가량의 어린 남자가 깨어났다. 하지만 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보였다. 마을로 데려와 쉬게 했다.


[생존 일지. 2103년. 1-107-42153 기록]
거대한 짐승을 대비하기 위해 방책을 설치했다. 채집은 가장 저능한 것들에게 맡겼다. 점차 마을이 커진다. 남자는 거의 정신을 차렸다. 이름은 가쉬넵. 냉동 후유증이 거의 없다. 총명한 지능을 가졌다. 기대가 매우 크다.


[생존 일지. 2103년. 1-109-42222 기록]
나를 따라다니며 내가 이룩한 것을 보았다. 가쉬넵은 법률을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그래서인지 머리가 아주 좋았다. 물론 냉동된 사람들 모두 유명한 석학이었음을 알고 있다. 지금은 저능아지만.


[생존 일지. 2103년. 1-109-42510 기록]
가쉬넵이 냉동 캡슐과 무덤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다. 채집 해온 식물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고 있다. 그는 내 방식을 비난 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내 방법은 틀리지 않았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었다.


[생존 일지. 2103년. 1-110-42532 기록]
가쉬넵은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이해하지 못 한다. 냉동 후유증이 있는 편이 나았다. 채집 반으로 보내버렸다.


[생존 일지. 2103년. 1-110-42591 기록]
채집반 일부가 돌아오지 않는다. 가쉬넵도 사라졌다. 거대한 짐승에게 먹힌 것일까?


[생존 일지. 2103년. 1-111-43001 기록]
역겨운 남부 꼬맹이 같으니. 나에 반하는 세력을 만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살려두면 안 될 것 같다. 이것은 생존자 이백여 명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다.


[생존 일지. 2103년. 1-112-43153 기록]
냉동 캡슐 해동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었다. 저 쪽의 세력도 빠르게 자라고 있다. 거대한 짐승이 나타나 또 주민 하나를 잡아먹었다. 시체는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모든 잘못은 가쉬넵의 악행 때문이라고 주민들에게 일렀다. 신의 노여움이라고. 그러자 적의가  가쉬넵에게 향해졌다. 순조롭다.


[생존 일지. 2103년. 1-112-43259 기록]
가쉬넵을 잡지 못 했다. 하지만 여덟 명을 잡았다. 안개가 낄 때마다 거대한 짐승이 출몰했던 곳으로 내몰기로 했다. 이렇게 우리 주민을 구해내는 것이다. 절대로 살인이 아니다. 모든 것은 가쉬넵 탓이다.


[생존 일지. 2103년. 1-117-43915기록]
나는 나의 인류를 위해 헌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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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일지. 항성력 103945년 37-3]
멸종한 행성에서 작은 알 무더기를 발견했다. 행성 곳곳에 위치한 알을 모아 연합 세력에 나눠보냈다. 내 손에 들어온 알은 총 1000여개이다. 행성은 1406-39-3-19 지역의 행성으로 생명체가 있었다고 전해졌지만, 어떤 문제로 인해 지표의 모든 생물이 멸종했다. 거대한 연쇄 폭발이 있었다고 한다.
알은 부화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관찰 일지. 항성력 103945년 37-7]
어느 새 부화한 것이 있었나 보다. 먹이 공급 시스템 근처에 자리 잡았다.

[관찰 일지. 항성력 103945년 39-1]
아주 조그만 생물체가 꾸물거리는 것이 역겹다. 다행이도 인공 생태계가 이 생물에게 적합한 듯 했다. 다른 연합 지역에 이 사실을 알렸다. 일정 수 이상 부화하면 한 마리씩 잡아 해부할 계획이다.

[관찰 일지. 항성력 103945년 41-4]
지능은 매우 떨어지는 것 같다. 상당수의 알이 부화했다. 나머지는 미수정란 같다.

[관찰 일지. 항성력 103945년 53-7]
자꾸 보니 정이 든다. 다른 연합 지역에서도 부화한 생물체의 소식이 들린다. 동물의 이름은 행성 분류 발음 첫 글자를 따서 ‘후아만’으로 정했다. 점점 이 생물이 좋아진다. 정식으로 보호 신청을 내려 새로운 행성으로 보내주고 싶다. 지적 능력이 아예 없는 건 아닌 것 같다.

[관찰 일지. 항성력 103947년 11-1]
좋지 않다. 불안 징후가 보인다.

[관찰 일지. 항성력 103952년 19-3]
폭력적 성향이 발견되었다. 끔찍하게도 동족을 대단위로 학살한다. 증식 수는 빠르지만, 그만큼 서로 죽인다. 말소 명령이 내려졌다.

[관찰 일지. 항성력 103952년 19-4]
말소.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9 07:3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