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마지막 날 BGM은 남부해방가입니다.
북베트남이 남베트남을 멸망시키고 세운 괴뢰정권인 남베트남 공화국 임시혁명정부의 국가입니다.
오늘의 일정에 통일궁과 전쟁기념관이 있어 선곡해 보았습니다.

1. 호텔 조식에서 쌀국수가 나와서 좋았습니다.

2. 이 날의 첫 여행지는 통일궁입니다.
원래 프랑스 총독관저로 지어졌고, 이후 남베트남 대통령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남베트남 패망 후 북베트남과 남베트남 공화국 임시혁명정부의 통일 협정이 체결된 곳이기도 하지요.

3. 남베트남 패망 하면 대통령궁 정문으로 북베트남 탱크가 밀고 들어오는 장면이 생각나실 겁니다.
마침 탱크는 아니고 봉고차 한 대가 들어오고 있더군요...

4. 바로 그 탱크입니다.
앞에서 탱크맨 코스프레도 해 봤습니다.

5. 내부관람을 합니다.
당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습니다.
이 방에서 베트남 민주 공화국(북베트남)과 남베트남 공화국 임시혁명정부의 통일 협정이 체결되어, 오늘날의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이 탄생했습니다.

6. 대통령 관사에 이렇게 정원도 있습니다.
다 좋은데 에어컨이 없어서 덥긴 했습니다.

7. 남베트남은 패망하였고 그 결과 베트남은 적화통일되었지만, 결국에는 개혁 개방을 하여 적어도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사실상 자본주의 국가가 되었습니다.
통일궁 옥상 너머로 보이는 고층빌딩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반공 국가인 우리 입장에서는 남베트남 패망이 안타깝고도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오히려 경각심을 가지게 되는 반면교사라고 생각합니다.
남베트남은 부패하고 무능하였으며 민주적이지도 못했습니다.
그나마 경제도 처음에는 순조롭게 발전하다가 어느 순간 정체에 빠졌습니다.
국내의 종북세력, 베트콩의 준동을 막지도 못했습니다.
6.25 전쟁 이후로 절대다수의 국민이 반공 의식을 가지게 된 우리와는 달리, 베트남은 남북을 가리지 않고 민족의 독립 영웅인 호치민에 대한 인기가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었습니다.
남베트남과 우리의 상황은 너무나 다르니 지나친 염려나 선전선동은 삼가되, 다만 그들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각자의 위치에서 국가를 위한 노력을 기울임이 중요하겠지요.

8. 옆의 별관에서는 통일궁 건물의 역사, 남베트남의 역사에 대한 전시회가 있었습니다.
독일의 브란덴부르크 문, 베트남의 통일궁. 한때는 분단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통일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언젠가는 평양 주석궁과 금수산태양궁전에 태극기가 걸리고 통일 대한의 상징이 되는 그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9. 조국과 민족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당이 떨어졌습니다.
베트남의 명물 콩카페에 가서 코코넛 초코와 코코넛 커피를 마셨습니다.

10. 다음 목적지는 호치민 중앙우체국입니다.
여기도 프랑스식 건물입니다.

11. 일반적인 우체국 업무도 보고 있지만 관광객을 위한 각종 기념품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안에는 호치민 주석의 초상화가 걸려 있습니다.
모든 지폐에 호 주석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으며, 지폐를 훼손하는 경우 처벌받습니다.
액수가 낮은 지폐는 그래도 꼬깃꼬깃한데 고액권은 다리미로 다려 놓은 것처럼 빳빳했습니다...
여담이지만 호 주석은 자신의 무덤에 봉분도 비석도 만들지 말고, 정자를 지어 지나가던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게 하고, 그 사람들이 하나씩 나무를 심어 마침내 숲이 우거지게 하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베트남 국민들은 그의 유언을 무시하고 소련의 레닌처럼 방부처리를 해 버렸습니다(...)
그의 영묘는 하노이에 있습니다.

12. 우체국 앞에는 노트르담 성당이 있습니다.

13. 그리고 옆으로 살짝 돌아서 가면 이렇게 책방 골목이 있습니다.
책을 읽고 있는 석상이 신기해서 한 장 찍어 보았습니다.

14. 이렇게 한국어 중고서적까지 팔고 있는 어메이징한 곳입니다.
베트남에서 한국어로 된 영단어 책을 사서 보는 사람이 있을까요...?

