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처럼 낚이는 분이 없길 바라며.. 상세히는 못 써도 대충 평 써볼게요.

<국가대표>를 제작한 감독은 <오!브라더스>와 <미녀는 괴로워>를 제작한 경력이 있는데요..
<오!브라더스>는 모르겠는데 <미녀는 괴로워>는 완전 대히트를 쳤었죠..
감독이 말하길 미녀는 괴로워가 그렇게 흥행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국가대표는 솔직히 좀 흥행 예상했다고..
그런데 전 <미녀는 괴로워>나 <오!브라더스> 둘다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흥행을 결정짓는 요소가 있는지 여부는 차치하고 인물이나 줄거리가 개연성 있게 잘 짜인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했단 거죠..

줄거리를 얘기하면서 글을 쓸 건데요 스포일러를 조심하진 않아도 돼요
흔한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거든요ㅡ.ㅡ; 그냥 여러분이 기대하시는 그대로의 결과가 나와요..

우선 제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캐릭터에 설득력이 전혀 없다는 거에요..

영화가 미국에서 입양아(하정우)가 친엄마를 찾으러 티비 출연하는 데서 시작하는데..
코치란 놈이 스키점프를 어떻게든 시키려고
너 같은 걸 니 엄마가 찾을 거 같냐!
너 같은 백수에 돈도 없는 새끼는 나라도 안 찾는다!
막말을 퍼붓고 정작 올림픽 개최지 결정 때까지만 팀을 유지한다는 계약조건은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않죠..
(코치가 막말하는 부분은 극 진행과 상관없이 입양아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정말 거슬리더군요..)

이후에 스키선수하다가 망한 선수들 3명
(정신지체아 동생과 할머니 부양해야 하는 사람, 카지노? 삐끼, 아버지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을 설득하는 데
군대 면제와 아파트 제공이라는 조건에 바로 넘어가고 끝까지 그 조건에 매달리는 것도 참 이해가 안 가더군요.
제가 본 어느 영화 잡지 리뷰에서는 그게
'현실의 어려움에도 상관없이 열심히 자신의 꿈을 꾸는 빛나는 청춘들'의 모습이라고 표현했던데ㅡ.ㅡ;
무슨 말하려는 지는 알겠는데 영화에서는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유머 코드라고 심어놓은 장치나 대사들이 어찌나 보기 불편하던지..

주인공 중에.. 자기 아버지 식당에서 일하는 20살짜리 조선족 여자애랑 사귀는 선수가 있습니다
군대도 안 가고 딱히 직업도 없으며 모아논 돈도 없으면서
여자애가 임신하고 10달 동안 배가 부르는 동안에도 그간의 상황에 대한 설명은 한 장면도 없습니다
배가 부른 모습이 나온 장면 바로 뒤에 그 여자애가 양수 터져서 실려나가는데
아버지가 너 따라나가면 저 애 불법체류자라고 신고할 거라고 하자
주인공이 "신고는 이미 했어요.." "무슨 신고?!" "혼인신고요.." 이러면서 도망나갑니다..

"신고"를 유머 키워드로 넣은 장면 같던데요.. 이걸 웃으라고 넣은 건지.
혼전임신 문제나 외국인노동자 문제가 자꾸 떠올라서 불편하더군요..

쓸데없이 폭력과 욕도 너무 많이 나왔습니다..
위에 말한 주인공이 일하는 식당의 아버지는 거의 상습적으로 골프채로 주인공을 구타합니다.
그 강도나 빈도는 아내 없이 혼자서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영화에선 안 나왔지만 주인공을 낳다가 사별한 설정이랍니다.)
의 어쩔 수 없는 교육 방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인간적이더군요.
때리는 이유도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사소한 것이구요.

나이트 삐끼로 일하던 주인공이 코치 딸 보고
저런 년은 잘 주게 생겼다고 3주면 따먹는다고 내기하는 식의 싸구려 대화는 그렇다 칩시다..

그리고 사기꾼이자 다단계사원인 코치의 딸이나 바보동생이 주로 웃음을 부르는 장치로 나오는데
사실 웃기기는 커녕 어이만 없더군요ㅡㅡ;(코치 딸 잡으러 온 김수로 일당은 마 넘어갑시다! 뜯어볼 가치도 없으니까!)

