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 전승! 압승!

올해도 어김없이 고대와 연대가 벌이는 고연제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고연제를 알리는 현수막을 보면 잠실에 있는 야구장, 농구장, 축구장의 흥분되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거칠게 계속 되는 응원도 이 때 만큼은 전혀 힘이 들지 않은 듯 느껴집니다. 고대 선수가 연대 선수에게 반칙이라도 당하면, ‘욱’하는 애교심에 심한 욕이 절로 나오기도 합니다. 오늘날 야구, 농구, 빙구, 럭비, 축구 다섯 종목의 경기를 통해 몇 승 몇 패로 최종 승자를 정하는 고연제, 과연 시작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이었을까요?

일제시대 - 체육을 통해 일제에 저항하다!

두 대학의 첫 시합은 1925년 5월 30일 정동 경성일보 코트에서 열린 조선체육회 주최 제 5회 전 조선 정구대회에서였다고 합니다. 이후 고대와 연대는 각종 대회에서 축구, 농구, 야구 등의 종목에서 대항전을 벌였습니다. 체육활동은 일본학생들과 합법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도구로 인식되었고, 이는 식민지라는 암울한 시대적 상황에서 고대와 연대의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일제에 대한 울분을 토하고 저항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광복 이후 - 독재타도와 민주화를 외치는 고연제!

광복된 이듬해 10월, 고대와 연대의 OB들이 축구, 농구시합을 하기로 합의한 것이 계기가 되어 두 대학이 정기적으로 시합을 하게 되었으며, 1956년 10월에 야구와 럭비가, 1957년 1월에 빙구 종목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리고 1965년 유진오 고대총장과 박대선 연대총장이 축구, 농구, 야구, 럭비, 아이스하키 5개 종목 정기전을 갖기로 합의하면서부터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군부독재 시기, 고연제는 전국적인 차원에서 민중의 관심을 모으는 국가적 행사로 치러졌습니다. 이는 고대와 연대의 학생들이 고연제에 당시 민중들이 염원하는 시대정신을 잘 녹여냈기 때문입니다. 고대와 연대를 넘어 서로의 어깨를 걸고 독재타도와 민주화라는 시대적 요구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하나의 행사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고연제는 국민적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었고, 독재정권은 고연제를 막으려고 하였습니다.

2008년 오늘, 우리에게 요구되는 고연제는 과연 어떤 모습입니까?

요즈음 고연제를 보면, 두 학교가 서로 우애를 나누고 축제를 즐기면서 시대적 요구와 실천에 부응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점점 참가하는 학우들이 적어지고 있고, 고대와 연대만의 운동경기로 위상이 축소되었습니다. 고연제가 끝나고 나면, 머릿속을 맴도는 응원곡과 승패, 그리고 기업 홍보물만이 남을 뿐, 어딘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제 우리의 현실을 돌아봅시다. 우리의 주변을 돌아봅시다. 역사는 2008년 고연제를 어떻게 기억할까요? 오늘, 우리에게 요구되는 고연제는 어떤 모습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