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 Betsy the Doll (http://wh.reddit.com/r/nosleep/comments/1u94ez/betsy_the_doll/)

요즘 누구나 그러하듯, 나 또한 거지 같은 유년기를 보냈다. 누군들 안 그러겠어? 내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떠나버렸고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던 엄마는 혼자 나를 보살펴야 했지. 엄마는 곧바로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 즐기던 파티 생활과 너무도 많은 종류의 마약에 빠져들었고, 곧 우리 집은 방 두 개 딸린 아파트에서 아편굴로 떨어졌다.
내 인생의 첫 5년동안, 나는 혼란스럽고 무서운 안개 속을 헤매었다. 자욱한 연기가 우리 집 거실까지 들어와 내 침실 문 밑으로 침투했기 때문이다. 한번 들어온 연기는 꼭 며칠이고 머물다 사라졌다.
우리 엄마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그저 중독의 희생자일 뿐이었다. 엄마에게 여윳돈이 있을 때면, 항상 집에 음식을 사다 놓거나 굿윌 스토어에서 내 옷을 사다 주곤 했다. 내 침실에 딱 하나 있던 가구라곤 매트리스 세트에 파랗고 하얀색이 어우러진 장난감 상자가 전부였다.
상자 안에 넣을 수 있는 장난감이 많지는 않았다. 나는 내 생일 동안 3가지 장난감을 받았는데, 아트 뜨개질, 빨간색 웨건, 마지막으로 내가 제일 자랑스러워하는 벳시라는 이름의 인형이었다.
벳시는 내 가장 친한 친구였다. 우리는 상상속에서 다과회를 열고, 함께 잠을 자고 목욕까지 함께 했다. 나는 심지어 벳시의 목소리도 기억한다.
어른이 되어서 내가 어릴적 인형과 함께했던 대화를 돌이켜보면, 아마도 나는 망상에 시달렸던 것 같다. 고맙게도 그 우중충한 복도에 놓인 꽁초들이 뿜어대는 연기가 통풍 잘되는 내 방까지 들어왔던 것이다.
아직도 나는 벳시의 목소리를 기억한다. 즐겁고 톡 쏘는듯한 억양은 요란한 웃음과 함께했다. 벳시가 나한테 했던 말이나 나한테 하라고 시켰던 모든 것 또한 아직 기억하고 있다. 벳시는 나한테 보통 음식, 펜이나 연필 따위를 훔치라고 했었다. 그녀는 내가 포크나 나이프를 자신에게 쥐어주길 바랬다. 그리고 우리 집 쇼파에서 잔 그 나쁜놈을 찌르고 싶어했다.
벳시가 나한테 시키는 것들은 항상 내가 곤란해질만한 것들이었다. 그래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언젠가 내가 엄마에게 누군가가 나한테 이런 게임을 시켰다고 말하자, 엄마는 나를 비웃더니 머리를 흔들곤 믿지 않았다. 엄마는 절대로 믿지 않았다. 어른들이 그러하듯.
나의 6번째 생일이 됐을 때, 나는 엄마에게 생일 파티를 열어달라 부탁했다. 나는 학교에서 만난 못된 기집애들을 초대해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을 줘 나를 좋아하게 만들고 싶었다.
아직도 기억한다. 그 날 부엌에 서서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막 던진 후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던 그 때를. 너무 긴장된 나는 그 때 들고 있던 코카 콜라가 담긴 병이 떨릴 정도였다. 긴장된 숨을 고르며 엄마가 시장 본 물건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았지만, 엄마는 마치 내 말을 못 들은 듯 보였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엄마는 내 말을 들었고, 마침내 내가 다시 한번 물어보기 위해 용기를 끌어 모으다 실패했을 때, 엄마는 날 돌아보며 경박하게 머리를 흔들었다.
“생일파티? 로라, 진짜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 내 새끼도 아닌 15명이나 되는 애들을 먹일 사정도 안돼. 미쳤어? 너 하나 먹이는 것만으로도 벅차 죽겠거든? 무슨 코끼리 새끼마냥 먹어대는데, 너는 니 또래되는 여자애들보다 훨씬 많이 먹잖아. 아, 미안 미안. 벳시가 다 쳐먹지? 이 집구석에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아마 다른 놈들이 낳은 건방진 새끼들이 먹을 음식보다도 적겠지.”
엄마가 머리를 흔듦과 동시에 내 얼굴도 바닥을 향했다. 엄마의 숨소리 사이에 뭐라 투덜거리며 거실로 나왔다. 노래 소리가 시끄러워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았다. 오건 가건 나는 어차피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몰랐다.
