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의 기다림, 더 이상의 패배는 없다!

8:1. 작년 정기전에서 아이스하키부가 받은 초라한 성적표이다. 작년의 패배로 인해 14년 연속 무승을 기록한 아이스하키부.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아이스하키부 선수들은 이번엔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의에 차있었다. 선수들의 열기로 가득 찬 아이스링크장을 지난 24일 찾아가봤다.

오전 9시,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이미 아이스링크장을 날듯이 누비고 있었다. 아침 훈련 시간에 선수들은 조를 이뤄 스케이팅과 수비 포메이션을 집중적으로 훈련한다. 아이스링크장은 입김이 나올 만큼 추웠지만 훈련에 집중한 코치와 선수들의 유니폼은 모두 땀에 젖어있었다.

▼다양한 색상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 유니폼의 색깔에 따라 조가 나뉜다.

빙상 훈련이 끝난 후 선수들은 자유로운 복장으로 갈아입고 야외로 나왔다. 마무리 운동과 웨이트 훈련을 위해서다. 선수들은 주차장을 가볍게 돌거나 웨이트 센터에서 근력 운동을 하면서 빙상 훈련 때 지친 몸을 달랬다. 이번 년도 아이스하키부의 특징은 가족 같이 친근한 분위기이다. 훈련이 고되어도 선수들은 항상 유머를 잃지 않았다.

모든 운동이 끝나고 드디어 기다리던 점심시간. 선수들이 훈련 때문에 고갈된 체력을 다시 충전시키는 시간이다. 몇몇 선수들은 반찬에 대해 불평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기쁜 표정을 짓고 있다. 점심식사가 끝난 후 주어지는 휴식시간에 대부분의 선수들은 아이스링크장위의 숙소에서 자면서 체력을 보충한다.

선수들이 달콤한 휴식을 즐기고 있을 동안, 골키퍼를 담당하고 있는 박준수 코치를 만나봤다. 박준수 코치는 “고대의 강점은 빠른 공격인 반면 연대의 강점은 견고한 수비”라며 “특히 연대는 전통적으로 골키퍼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아이스하키부는 이번 년도에 골키퍼 전력을 보강했다. 작년에 유일한 골키퍼가 부상을 당해 팀의 전력에 큰 손실을 불러온 만큼 이번엔 백업 골키퍼까지 갖춰 만약에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박계훈 선수(체교, 11, GK)와 배장우 선수(체교, 11, GK)가 그 주인공이다. 1학년이라 정기전에 부담이 되지 않냐는 질문에 배장우 선수는 “긴장이 되긴 하지만 운동을 집중해서 하다 보면 긴장감이 다 잊혀진다”며 당돌한 모습을 보였다. 박준수 코치 또한 ”골키퍼 2명 모두 1학년답지 않게 플레이가 여유롭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 아이스하키부 골리

달콤한 휴식시간이 끝난 후 선수들은 녹지로 나왔다. 체력과 근력 훈련을 위해서다. 선수들은 약 한 시간동안 온 몸의 근육을 단련시키기 위해 다양한 훈련을 했다. 지상 훈련이 끝나고 저녁 빙상 훈련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 고현빈 주장(체교, 08, RD)과 인터뷰를 가졌다. 고현빈 주장은 “이번 년도엔 스피드 하키에 주력하고 있다”며 전략을 설명했다. 또 “선수들이 모두 운동도 열심히 하고 컨디션도 좋다”며 조심스레 정기전 승리를 점쳤다.

저녁 6시부터는 ‘파워플레이‘를 대비하기 위한 빙상 훈련이 시작되었다. 아이스하키는 몸싸움이 심하기 때문에 선수 퇴장이 잦은데 ’파워플레이‘란 우리 측 선수가 퇴장 당한 상태에서 경기를 진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선수들이 한창 훈련에 집중하고 있을 때 아이스링크장 밖에서 이를 묵묵히 지켜보는 선수가 한 명 있었다. 4학년의 이재욱(체교, 08, DF) 선수였다. 무릎 부상 때문에 잠시 쉬고 있는 이재욱 선수의 모습에서 팀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재욱 선수는 “빨리 회복해서 팀의 전력의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하며 기자에게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녹지에서 근력훈련을 하고 있는 아이스하키 선수들

빙상 훈련 후의 가벼운 마무리 운동을 마치고 나면 아이스하키부의 하루 운동은 끝난다. 이 때 특별한 저녁 식사가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선수들의 어머니들이 지친 선수들을 위해 고기를 준비한 것이다. 선수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던 어머니들은 “안 먹어도 배부르다”며 웃었다. 고현빈 주장의 어머니 허정선 씨는 “정기전을 위해 일주일에 2번 씩 이런 자리를 마련한다”며 “아들이 자기 포지션에서 제 몫을 다할 때 가장 자랑스럽다”고 아들에게 격려의 메세지를 보냈다. 저녁식사가 끝난 후 휴식시간을 가진 선수들은 오후 열시에 잠자리에 든다. 이로써 아이스하키부의 하루 일과는 끝이 난다.

아이스하키부의 하루를 지켜보니 코치와 선수들이 얼마나 승리를 갈구하는 지 뜨겁게 느낄 수 있었다. 아이스하키부는 정말 달라져 있었다. 작년과 달라진 점을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 플레이 담당 최태호 코치를 찾았다. 연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비가 약했던 우리 학교 아이스하키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수비 포메이션을 구상해 연습하고 있다. 최태호 코치는 또한 심리적 요인을 강조했다. 최태호 코치는 “나도 조바심을 가지지 않고 선수들에게 부담감을 주지 않기 위해 정기전을 최대한 덜 언급하고 있다”며 “선수들이 마음대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최태호 코치는 연대에서 주목할 만한 선수로 이영준 선수를 꼽았다. 이영준 선수의 장점은 ‘여유가 있으며 득점력이 좋다’는 것이다. 반면 박준수 코치와 최태호 코치, 고현빈 주장 모두 우리 학교에서 주목할 만한 선수로 신형윤 선수(체교, 09, RW)와 안진휘 선수(체교, 10, CF)를 꼽았다. 신형윤 선수는 일대일 상황에 강하고 드리블이 좋다는 장점을, 안진휘 선수는 스피드가 빠르고 득점 찬스를 잘 얻는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신형윤 선수는 이에 대해서 “동료들의 도움 덕분”이라며 “이기든 지든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안진휘 선수 또한 “주목받는 선수로 꼽힌 만큼 더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와세다대와의 6번의 친선경기에서 5승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둔 아이스하키부는 9월 3일 아이스링크장에서의 합숙을 마치고 러시아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러시아에서 유럽 선수들과 많은 연습경기를 가지면서 포메이션과 전술을 완성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정기전은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23일 4시에 열릴 예정이다. 올해는 꼭,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승리의 뱃소리가 아이스링크장에 널리 울려 퍼지길 기원해본다.

작성자 : 최정민, dn4769@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