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의 구조는 간단했다. 다다미 여덟장 정도되는 방에 세명정도가 앉을 수 있는 장의자
와 비서가 앉는 조그만 책상이 있었다. 그 방의 왼쪽에 옆방으로 가는 원목으로 된 문
이 있었다. 아마도 그 문 건너 방이 변호사의 사무실인 것 같았다. 그 방안에서는 아무
런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아직 변호사는 오지 않은 것 같았다.

방안을 다 둘러본 다케히코의 눈은 자연스럽게 옆 자리에 구겨진 모양으로 누운 여자
에게 향했다. 헝클어진 머리칼에 얼굴이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다리에 달라붙
는 청바지며, 신은 구두를 봤을 때 비슷한 나이대인 것 같았다. 아마도 같은 자리에 지
원한 사람인 것 같았다. 여자는 의외로 깊게 잠들어 있었다. 숨을 쉬는 여자의 어깨가
조금씩 들릴 때마다, 새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벽에 달린 눈금이 없는 시계를 보니 시간이 벌써 9시 30분이 넘어있었다. 예정된 면접
시간은 애초에 정확한 시각도 없이 9시부터 10시 사이 언제든지였기 때문에, 딱히 면
접시간에 늦었다거나 일찍이라거나 할 수는 없었다. 다만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시간이 9시 40분이 되었을 때, 다케히코는 뭔가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그 여자의 어깨
를 잡고 흔들었다. 뭔가 의미있게 할만한 일이라곤 당장 그 일밖에는 없었다. 여자는 힘
없는 손으로 다케히코의 팔을 밀더니 구겨진 몸을 조금씩 펴고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
했다.

"뭐죠?"

여자가 비스듬히 누운채로 다케히코를 노려보며 말했다.

"저기 실례합니다만…… 그 쪽도 면접…… 기다리고 계신거지요?"

여자는 눈이 부신 듯 반쯤 감은 눈으로 여기저기를 쳐다보다가 힘겹게 다케히코 에게
눈을 맞추고는 대답했다.

"그런 것… 같군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7 02:0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