이건 불공평했다. 엄마는 매일같이 파티를 여는데 나는 왜 못해? 난 단지 꼬맹이일 분이고 친구들은 언제나 생일파티를 연다구! 학교에 있는 나쁜 기지배들이 이제 내가 너무 가난해서 파티도 못 연다는걸 알았는지 더 심하게 놀려대기 시작했다.
내 눈가로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껴 방으로 달려가는 동안 눈물을 꾹 눌러 참았다. 나는 방문을 쾅 닫아버렸다. 벳시는 침대에 누워 미소 짓고 있었다. 벳시는 언제나 웃고만 있었다. 보통 같은 경우에 벳시의 미소는 날 기분 좋게 만들었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오늘은 그저 화만 더 치밀어 올랐고, 벳시는 자꾸만 실실 웃으며 나를 응시했다.
그녀는 또 나쁜짓을 하라고 시킬 참이었다. 우리 엄마가 생일파티 안 열어주는 것도 그런 이유겠지. 벳시 때문에 처했던 나쁜 상황들 때문에 그런거야. 이건 다 벳시의 잘못이야! 벳시는 학교 안가도 되고 내가 곤경에 처하는 것 처럼 자기도 그러지 않아. 내 어린 마음에, 이 모든 비난의 화살은 벳시 때문이라고, 엄마가 아닌 그녀 때문이라고 믿어버렸다.
내가 이성을 잃은 건 그때였다. 나는 분개해 소리를 지르며 손에 들고 있던 병을 침대를 향해 있는 힘껏 던졌다. 병은 벳시의 이마를 맞췄고, 그녀는 밑으로 떨어졌다. 나는 병을 다시 집어들고 그녀를 때리고, 또 때렸다. 벳시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해서 더 세게 때렸다.
그러다 갑자기 웃음이 나서 웃었다. 내 모든 분노가 사라지자, 나는 벳시를 끌어다 장난감 상자에 집어 넣었다. 상자를 꽝 닫아버리고 발로 차 벽에다 밀어버렸다. 다시는 벳시를 보고 싶지 않았다.
벳시 이후로, 나는 어떤 인형도 가지지 않았다. 일주일쯤 뒤, 경찰이 찾아왔고, 친절한 두 여성이 다른 주의 새로운 집에 날 데려갔다. 그 집에는 음식과 장난감이 있었고, 마약이 없었다. 트렁크는 창고로 향했고 웨건은 사라졌다. 나는 그 후 엄마를 보지 못했다.
내가 조금 성숙해지자, 내 양부모님은 내 엄마가 25년 형을 받고 감옥에 갔다고 했다. 뭐, 그거는 별로 상관이 없다. 어차피 엄마한테 느끼는 감정 따윈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까지도 엄마라는 그 여자 때문에 악몽을 꾸곤 했다.
하지만 아주 천천히, 나는 치유됐다. 나는 학교에서 잘하려 노력했고 감옥에서 오는 엄마의 편지를 무시했다. 엄마는 내가 20대가 되어서도 만나길 희망했지만, 나는 언제나 엄마의 전화를 거절했다.
그게 바로 오늘 아침까지의 일이다. 나는 이제 서른이 됐고, 내 스스로 낳은 아이들과 다정다감하고 정직한 남편도 있다. 우리 집은 아주 아름다웠고, 두 마리의 개를 키우고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나처럼 불우한 시기를 보낸 아이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나는 행복하고, 안정됐으며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었다. 오늘 오전에 엄마가 남긴 가석방 소식과 나를 만나길 희망한다는 말에, 그럼 원하는 대로 한번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벌써 집에 와있었기 때문에,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집 뒷뜰의 헛간으로 들어갔다. 헛간은 아이들의 영역이었고, 주로 여름철에 노는 공간으로 사용됐다. 나는 이제 다과회 상으로 사용되는 내 낡은 장난감 상자 위에 걸터앉아 엄마가 남긴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 세 번이 울리고.
“여보세요? 로라?”
“안녕 엄마. 어떻게 지냈어요?”
“오 로라, 전화해줘서 정말 고맙구나. 네 가족들과 새로운 인생을 꾸리고 있다고 들었다. 언젠가 한 번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그냥… 내가 전화한 이유는 그간 내가 너에게 얼마나 미안했는지 말해주고 싶었단다. 그냥 모든것에 있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는 내 자식들 볼 일 없을거에요. 그리고 이왕 전화 하셨으니까, 내가 그간 말하고 싶었던 것들 이참에 다 하겠어요. 그 아편굴, 헤로인, 그것들 때문에 당신 인생이 망가진 거에요. 그리고 제일 최악인건 나까지 망치려 했다는 거고! 난 그때 고작 다섯살 이었는데. 그리고 거긴 애가 있을법한 집도 아니었어요. 솔직히 말해서, 엄마가 그렇게 오랬동안 잡히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놀랍네요.”