특히 바보 동생은 정말 바보가 맞는지ㅡㅡ;
논리적이고 감성적인 장문의 편지를 줄줄이 쓰는가 하면
전문가 코치(?)의 훈련을 받지 않고서도 스키점프를 잘도 합니다.
할말 꼬박꼬박 다하고..
보면서 쟤는 지능이 낮은 게 아니라 성격이 이상한 거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정신병은 정신병이네요..

나가노 올림픽에서 10분여의 스키점프 장면은 상당히 멋집니다..
주위가 춥게 느껴질 정도로 속도감이나 풍광이 잘 표현되었어요..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도 연출력의 부재인지 감독의 과욕인지ㅡㅡ;

바보의 형이 다리가 부러져서 못 뛰게 되는 상황이 왔는데.. 그렇게 소중한 자기 동생이 그 위험한 스키점프를 뛰게 해도 되는 건지?
자기는 다리가 부러졌는데? "니가 뛰어야 내가 군대를 안가지" 뭐 이러면서 동생 보고 나가라고 소리칩니다..
결국 동생도 부상당하죠.(이것도 영화에선 어이없게 처리됐죠)
마음약하고 세상에 대해 겁많은 동생을 일깨우자 하는 형의 외침을 보여주고 싶은 건가ㅡㅡ;
어.색. 하다는 말 밖엔 표현할 말이 없었습니다.

식당에서 일하던 주인공은 뛰면서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고 닮고 싶은 사람은 자기 아버지라고 말합니다.
아버지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죠..
아버지가 눈물흘리는 건 그럴 수 있습니다.. 생각이 순하건 잔인하건 간에, 인간의 감성은 너무나도 약한 거라
조금만 감정에 경사를 줘도 그까짓 눈물은 터질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살던 주인공이 아버지를 제일 존경하고 닮고 싶다는 건 ㅡㅡ;
전 주인공도 딱 자기 아버지만큼 생각없이 살고 있거나(자존감이나 폭력에 대해 무감각하게)
싸이코라는 결론 밖에 안 나옵니다. (어이없게도 감독은 이 부분이 제일 관객에게 공감 받을 거라 생각했다는군요.)

끝나면서 양철사물함에 테이프로 태극기 붙이고 애국가 부르는 건 하.. 차라리 괜찮습니다.
그들에게 아직 태극기, 애국가는 '아버지 국가' '대한의 피' 같은 의미보다는
자신이 '국가대표'라는 상징이니까요..
입양아 역의 하정우가 여기서 한마디만 더 했으면 정말 영화관 화면 찢어버리고 싶었을 테지만ㅡㅡ;

이 감독의 작품 특징은 감히 제가 꼽기엔 이렇습니다.

캐릭터 자체가 애초에 매우 특이함(조로증 환자, 전신성형 가수, 스키점프 선수)
캐릭터 힘 믿고 극은 결말을 향해 직진으로 돌진함-_-
간간이 배우들 연기력이 빛을 발함.. (극 후반 하정우 공항, 버스씬 등.. 김아중 씨도 놀랄 만큼 잘한 부분이 있었죠)
꽤 등장하는 풉! 하고 뒤통수치는 유머.(특히 극 초중반에 빵빵 터짐)
가끔 나오는 눈이 호강한다 싶을 만큼 잘빠진 화면(스키점프 연습/경기 장면)비록 경기 장면에선 부분적으로 너무 SF스럽기도 하지만..
(미녀는 괴로워는 감각적인 장면이 참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냥 생각없이 보기엔 괜찮은 영화긴 한데..
한계가 너무 뚜렷이 보이기 때문에 8.3 정도, 8점대 초중반 이상 평점 정도의 영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데 네이버에선 평점이 9.5가 넘더군요-_-; 지금 평점으로는 거의 모든 영화 중 top5 안에 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 영화가 왜 이렇게 흥행하고.. 아니, 흥행하는 건 그렇다 치고 호평 받는 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_-;
전 이 감독 영화는 이제 웬만하면 다시는 안 보려고요;

고파스에서 완전 재밌다고 억지눈물을 짜내지 않는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억지눈물조차 안 나왔으니,
어떻게 보면 고파스에서 들은 대로긴 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