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시즌이고 여기저기 추천좀요*^^* 하는 글이 올라올 때마다 입이 간질간질거려서 한번 이것저것 써봅니다ㅎㅎ
저는 그냥 모든 장르에 관대한 관객 1이고 이래저래 없는 돈 모아서 2, 3주에 한 번씩은 보러 다니고 있어요'ㅇ'
본격적으로 보러 다닌 건 1년쯤 된둡.

암튼 문화교양게 종종 눈팅하는데 연뮤 관련 글은 거의 못 본 것 같아서 그냥 몇 가지 추천/비추 써봅니다.
요즘 올라오는 거 위주에 제가ㅡㅡ 좋아했던 극 끼얹어서 ㅋㅋ 김종욱찾기, 라이어, 옥탑방 고양이 뭐 요런 다들 아는 괜찮은 극은 대충 생략할게요ㅎㅎ

1. 너와 함께라면
남녀노소 누구를 데리고 가도 부담없이 볼 수 있는 극. 가족극+코믹극인데 나름 탄탄하고 괜찮았어요.
대충 줄거리가 한 집안 맏딸이 결혼할 남자랍시고 웬 할아버지 데려와서 집안이 발칵 뒤집히는 내용. 흔한 대학로 코믹극의 질 좋은 변화구 같아서 각 잡고 보는 사람도 아무거나 보는 사람도 즐길만 한 극인듯 싶으요. 그 할아버지의 아들내미도 나오는데 참 찌질하고 안됐고 잘생겨서 좋았음^p^

2. 인디아블로그 시즌2
시즌1이 그렇게 좋았다+시즌2 좀 후달린다고들 얘기 들어서 큰 기대 않고 갔는데 의외로 괜찮았어요. 뭔가 완성도가 높다! 이런 것보다 그냥 참 사람 마음을 후련하게 하는 부분이 있었고 따뜻했어요. 눈 오는 날에 포장마차에서 사먹는 멸치국수 같은 느낌. 극 자체로 보면 허점도 많고 확 끌어당기는 부분도 없는데 저는 좋았어요. 그냥 참 젊은 사람들이 인도까지 가서 멋진 여행 했구나. 하는 느낌. 적은 돈으로 약간의 힐링이 필요할 때 좋은듯. 이거 보고 한 1주일 동안 인도 가고 싶어서 시름시름 앓았네요. 실제로 인도 관광청 지원도 받았다고 합니다.

3. 나쁜 자석(약간 스포?)

이번에 원작 버전으로 새로 올라온 음악극. 짜임새 있고 탄탄한데 전 개인적으로 결말이 참 떨떠름했기 때문에...ㅡㅡ 왠지 돈이 남으면 한 번쯤 더 보고 싶지만 남에게 선뜻 추천은 못할 것 같은 그런 연극. 호불호 굉장히 갈릴 듯. 하지만 깨알같은 개그도 있고 연출이 굉장히 세련된 편이에요. 빨래 연출한 사람과 같은 사람이라던데...아무튼 무대도 조명도 음악도 정말 좋았어요. 아무 장면이나 찍어도 바탕화면 할 수 있을 기세. 그리고 남정네들이 득시글거려서 여자 관객이 겁나 많습니다. 거기다 동성애 코드가 들어가 있어서 남자분들 보기엔 참 그게저거할듯. 저 보러 갔을 때 여친이랑 같이 온 남자분들 계셨는데 애도요... 얼마나 어색할까...
아무튼 그래서 커플들이 크리스마스 공연 추천해달라고 징징대면 꼭 이걸 예매해주고 싶어요*^^* 보고 나서 충격과 어색함과 아련한 여운 속에 실컷 떨떠름해 하라지!!! 는 제가 요즘 심사가 꼬여서...ㅎㅎ...크리스마스 따위...ㅎㅎㅎㅎ
아무튼 처음 보면 ????? 한 느낌이지만 잘 만든 극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결말이 참 취향을 타겠는데, 보고나서 1주일 정도는 떨떠름하다가 그 후에는 왠지 아련해져요. 여운이 긴 극.