“로라, 이게 어떻게 보일지 짐작은 가지만, 난 아무것도 몰랐어! 이것봐, 그런건 이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잖아. 네가 그렇게 느낄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할게.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날 미워하고 네 아이들도 못 보게 하는거니? 내가 들어가 있는 동안 용서에 대해 많이 배웠다구… 그리고… 로라, 벳시에 대해선 내가 정말 미안하구나.”
“벳시?” 난 혼란스러워져 잠시 말을 멈췄다.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나도 다 알아, 로라 이 애미를 믿어주렴. 마약도 그 정신 없는 파티들도 전부 내 탓이지. 그리고 벳시… 오 하나님… 내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내가 그때 정신만 차렸더라도. 걔가 죽은건 순전히 내 탓이야.”
엄마가 울기 시작하고, 나는 손가락으로 신경질적이게 장난감 상자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마약이 엄마 뇌를 아주 망가뜨려버린게 분명했다.
“어머니.” 한숨이 나왔다. “벳시 이야기는 대체 왜 하는거에요? 아니 도대체 무슨 상관이야? 벳시가 어디있는지 알고 있거든요?” 벳시는 바로 내 아래에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거야, 로라? 오 세상에. 벳시가 어디에 있는데?”
나는 조금 불편하게 움직였다. “음… 벳시는 지금 트렁크 안에 있는데요. 항상 그래왔듯이요.”
엄청난 침묵이 있었다.
“니 여동생이 트렁크에 있다니, 무슨말이니 로라?”
“여동생? 도대체 뭔 소리를 하시는거에요? 아니, 얼마나 됐다고 벌써 마약하세요? 아니 이건 완전 신기록이네요. 벳시는 그냥 망할 인형이에요. 엄마가 마약 소지죄로 체포되기 며칠 전에 내가 장난감 박스에 집어 넣어뒀다구요.”
“로라… 맙소사… 안돼. 로라,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엄마가 체포된건 마약 때문이 아니라 벳시가 실종됐기 때문이었다고! 네가 언제나 벳시를 보면서 너만의 인형이라고 했지만 그래도 동생인걸 자각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네가 알고 있을줄 알았는데… 로라… 대체 내 아가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갑자기 아무 생각도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았다. 나는 전화를 내려놓고 일어났다. 전화 너머로 작게 들려오는 엄마의 괴로운 울음이 들려왔고, 나는 내 작은 상자 안에 들어있을 지도 모르는 검은 어떤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억들이 마음속에 혼란스럽게 섞여 들어갔고, 내 의식으로 밀려 들어올 마냥 협박을 해댔다. 기억은 존재하는지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던 굳게 잠긴 내 마음 한켠의 문을 밀어댔다.
아니, 그게 가능하기나 해? 그 트라우마와 아편굴의 영향이, 내가 사람이 인형이라는 걸 믿게 하는게 가능이나 한가? 음식과 도구들을 달라 애걸복걸하고 나쁜 남자로부터 지켜달라고 하던 걔를?
아니야…
나는 천천히 뒤로 돌아 임시방편으로 만들어진 다과회 상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아무리 봐도 그 상자는 너무 작은데… 저 안에 사람이 들어갈 수가 없다. 절대 안 된다. 그러다 한 편으로는, 엄청 작고 계속 굶던 쇠약한 아이라면? 벳시라면, 아마 들어갈 수도 있을까? 아니, 조사관이 이런 작은 상자에 사람이 있을거라 생각이나 했을까? 내가 보기엔 아니었다. 상자는 너무나도 작았다. 그리고 지난 시간동안, 언젠가 한 번은 상자를 열었던 것 같다. 아니, 안 열어봤나? 아니면, 쉬고 있던 내 어두운 기억이 저 박스를 열지 못하게 막아왔던 것일까? 나는 여지껏 그 상자가 열려있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죔쇠를 열었다. 안 보는게 좋을 것 같아. 그 많은 어려운 시간을 지나와 이제야 내 자신을 위한 새 인생을 얻었는데. 이 장난감 상자를 열면 그 모든게 사라질지도 몰라. 열지 말아야겠어. 매립지에 갖다 버리고 이 상자가 있었다는 사실 조차 잊어야해… 절대 안을 들여다 보지 마.
나는 상자를 열었다.
나는 여지껏 인형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엄마는 너무 가난해서 하나도 사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나는 그 빨간 웨건도 가진 적이 없었다. 오로지 장난감 상자만 있었을 뿐이었다. 예쁘고, 파랗고 하얀 장난감 박스. 그리고 내가 다섯 살 이었을 때, 나는 내 어린 여동생을 죽을때까지 두들겨 패고 상자 안에 쳐넣었다. 그리고 내 인생은 끝났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20 19:5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