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마음의 조각들은 온 바닥을 가득 메워 그걸 밟지 않고서는 한 걸음도 뗄 수 없었다. 그녀는 결국 조심스럽게 내딛었다. 발바닥을 파고드는 아픔, 비릿한 내음, 몸을 감싸는 짜릿한 전율.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지만 그녀는 울기는 커녕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그저 꼭 다문 그 입술만이 그녀가 겨우 참고 있음을 말해주었다. 그렇게 그녀는 빨간 물을 들이며 그것들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알록달록한 알갱이들 두 웅큼, 이빨이 시린 물 한 잔, 시퍼렇게 날이 서고 검은 손잡이가 달린 견고한 쇠붙이. 그 모든 것이 그녀 이제 그녀의 앞에 있다.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비릿한 내음에 묻혀 잘 기억나지 않는 그 냄새들을 애써 기억해내려 눈을 질끈 감는다. 처음 안겼던 그 품의 따뜻한 냄새. 장난스럽던 키스의 달콤한 향기. 마음을 달래주던 자장가의 포근한 내음. 그렇게 그녀에게 소중했던 그 모든 것의 냄새를 더듬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차갑게 얼어붙은 그러나 코 끝을 지독하게 찌르는 문드러진 그녀 자신의 마음에서 나는 악취가 있었다. 그 냄새를 맡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을 그녀는 방황했다. 일부러 그 냄새를 못 맡는 척 애써 부정도 해왔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 냄새는 점점 선명해졌고 코끝을 지나 머리까지 올라와 괴롭혔다. 그때부터였다. 그녀가 불안하고 초조하게 된 그 시작은. 행여 그 악취가 그녀에게 오는 모든 사람들을 등 돌리게 하는 것 같아 닦고 또 닦아내려고 애를 썼지만 거대한 유조선에서 흘러나온 기름인양 그것은 복잡한 그녀의 마음 구석구석에 모두 들어차서, 찐득하게 눌어붙어서 쉽지 않다.

 이제 한껏 비릿하게 젖은 발로 가만히 멈춰선다. 박힐대로 박혀버린 조각들은 쉴새없이 그녀를 찌르지만 그녀의 눈썹을 움직이기엔 역부족이다. 아무것도 묻어나지 않는 얼굴은 크게 입을 벌리고 모두 삼킨다. 알록달록한 것들은 고스란히 그녀의 뱃속으로 들어가고 시리도록 차가운 흐름이 그 마지막 여행을 돕는다.

 번쩍거리는 것은 흥에 겨워 주체하지 못한다. 그 떨림을, 기쁨에 겨워 몸을 바르르 떤다. 제 얼굴에 그녀의 얼굴을 비추며 환희에 젖은 미소를 띄운다. 제 입술에 닿을 보드라운 살결을, 아직은 미지근한 온기가 남아있는 가녀린 손목을 가는 눈을 뜨고 바라보니 그 몸은 더 격렬하게 떨린다. 떨리는 횟수가 잦아들수록 그 몸짓이 더 커질수록 때는 가까워져 온다.

 그녀는 어떠한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그녀를 움직이는 것은 이미 오래 전에 머리가 아닌 가슴이었고 항상 뒤늦게 깨어난 머리는 두려움에, 후회에 몸서리를 쳤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머리는 깨어나야 할 지금같은 순간에는 깨어나지 않았다. 어찌보면 후회를 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처럼. 그리고 그 후회가 더 그녀를 옥죄어 오는 것 같기도 했다.

 어린 아이가 아니다. 실수는 없을 것이고 파란 길이 아닌 깊숙한 빨간 길로 날카롭게 그러나 정확하게 들어갈 것이다. 작별인사따위는 이미 오래 전에 했으니, 저 아름다운 것이 눈을 반짝거리며 기다리고 있으니 그녀는 더 지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빨간 길은 중간에 끊기지 않고 그 길을 따라 조용히 열렸다. 수없이 많은 붉은 잎들이 그 순간을 축복하고 바닥을 향해 뛰어든다. 번쩍거리는 것은 이제 온통 붉은 잎에 뒤덮여 빨간 길을 나와 서늘한 소리를 낸다. 가만히 있어도 그 위로, 그토록 원하던 그 입술에 뜨거운 입맞춤이 수없이 쏟아진다.
 
 그녀의 머리는 지금 깨어났는가. 

 그리고, 하지만, 언제까지나, 설령 깨어난다고 해도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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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글이에요.

그냥 의견을 듣고 싶어서 예전에 적었던 글 올려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