4. 룸넘버 13
라이어 좋아하시는 분들이 좋아하실 극ㅇㅇ 라이어 류 코미디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전 황희정승의 현신 같은 관객이라 이 극도 옳구나 오오 저 극도 옳구나 하면서 잘 봅니다. 대학로 코미디의 통속적인 패턴이에요. 뭔가 문제를 하나 수습하려다가 일이 점점 커지는...어떻게 보면 보잉보잉 시리즈랑 비슷한데, 아무래도 보잉보잉보다는 룸넘버 13쪽이 야아아악간 더 짜임새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후반부에 좀 늘어지는 감은 있었는데 제가 주말에 보러 갔더니^p^ 사람도 복작거리고 다들 웃기는 장면 나올 때마다 끼야ㅏㅏㅏㅏ 하고 웃어서 괜히 더 재밌었음. 그냥 흥에 겨워 볼만 했음.

5. 인당수 사랑가
춘향전과 심청전을 섞어서 만든 뮤지컬인데, 이미 내려갔어요. 그냥 염장질 용으로 써볼게요ㅎㅎ내년에 또 올라오면 보세요ㅎㅎ인당수 사랑가의 멋짐을 못본 여러분은 불행해요!  
이게 올해로 딱 10년째 되는 극인데, 정말 형식이나 넘버(노래) 하나 하나에 신경을 써서 만든 게 보여요. 기존 뮤지컬에 판소리 형식을 접목시켜서 도창, 고수를 두거든요. 그 분들이 정말 연기도 잘 하시고 멘트도 잘 치시고! 음악, 무대장치 하나하나 우리색이 확확 드러나서 정말 멋있었어요. 같이 본 친구가 "이런 걸 대극장에 자막 달아서 올려서 외국인들 떼거지로 데려가야 하는데!" 하고 파닥파닥거렸음. 한국의 미를 이렇게 현대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던 공연.
그리고 극 자체로도 정말 재미있고, 찡하고 감동적이었어요. 보면서 누구와 함께 봐도 참 좋겠다.하는 생각을 내내 했어요. 저는 원래 연애에 큰 생각이 없었는데, 이걸 보고서 아. 20대가 가기 전에 한 번은 저렇게 절절한 경험을 해봐야겠다 싶더라고요. 친구 두 번 데려가서 두 번 다 친구랑 같이 눈물콧물 다 짜고 눈이 퉁퉁 부어서 나왔음ㅋㅋ 그리고 변사또 겁나 멋있음. 하지만 어제부로 공연이 종료되었다는 거... 다음 공연은 내년(추정)이라는 거...

6. 예술공장쇼
취향 엄청 탈듯. 그리고 제 취향은 아니었음. 보지 마세요, 진짜. 실험적인 기법 많이 사용했고 무대장치도 엄청 신경썼는데 딱 그것 뿐이에요. 오페라의 유령 2 러브네버다이즈가 예쁜 쓰레기라면 예술공장쇼는 그냥 신기한...신기한..........극....... 솔직히 극이라는 말 하기도 되게 애매할 만큼 시나리오가 허접함. 일단 장치와 장면을 만들어 놓고 "이걸 어떻게 별모양으로 카와EE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하고 대충 짜맞춘듯. 당시 연극의 연출을 중시하던 저에게 있어서 아 역시 무슨 일이든 하나만 잘해서 될 게 아니구나...하는 깊은 깨달음을 준 극. 야 진짜 귀여니를 데려와도 그것보단 재미있었겠다...
물론 아 나는 대학로의 차고 넘치는 로맨틱코미디에 질렸다 겁나 신박한 걸 원한다!!! 하시는 분은...보세요...네...무대장치나 연출은 겁나 신기해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분께는 차라리 나쁜자석을 보시거나 명동예술극장 연극을 추천하고 싶지만...네... 신기한 맛에 한번쯤 갈 만은 해요. 물론 시간도 돈이라는 걸 고려하면 가격대비 성능이 미친듯이 떨어지는 것도 맞음ㅇㅇ

