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남 강서군 덕흥리 고분벽화에 묘사된 가릉빈가
인면조의 정체는 가릉빈가(迦陵頻伽)로 보인다. 산스크리트어의 칼라빈카(Kalavinka)를 한자로 옮김 말이다. 고대 인도 신화와 불경에 등장하는 상상의 새이다. 즉 유교 드래곤이 아니라 불교 신화의 생물인 것이다. 가릉빈가는 히말라야에 있는 설산에서 태어났다. 미음조, 극락조 등으로도 불린다. 자태와 소리가 모두 아름다우며 알에서 깨기 전부터 목소리를 낸다. 무시카라 불리는 일곱 개의 구멍이 달린 악기를 다룰 수 있는는데 계절마다 다른 소리를 낸다. ‘능엄경’ 1권에서는 가릉빈가를 두고 “그 소리가 시방세게에 두루 미친다”고 했다. ‘화엄경’에서는 “청정·미묘한 범음으로 무상한 정법(正法)을 연출하니 듣는 사람들이 기뻐하여 맑고 오묘한 도리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가릉빈가는 불사조이다. 천년을 살다 죽을 때가 되면 스스로 불을 피워놓고 주위를 돌면서 악곡을 연주하고 춤을 춘다. 그러다 불에 뛰어들고 재 속에서 다시 알로 부활한다.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킬 정도로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는 새이자, 생사의 순환을 보여주는 불멸의 새인 셈이다. 이런 속성으로 가릉빈가는 ‘부처의 말씀을 전하는 새’가 됐다.
히말라야에서 태어난 가릉빈가는 불교의 전파와 함께 동북아시아 전역에 퍼져 한반도까지 도달했다. 이 과정에서 모양이 변해 동북아시아의 복식을 갖추게 됐다. 2000년 출간된 <사찰장식 그 빛나는 세계>를 보면 경북 문경시 봉암사 지증대사적조탑에는 상단 괴임대 8면에 각각 날개를 펼치고 악기를 연주하는 가릉빈가가 새겨져 있다. 전남 구례 연곡사 북부도의 가릉빈가는 8면의 탑신 괴임에 각 면마다 하나씩 새겨져 있다. 경북 영천 은해사 백흥암 불단에는 정교하게 새겨진 가릉빈가를 확인할 수 있다. 경북 경주 분황사터 와당에도 가릉빈가가 새겨져 있다. 평안남도 강서군에 있는 덕흥리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사람의 얼굴을 한 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백호가 원래부터 이 땅에 있었던 신성한 동물이라면 가릉빈가는 인도에서 왔다. 기괴하게 생긴 인면조는 알고보면 동서문명 교류의 흔적이자 잊고 있었던 한반도의 문화적 아이콘이었던 셈이다.
참고: <사찰 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
http://m.sport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032&aid=0002850208
ㅇㅇ 불교드래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20 22:3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