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

- 경술국치 100년의 단상

경술국치 : 한일 합방을 경술년에 당한 나라의 수치

한국 정부의 통치권을 일본제국주의에 양여한지 어느 덧 100년의 시간이 흘렀다. 한일병합조약이라는 짧은 문서로 인해 35년간 말도 부르지 못하고 이름도 쓰지 못하는 오욕과 착취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겨울의 차가운 바람에 가장 먼저 어는 것은 깊은 바다가 아니라 작고 얕은 연못물이다. 자연의 이치와 마찬가지로 어려운 시기에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은 언제나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아닌 민중들이다. 그리고 그 속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있었다.

일본군위안부 : 일본 제국주의 점령기에 일본에 의해 군위안소로 끌려가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한 여성.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제는 일본군의 사기를 증진시키기 위해 군대 내에 ‘오락소’라 불리는 위안소를 설치한다. 그리고 여기에 동원된 여성들은 인간 이하의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여성을 존엄한 인권의 주체가 아닌, 일본군의 짐승같은 성욕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다룬 이 문제에 대해서 오랜기간 동안 한일 양국 정부는 침묵하였다. 미국, 영국 등이 자신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식민지 문제 해결을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고 한일청구권협상 과정에서 위안부 문제가 빠지면서, 위안부 여성들은 순결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모멸 받으며 살아야 했다.

곤란하니 기다려라?

역사에 난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국권의 침탈이라는 엄청난 사건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일제강점에 대한 성찰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900회를 넘긴 정대협(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수요집회 또한 마찬가지다.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위안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일본 정부를 강력히 규탄해야할 이명박 정부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아무런 의지가 없는 듯하다. 위안부 문제의 해결 또한 ‘지금은 곤란하니 조금만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혹시 고령의 피해자들을 고려하여 그 분들의 수요집회가 중단될 때 까지 기다려 달라는 것은 아닌가.

깨어나라, 그리고 기억하라

2010년, 국치 100년을 맞이하여 역사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바로 그 상처를 기억하는 것이다. 그 기억을 통해 다시는 이 땅에서 그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 성원들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이 상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분들이 모두 떠안아야만 하는 상처가 되지 않도록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청산되지 않은 역사는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계속해서 되풀이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4 2 대  자 주 이 과 대   학 생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