7. 맨오브라만차
라만차 보세요 두 번 보세요 세 번 보세요 물론 저는 돈이 없어서 한 번밖에 못 봤지만... 맨 꼭대기에서 봤지만..ㅠㅠㅠㅠ 로또를 해야겠어요 ㅠㅠㅠㅠ
명작이란 이런 것이다. 하는 뮤지컬. 서사 구조도 탄탄하고 장면 하나 하나가 마음 아프고 기억에 남아요. 꿈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기는 극. 1막이 좀 지루하다는 분들도 봤는데 전 사실 극의 구조에 있어서 안정성을 엄ㅁㅁㅁ청 중시해서 크게 지루하다는 느낌은 못 받았어요. 1막을 급하게 나갔으면 2막의 임팩트가 좀 덜 다가오지 않았을까. 아무튼 마지막 장면 다 보고 벅차오르는 기분으로 한참 자리에 앉아 있었네요. 명작이에요, 진짜.

8. 빨래
대학로 뮤지컬의 신화 중 하나죠ㅋㅋㅋㅋ 대학로 힐링 연극 꼽으라고 하면 대개 1위, 못해도 3위 안에는 꼭 들어가 있는 뮤지컬. 정말 재미있고, 넘버도 착착 감기고, 무대가 참 좋아요. 무대미술가 중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심정적인 아이돌!!! 여신동 디자이너의 첫 무대로 유명하죠. 최근작 같은 세련됨은 부족하지만 무대가 정말 정감넘치고 꽉꽉 찬 느낌이라 좋아해요...'ㅅ'* 아무튼 빨래 아직 안 보셨으면 꼭 보세요. 저는 이번 시즌은 솔롱고(남자 주인공) 역에 김종구 배우가 떠있길래 "신뢰의!!! 김종구!!!" 하고 예매하려다가 아직 스케줄에 안 떠서 벽을 긁고 있네요...왜죠...왜 빨리 안 나오는 거죠...ㅇ<-<

9. 쥐덫
걍 그래요...
그냥 초대권 주면 보러 가겠지만+한때 6900원이라는 미친 할인가를 적용했을 때는 고만고만했지만 제값 다 주고 보기엔 음... 일단 극본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한계도 분명히 있어요. 아가사 크리스티...우리...너무 많이 읽었고...ㅎ_ㅎ 근데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좀 지루해요. 추리극은 범인이 알려지는 순간부터 재미가 없어지는데 전 첫 살인사건부터 "음!! 그놈이 범인이군!!!" 하는 바람에... 이건 연출 쪽에서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하는 부분인데 씽크빅이 좀 부족했던 듯요. 무대는 잘 꾸며 놓았지만 딱 그것 뿐이에요. 배우들도 몇 명은 괜찮고 몇 명은 좀 연기가 올드한 느낌이라...음...ㅋㅋㅋㅋ 그랬네요. 욕은 안하겠지만 굳이 추천은 안할 극.

10. 키사라기 미키짱
걍 그래요2222 사실 CJ 쪽에서 괜찮은 작품 종종 올리길래 기대를 좀 하고 갔는데 음...ㅋㅋㅋㅋ 사실 대학로 코미디극과 큰 차이를 모르겠더라구요. 물론 무대, 조명 좀더 세련되게 바꿨고 개그 코드가 좀 다르긴 한데(일본 극이니만큼) 딱 거기까지에요. 더 유명한 배우 나온다는 것 말고는 그 돈 더 주고 볼 가치는 없다는 생각. 좋은 배우들을 쓰는 만큼 좀더 연기가 찰지긴 한데...음...그래도 좀 아쉬움이 남는 극이었네요. 돈이 아까운 극은 아니에요. 재밌고, 유쾌하고. 근데 더 싼 가격에도 괜찮은 극들이 종종 있어서...굳이 화제작! 히트작! 하기에는 좀 애매하다는 게 제 생각ㅇㅇ 그러합니다.



에고고고 더 있긴 한데 졸려서 그냥 이 정도로 해야겠네요.
저는 이제 시험 끝나면 국립극장에서 하는 로미오 줄리엣을 보고... 쌈짓돈 꼬깃꼬깃 모아서 아이다를 한번 보고 할일 없을 때 밀당의 탄생이나 한번 보면 이번 겨울이 훅 갈 것 같네요ㅋㅋ 이번 시즌은 아이다가 그렇게 괜찮다던데...
아무튼 그러합니다 모두들 즐거운 연말 즐거운 문화생활 되시어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05:5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