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마이클만 감독에 조니 뎁, 크리스천 베일 주연의 퍼블릭 에너미가 개봉하였다.

사람들은 조니 뎁과 크리스천 베일의 대결이라는 테마에 엄청난 기대를 하였으나, 막상 개봉하자

시나리오가 최악이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자다가 총질할때 깼다.
이 두 배우를 데려다 이토록 망칠 수 있나..

라는 혹평 속에 예상보다 저조한 흥행 성적을 보이며 속속 극장에서 내려가고 있다.

그래서 퍼블릭 에너미는 왜 비난받는가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영화를 보았고,

개인적인 소견은 '그럴 법도 하다. 하지만 충분히 매력적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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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얘기하기 전에 먼저 '히트'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두 영화를 먼저 얘기하고 싶다.

'히트'는 마이클만이 1996년에 감독하고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가 출연하여 수사국과 범죄자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은행털이 조직의 수장인 로버트 드니로는 따뜻하고 온화한 성품이며, 한 여자에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바치는 인간적인 인물인 반면

수사국 팀장은 알 파치노는 예리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으나 독선적이고 차가운 면모를 지닌 인물이다.

범죄자는 초반 승승장구를 거듭하나 종국에는 조여드는 수사망에 동료를 모두 잃고 자신도 파멸하고 만다.

그야말로 현대판 '퍼블릭 에너미'라고 생각해도 전혀 이상할게 없다.

당대 최고의 명성을 가진 두 남성 배우의 대결 구도도 그러하고, 마이클만 전매특허인 총격전도 등장한다.

다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살펴보자.

우연히 이백만달러가 든 돈가방을 발견한 주인공이 돈가방을 찾으려는 살인마와 관련 범죄를 추적하던 경찰로부터 추격을 받는다는 얘기이다.

영화는 굉장히 굉장히 드라이해서 배경음악도 없고, 어떠한 설명도 없고, 어떠한 긴장감도 없이 덜컥 사람이 죽어나가고, 심지어 제목조차 영화 내용과 전혀 관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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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영화와 '퍼블릭 에너미'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을까.

나는 '퍼블릭 에너미'를 '히트'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방식의 재해석이라고 말하고 싶다.

예술가에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도전의식과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한계를 깨뜨리고자 하는 욕망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자신을 표현하되, 그 방식은 새로운 것이어야하며

예술적 가치 또한 전과 다르게 높아야한다는 의무가 예술가에게 항상 존재한는 말이다.

이미 그는 범죄자와 추격자의 대결을 15년전에 만들었고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얻은 바 있다.

이에 다시 한번 범죄자와 추격자의 대결을 그리되, 보다 진보한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이 바로 '퍼블릭 에너미'라고 생각한다.

퍼블릭 에너미의 화법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상당히 유사하여 매우 불친절하다.

영화는 기존의 기승전결 방식을 과감히 거부한다. (바로 이 점이 관객의 외면을 받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말미로 갈수록 긴장감이 고조되는 느낌에 익숙한 관객들은 하등의 긴장감도 없이 초라하게 파멸해버리는 인물의 이야기가 그리 편하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 사이, 인물 사이의 연결 고리도 미약하고, 메시지도 없고, 이야기는 갑자기 당황스럽게 끝나버린다.

카메라 앵글은 익숙한 3인칭 시점을 거부하고

극단적인 클로즈업, 2인칭 시점, 핸드 헬드(카메라를 고정시키지 않고 들고 뛰며 찍는 방식)을 극에 전반적으로 배치하여

'보는' 관객이 아닌, '함께 하는' 관객을 유도하지만 이는 오히려 일반 관객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몰입을 유도하는 장치가 없는데다, 익숙한 3인칭 시점을 방해하는 요소가 가득하니 관객들은 당연히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나는 퍼블릭 에너미의 어떤 점을 칭찬하고 싶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