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오늘의 민슐렝 가이드 시작합니다. 오늘은 상수, 그 중에서도 상수 북쪽 편이에요. 그 중에서도 상편입니다.상수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동네고 (너무나 많은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고 또 이미 진행됐지만) 너무나 좋은 가게들이 많아 10개 넘는 곳을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어요. 그래서 북쪽편이랑 남쪽편이랑 나누려 했는데 막상 세보니 북쪽 편만해도 여덟 가게는 되어 북쪽 편도 나누게 생겼네요. 북쪽 상하편 남쪽편 해서 세 시리즈로 진행해볼까 합니다. 잘해보려구요. 그럼 시작합니다.
삭
(출처 : 김가든 이야기)
가볍게 분식집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상수역 1번출구로 나와 직진하면 오른쪽에 있는 자그마한 튀김, 떡볶이집입니다. 뭐 이런 글에 이런 분식집을 소개하냐 하실 수 있겠지만 일단 가보세요. 너무 맛있습니다. 제가 먹어본 분식 튀김과 떡볶이 중에선 가히 최고라고 할만 합니다. (그 옆에 치치라는 또 어마어마한 데가 있지만요.) 김말이만 하더라도 정말 크고 푸짐하고 속을 직접 만드신 것이 팍팍 느껴져요. 새우 튀김으로 말해보자면 그냥 분식집에서 막 벌크로 사오는 새우도 안씁니다. 너어무 맛있어요. 조그만 가게라 서서 그냥 먹는 곳이에요. 조금 더 걸어가면 또 조그만 방이 있는데 거기서 먹을 수는 있습니다. 위생은 그리 안좋아요. 근데 뭐 분식집이 그렇죠. 조금 위쪽에 삭의 술집편으로 삭의 분식을 먹을 수 있으면서 술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사실 서교동과 연남동에도 있어요. 하지만 시조가 여기고 분식은 서서 쩝쩝 먹어야 제 맛 아닌가요. 여러분 모두 삭 가세요 삭.
키무카츠
(출처 : 아이스티 걸)
돈까스 집입니다. 또 튀김이네요. 정말 괜찮은 돈까스를 팝니다. 제가 느낀 이 가게에 또 하나의 메리트는 밥인데요. 나무 함에 나오는 밥이 정말 맛있어요. 흰 쌀밥인데 정말 좋은 쌀로 좋은 물로 좋은 실력으로 만든 밥이라는게 느껴져요. 그리고 이 밥이 무한 리필입니다. 장국도 맛있구요. 돈까스도 종류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플레인, 흑후추, 갈릭, 치즈 등 많아요. 플레인만 먹어 봤지만 플레인으로 유추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다 맛있겠죠 뭐. 문제는 가격입니다. 돈까스 세트가 13000원이에요... 너무하죠.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돈까스란 요리는 원래 싸다라는 인식을 지우면 훌륭한 한끼 식사입니다. 사실 파스타에는 우리 13000원 막 쓰잖아요. 한번쯤 가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맛이차이나
(출처 : kimj02.com)
중식집입니다. 저는 중화요리를 엄청 좋아해요. 세계 3대 요리 나라 답게 다양하고 화려한 음식들, 제가 좋아하는 기름지고 자극적인 맛. 정말 좋아해요. 자연스레 중국 음식 먹으러 다니는 것도 좋아하는데 그 제가 다녀본 중식집 중에서도 손에 꼽는 맛이차이나를 소개합니다. 셰프님이 신라호텔 출신이라고 해요. 솔직히 어디어디 호텔 쉐프 출신이다 잘 믿지 않습니다. 그런 게 완벽히 맛을 담보해 주지도 않고 진짜 호텔 출신인지 확인할 길도 없구요. 여기도 뭐 확신을 가질 수는 없지만 정말 맛있다는 걸로 “아 그런가보다.” 할 수 있겠어요. 주요 메뉴, 인기 메뉴는 새우 요리로 보입니다. 깐풍 새우, 칠리 새우, 크림 새우를 다 팔아요. 전 크림 새우 밖에 안먹어 봤는데 정말 괜찮습니다. 양도 많습니다. 짜장면, 짬뽕 두 개 다 먹어 봤는데 짬뽕이 더 괜찮더군요. 가실 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은행골
