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독일. 30년대 초반 집권한 나치가 이미 사회를 장악하고 2차 대전을 준비하던 때. 나치를 거부하고 스윙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시대는 이들을 '스윙키즈'라고 호명한다. 영화의 중심은 네명의 고등학생 스윙키즈들에 대한 이야기다. 장발을 하고 단속을 피해가며 몰래 열리는 댄스장을 드나들으며 나치가 혐오하는 유대인과 흑인 재즈 음악가들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히틀러 유겐트(Hittler Jugend. HJ)에 가입한 동급생들에게 경멸과 야유를 보낸다.

하지만 이들의 눈에 인식되는 독일의 현실은 집단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는 유물론적인 모순이라기 보단, 작은 개인의 힘으론 바꿀 수 없는 실존주의적인 부조리이다. 금지곡을 들으며 대단한 반항이라도 하는 것 마냥 으쓱거리는 치기도, 골목구석에서 유대인학생을 집단 구타하는 HJ 동급생들을 쫓아내는 소년들의 소영웅심리도, 게슈타포에 쫓겨 도망치는 저항가와 조우한 장면에선 침묵한다. 다음날 강물에서 끌어올려지는 총살당한 저항가의 시신을 바라보면서, 이들은 그저 어찌할 줄 몰라 한다.

어쨌든 이들은 스윙을 한다. 욕망의 전치. 대상에 닿지 못하고 미끄러진 욕망은 그로인한 상실감을 다른 대상에 몰두함으로써 보상받고자 한다. 현실의 사회 속에서 자유와 즐거움을 발견하지 못하는 이들의 욕망은 스윙을 향한다. 머리를 기르고 정신나간 사람처럼 팔다리를 휘드르는 스윙은 이들이 원하는 자유의 상징이다.

그렇다. 이 영화. 댄스 영화 아니다. 영화 속 곳곳에 등장하는 스윙장면에선 댄스 영화들과 달리 집중이나 강조가 부여되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댄스장면은 시대의 분위기를 묘사하는 장치이거나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수단인 경우가 많다. 이 영화의 실제 정체는, 일종의 청춘드라마다.

대부분의 청춘이 그렇듯이 갈등은 현실세계와의 부닥침에서 시작된다. 삐진 친구를 기분좋게 해주기 위해, 위세를 이용해 동네 주민과 유태인들에게서 온갖 것을 뜯어가는 나치 하급 관료들에 대한 복수심에서, 이들은 어느 나치 관료가 유태인의 집에서 가져간 라디오를 훔치다 경찰에 잡힌다. 엄격한 나치 형법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히틀러 유겐트에 입단하는 길 뿐이었다. '스윙키즈'에서 '낮에는 HJ. 밤에는 스윙키즈'로. 욕을 하고 부정하던 대상의 일부 속에 포섭되면서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느끼는 이들은 각자 서로 다른 제 나름의 방법으로 새로운 자신을 둘러싼 현실과 대면한다. 삶의 방향이 달라지면서 굳건했던 우정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스윙 키즈에 대한 정부의 제재가 심해지고 히틀러 청년단원들의 공격을 받게 되자 아비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여기에 충격을 받은 피터 (로버트 숀 레너드)는 더욱 더 나찌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되지만 토마스(크리스챤 베일)는 현실에 적응하며 철저한 나찌 당원이 되어간다. 바이얼리니스트 아버지를 나찌에게 잃은 피터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나찌가 죽인 유태인의 유골을 전달하고 돌아온 피터는 그날 밤 비스마르크 클럽에 나가서 춤을 추다가 잡혀가게 된다.

마지막에 피터가 홀로 클럽에 가서 찰스턴을 추는 장면은 참 인상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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