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교수, 올해 성적표를 볼까.."
"C"
"아니 일단 말부터 들어.."
"C"
"교수님, 올해 제가 시험을 개떡같이 친건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C"
"아시다시피 장학금과 기숙사가..."
"C"
" 높으신 교수님 일수록 학점에 자부심이 있는 법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학생에게 성적으로 가해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겠습니까? 아무리 출석을 안했다고 말이지요. 이렇게 학생 하나를 잃는 것은 석탑상에서도, 강의평가에서도 멀어지는 일입니다. 교수님은 아직 앞길이 깁니다. 저는 당신보다 나이를 아주 덜먹은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충고하고 싶습니다. 학점을 좀더 올려 주십시오, 올려서, 제 성적표를 사람답게 만들어 주십시오. 괜히 성적을 깎아 학생들의 원성을 사느니, 그쪽이 당신 개인으로서도 행복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는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대단히 인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뭐 어떻게 생각지 마십시오. 저는 훌륭한 교수님으로 여겨졌다는 말입니다. 만일 성적을 올려주는 경우에, 개인적인 조력을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교수는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된 천막 천장을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C."
설득자는, 손에 들었던 연필 꼭지로, 테이블을 툭 치면서, 곁에 앉은 동기들을 돌아볼 것이다. 동기들은, 어깨를 추스르며, 강의평가와 클루에 악평을 달겠지.
나오는 문 앞에서, 학사지원부의 책상 위에 놓인 성적표에 이름을 적고 천막을 나서자, 그는 마치 재채기를 참았던 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캑캑거리면서도 그의 웃음은 멎지 않았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24 07: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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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연재 2 유쾌하고 감동적이며 놀라운 이야기, 자작 연재 콘텐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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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등록일 : 2015-01-03 15:21:39 | 글번호 : 65126 | 0 4542명이 읽었어요 모바일화면 URL 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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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정정 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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