(출처 : 맛짱., 케케케의 tasty food)
상수에 들어온지 얼마 안된 프랜차이즈 참치집입니다.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별로 안좋아 하는데 은행골은 제가 사는 목동에서부터 즐겼던 곳이에요. 싸고 질좋은 참치를 씁니다. 정말 참치가 좋아요. 솔직히 동원 참치 사조 참치 이런데 참치는 참치가 아니죠. 그리고 다른 좋은 참치를 쓰는 데는 별로 있지도 않고 다들 어마어마하게 비싸요. 그런데 여기는 가격이 상당히 저렴합니다. 가성비라 그러죠. 그냥 가성비 생각 안해도 괜찮습니다. 그냥 초밥 한접시와 특초밥이 각각 만원 만오천원인데 이렇게 하나씩 먹으면 이만 오천원입니다. 그리고 그 초밥은 아마 안암에서만 초밥을 드신 분은 꽤 차이를 느끼실 맛이에요. 참치 초밥은 이만 오천원이 한접시인데, 말했듯이 가성비가 너무너무 좋습니다. 오도로 츄도로 가마도로 같은 질 좋은 참치를 팝니다. 사시미로 참치를 팔기도 하는 데 그다지 추천을 안드리겠습니다. 양과 가격을 따지면 그다지 좋지 않아요. 나중에 소개시켜 드릴 상수에 스시시로라는 어마어마한 스시집이 있지만 가격이 거의 반 이하니 여기도 자주 가는 데 중에 하납니다.
겐지
(출처 : 맛집투어를 좋아하는...)
겐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이자카야!! 원래는 상수 골목에 있었어요. 돈을 많이 벌었는지 합정 쪽으로 조금 올라와 아예 건물을 세웠어요. 겐지가 1층이고 2층에는 스시시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스시시로와 겐지가 같은 사장님의 가게에요. 이 둘 만이 아니더라도 태국 음식점인 겐지 더 그릴과 이름이 기억 안나는 다른 두 가게를 상수에 가지고 있는 상수 백종원입니다. 그래서 사장님이 진짜 부러워요. 저도 이런 제가 좋아하는 동네에 많은 좋은 가게를 가진 사장이 제 꿈이 거든요. 그리고 백종원처럼 염가에 자극적인 음식을 내놓는 데도 아닙니다. 정말 퀄리티 있는 음식들을 내놔요. 어쨌든 제가 가장 자주가고 아끼는 이자카야입니다. 매니저님과도 친해서 가실 때마다 반갑게 맞아주시네요. 인테리어도 훌륭합니다. 고급 요정 같아요. 상수 골목에 있을 때도 대단했는데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지하도 있는데 조금 답답한 게 아쉬워요. 가격도 가성비가 좋습니다. 겐지 가게들 (겐지 더 그릴, 스시시로)이 비싼 데 비해 여긴 합리적이에요. 조금 더 비싼 대신 확 맛있습니다. 사시미를 추천드립니다. 양도 많고 맛있어요. 다른 음식도 다 맛있고 웬만하면 매일 바뀌는 오늘의 메뉴를 드시는 걸 추천해요. 도쿠리도 너무 맛있지만 양이 적어 화랑을 드시는 것을 추천드리구요. 매니저님도 자기라면 화랑 먹겠다고 하시네요 ㅎㅎ.
휴 드디어 상수 북쪽 상편이 끝났습니다. 세편에 이어 연재될 상수편의 첫걸음이네요. 쓰는데 많이 힘들더군요. 뭣도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 것도 힘들고.. 너무나 사랑하는 제 동네인 상수. 전 친구들이 합정 상수에 따로 저한테 그냥 연락해요. “너 또 여깄냐.” 그러면 저는 “어 있다.” 이러죠. 하지만 너무나 상업화가 되기 시작했어요. 이젠 골목을 걸어다니다 보면 눈이 부셔요. 씁쓸하죠.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조사를 쓴 적이 있는데 신촌에서 홍대로, 홍대에서 홍대 변두리로 밀려나는 대안 문화를 보면 씁쓸함이 심하네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어디로 이 문화가 옮겨가든 전 평생동안 맛집을 찾아다닐 것입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17 04:53: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