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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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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18-09-28 15:58:46
저거 1년 전인 1744년에 승정원 기록을 보면 영조가 직접 말하기를, 천리경은 군대에 꼭 필요한 것이다. 특히 산성 같은데서 특히 필요하다, 라고 하니까 신하들이 저은하, 이미 군대에서 잘 쓰고 있습니다 ㅇㅇ 하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 일이 있은 좀 뒤에 기록에는 영조가 직접 천리경으로 달을 보니까 달에도 그림자가 있고 계곡이 있더라, 하고 옆에서 신하들이 그렇습죠, 계수나무 토끼 어쩌구는 불교에서나 말하는 것입죠 ㅇㅇ 한 기록도 있고
저보다 좀 더 지나서는 아예 영조가 천문학자 불러다가 야 간만에 규일영으로 흑점 좀 관측 해봐라~ 해서 관측해보니 딱 예측한만큼 이동 했습니다~ 오냐 잘했다~ 등등 영조의 기록에는 누구보다도 천리경, 망원경, 천체관측 등이 자주 등장합니다.
영조 본인이 천문학에 관심도 많고 지원도 팍팍해주는 사람이고, 특히 중국에 있는 서양 선교사들을 통해서 서양책이며 망원경이며 구해올라고 중국 가는 사람마다 붙잡고 이번에는 이책, 요번에는 이거 좀 구해와라 하고 택배를 엄청 시킵니다. 실제로 서양 물건, 망원경, 시계, 총 등등을 구해온 신하들에게 포상을 내린 기록도 아주 많습니다.
실제로 영~정조때 천문학 레벨에서 동서양의 (실시간적) 교류와 한중일 천문법의 차이, 동양 천문학과 서양 천문학의 목표와 수준, 그리고 서양 천문학을 조선에서 받아들여 독자적으로 이룬 성과에 대해서는 글이 또 한바닥이니까 그건 포기하고....
영조 본인으로 돌아와서, 1745년 저 때가 영조가 규일영을 처음 본거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이미 1742년에 일식 행사 때 신하들이 영조한테 규일영 끼고 해를 보라고 청해서 영조가 ㅇㅇ 그러자 하고 그대로 따른 기록이 있습니다.
그러면 규일영을 처음 본것도 아니고, 천문학에도 관심이 많은 영조는 왜 괜히 빡쳐서 갑자기 꼬장을 부린 걸까요?
저 1745년 사건이 갑자기 영조가 밥먹다말고 멀쩡한 규일영을 퍽퍽 밟아버린게 아니라, 중국에 사절로 갔다온 사람들이 새로운 책이며 지도며 물건을 가져와서 왕한테 먼저 바쳤는데, 그걸 왕이 다시 실무자들한테 돌려주질 않으니까 영의정이 먼저 입을 텁니다. 승정원 일기 기록을 봅시다.
영의정: 지난번에 북경에서 책이랑 지도랑 망원경이랑 가져와서 전하께 드렸잖습니까?
영조: ㅇㅇ 그랬지
영의정: 근데 어쩨 즈은하 님께서 보시기만 하시고 다시 내주시질 않아서 애들이 업데이트를 못하고 있습니다...언제쯤 주실런지?
영조: 오오냐 너 말 잘했다, 그거 내가 싹 다 부쉈다!
신하들: ????
영조: 규일영으로 해는 봐서 뭐하냐? 쫌팽이들이나 해를 보고 운수를 점치고 그러는거다! 공자도 10대 뒤 일을 모른다 했는데, 그딴걸 보고 미래를 어떻게 맞추냐? 그리고 저번에, 그 언제냐 20년 전에 내가 왕하기 전에, 내가 관상감가서 천문쟁이들 한테 윤달이 언제인지 물어 봤더니, 뭐? 비밀이라 안알랴준다고? 이 시버럴 것들이, 그거 지들이 명나라 버전에서 청나라 버전으로 업데이트 한다고 한번 바꿔놓고 그걸 또 못따라가서 계산도 못하고 쪽팔려서 안알려준다고 한거 아녀? 그러면서 나라 돈은 처 받어? 청나라 이전에 옛날에는 뭐 천문학이 없었냐?
신하1: (아니, 20년 전 일을 왜 지금....)
신하2: (아 석달 전에 말복 날짜 제대로 못맞춘거 그거 때문에 저러시나. 관상감들 뒤졌다.)
영조: 그리고 쉬벌, 이번에 가져온 규일영? 내가 그거 보니까 야 지금 우리 군대에서 쓰는 천리경은 내가 저번에 북한산 가서 봤더니 저 멀리까지 잘 보이던데, 이번에 가져온 규일영 이거는 여기서 봐도 코앞에 남산도 제대로 안보이고, 태양도 제대로 안보이고, 초점 맞춰놓으면 다시 흐려지고, 그래서 내가 망원경이며 책이며 싹 다 부쉈다! 이딴걸 가지러 북경 가서 돈 쓰고, 아무거나 주워오고 뭐라도 바쳐서 벼슬이나 따내고 어 ㅅㅂ 나라꼴 잘 돌아간다?
영의정: 다 부수셨으면 뭐 더 할 말이 없네요...(그거 님이 가져오라며...)
영조: 그리고 시벌 말이 나왔으니, 내가 ㅅㅂ 날짜 제대로 맞추라고 몇번을 말했는데 아직도 계속 틀려? 옛날 역법 그거 매년 관측해서 보정하고 그러는데, 이게 요즘 잘 안맞잖아. 조정 대신들 다 모아놓고 공구리 함 칠까?
영의정: 그...러실건 없고, 저희가 멍청해서 자꾸 옛날 기록들을 까먹어서 매번 새로 고치고 고치고 하는 중입니다...
영조: 후...그래...그러니까 잘좀 하자 엉?
영의정: 예...사실 저도 요즘들어 자꾸 이상한거 가져다 바치는 놈들이 많아서 걱정 했는데 저은하께서 아주 올바른 결단을 내려주셨습니다. 앞으로는 좀 커트 하겠습니다.(그래 니 잘났다)
영조: 흠.. 그래 흠. 잘하자. (너무 오버했나 쩝) 아까 뭔 이야기 하고 있었더라? 세금 이야기 했었나?
신하들: 예~애(미)~~~
참고로 영조가 태양의 흑점을 특별히 더 싫어하는 이유가 있는데, 태양 = 왕이고 흑점 = 왕한테 변고 라는 조선시대 미신도 미신이지만, 특히 영조는 그 윗윗대 숙종때 큰 흑점이 생기고 나서 숙종이 죽었고, 그거가지고 경종이랑 영조랑 누가 왕하나 하다가 역모까지 이야기가 나온 사건이 있어서 특별히 흑점에 더 민감하게 반응을 하긴 합니다.
여튼, 영조가 꼰대도 맞고, 승질 더러운것도 맞고, 당시 사람들처럼 미신이나 유학에 집착을 한건 맞는데
서양 물건 좋은줄 모르고 그냥 부숴버리는 멍청이는 아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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