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를 드립니다.

선선한 아침공기가 코 끝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지난 2009년, 11월의 그 향기가 다시 느껴집니다.

설레는 가슴을 부여잡고 정대 후문을 들어서던 지난 시간의 문석중이 눈 앞에 아른거립니다.

아직도 과실 문을 열어젖힐 때면 설레는 가슴이고 사람들과 마주할 때면 느끼는 저마다의 독특함에 쿵쾅쿵쾅 요동치는 가슴인데 .. 여전히 마음만은 미처 다 해내지 못한 것들로 인해 걱정이 가득하고 두 다리는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

이렇게 작별을 이야기하려니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행사보다는 뒤풀이를 좋아하고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말 걸기를 좋아하고 선배들한테 까불거리고 농땡이를 피울 때면 제일 앞장섰던 새내기였습니다. 학생회라는 것은커녕 내 주위의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고 그들에게 눈길을 준다는 것은 생각 해본 적 없는 그런 새내기였습니다.

그랬던 한 새내기에게 이 공간은 ‘나’를 넘어선 ‘우리’를 말하며 다가왔습니다.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는 행하기 어려운 이야기였습니다.

우리, 함께하는 거? 좋지. 근데, 그 우리라는 것도 내가 먼저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

풀리지 않는 의문에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인간’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라는 선행된 존재가 있을 수 있는 것인가..

이 또한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습니다.

그렇게 경제포효반이라는 공간에서 3년이란 시간을 보냈습니다.

거대한 곳이 아닌 내가 존재하고 있는 이 학생사회에서부터 ‘우리가 만드는 함께하는 기쁜 공간’을 이루어보고자 했습니다. 섣부르게 부딪혔다가 심하게 상처를 입기도 하였고 급한 마음에 누군가를 다치게 한 적도 있었습니다. ‘우리’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알고 싶어서 몸은 내던졌지만 너무나도 많은 ‘너와 나’ 사이에서 ‘우리’를 찾아내기에 .. 저는 많이 부족하고 모자랐던 것 같습니다.

솔직하게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사회의 곳곳에서는 여전히 ‘함께함’을 필요로 하는 수많은 ‘나’들이 존재하는데 누구는 이를 외면하고 누구는 말없이 다가가고 누구는 ‘여기 함께함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고 외칩니다. 동시에 그 손길을 ‘간섭’으로 느끼며 뿌리치는 누구도 존재합니다. ‘우리’라는 것의 실체가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너와 나’의 집합에 불과한 것인지 ..

어쩌면 사람들 사이에서 ‘이상’으로서만 존재하는 꿈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난 3년이란 시간,

제가 사랑하는 경제포효반에서 ‘우리’라는 달콤한 꿈을 꿀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나를 믿고, 너를 믿고, 우리를 믿으며 무언가 이루어내고자 꿈을 꾸었던 사람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부족하고 모자랐던, 문석중과 사과향기는 이렇게 떠나갑니다.

그러나 경제포효반은 다시 한 번, 또 다른 꿈을 향해 달리기를 시작하겠지요.

2010년, 여러분들께 경제포효반은 서로를 조금만 더 이해하고 서로를 조금만 더 사랑하고 .. 그리고 그 끝에는 서로가 함께할 수 있는 기쁜 공간이었기를 바랍니다.

모두 내년에는 더욱 더 행복하시길 바라며,

2011년! 여러분들과 함께 가꾸어질 새로운 모습의, 새로운 꿈을 향한

경제포효반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떠나면서 여러분들께 마지막으로 드리는 정리되지 않은 작별인사였습니다.

다들, 안늉! ^-^

민족과 민중을 사랑하는 경제학과 포효반.

사람의 향기를 꿈꾸었던 문 석 중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