15. 점심은 벤탄시장 근처 식당에서 코코넛 볶음밥에 맥주 한 잔을 하고

16. 근처 카페에서 스무디로 입가심을 했습니다.

17. 마지막 목적지는 전쟁기념관이었습니다.
1층에서는 전세계에서 일어난 반전 시위를, 2층과 3층에서는 전쟁의 참상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18. 미군에서 노획한 무기들이 마당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19. 한때는 서로 총부리를 겨누었고, 베트남 전쟁은 베트남에게도 미국에게도 상처로 남았지만 지금 양국의 관계는 나쁘지 않다고 합니다.
오히려 베트남 쪽에서 중국으로부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과의 교류를 늘려나가는 등, 미중 등거리 외교를 하고 있습니다.

20. '소녀의 절규'라는 제목으로 유명한 사진입니다.
불에 탄 옷을 벗어던지고 벌거벗은 채로 울고 있는 저 소녀는 현재 어머니가 되었으며, 캐나다에서 의사이자 아동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자신에게 네이팜탄을 쏜 미군 병사를 만나 그를 용서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대단하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21. 미군과 남베트남군에 의해 학살당한 민간인의 모습입니다.
물론 북베트남에 의한 학살도 있긴 했습니다만, 이 박물관에서는 다루고 있지 않아 다소 아쉬웠습니다.
미국과 한국 등 남베트남 편에서 싸웠던 나라들이 지금의 베트남 정부에게 민간인 학살에 대한 사과 및 보상을 하려고 해도, 베트남 측에서는 '우리가 이겼으니 상관 없다'는 식으로 거절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자기네들도 학살의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못하기 때문에 거절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많습니다.
어느 쪽이 되었든 무고하게 희생당한 베트남 민중의 원한은 사라지지 않고, 그것이 정치적인 이유에 의해 숨겨질 수는 없습니다.
베트남 정부에서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상규명과 사과가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22. 잘 아시겠지만 우리나라에도 고엽제로 인해 고통받는 월남전 참전용사 어르신들이 계십니다.
이분들을 위해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가 설립되어 있지만, 정작 증상이 심하고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은 활동을 거의 못하고 계셔서 그분들 목소리는 반영이 거의 안 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본래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23. 의외로 관람객의 상당수가 미국인이었습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불편한 내용이겠지만, 지난 역사로부터 반성을 하고 교훈을 찾으려는 모습으로 보여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화해의 손을 잡은 미국과 베트남처럼, 우리도 우리의 이웃 나라들과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고 자유로운 평화통일을 이루기를 바랄 뿐입니다.

24. 이제 베트남에서 마지막 식사를 할 시간입니다.
원래는 부이비엔 여행자 거리에서 먹을까 했는데 마음에 드는 식당이 딱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원래 가려던 곳이 문을 닫아서...

25. 그래서 길 건너편 쇼핑몰에 있는 푸드코트에 갔습니다.

26. 여기서 분짜를 먹습니다.
이번에는 고기가 아니라 생선튀김이 나왔네요...
생각해 보니 베트남에서 반쎄오(팬케이크)를 못 먹어 봤네요. 다음 기회에...

27. 공항에서 밤비행기를 타고 인천으로 돌아왔습니다.
5일차는 비행기에서 내려서 집으로 돌아온 것밖에 없었기 때문에 내용이 없습니다.
이렇게 돌아온 날이 2020년 2월 8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대만으로 떠난 것이 2020년 2월 12일이었습니다.
원래는 베트남에서 바로 대만으로 가려 했는데, 그 사이에 제가 한국에서 볼일이 생겨서 부득이하게 올라왔다 다시 내려가게 되었고, 나흘만에 재출국이라는 진기록을 세웠습니다.
(대학 친구 중에는 일본 여행 중 도쿄 호텔방에 동생을 두고 서울 당일치기를 한 후 다시 도쿄로 날아간 친구도 있었습니다... ㅎㅎ)

3박5일간의 베트남 호치민 여행은 여러 모로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저렴한 물가, 다양한 볼거리, 맛있고 건강한 음식, 친절하고 부지런한 사람들 등 베트남은 여러 모로 매력적인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4일차는 저에게 여러 가지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 주는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아울러 친구들과도 재미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이것으로 베트남 여행기를 마무리합니다.
내일 올라오는 여행기가 아마 마지막 연재가 될 것 같습니다.
제 부족한 여행기를 읽어 주시고 댓글 남겨 주시는 분들, 추천 눌러 주시는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댓글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 完 -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29 21: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