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총장의 대학교육협의회 의장 취임에 부쳐

"한국 등록금은 싼편"이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이기수 총장이 다시 한번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이기수 총장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취임식에서 기여 입학제와 고교 등급제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총장님은 "100억원 정도 기부해 건물을 지어주는 분이 있으면 고등교육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는 만큼, 그런 분들의 2세나 3세에 대해 수학능력이 검증되면 정원외 입학을 허용하는 것도 대학 발전을 위해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우리나라 대학 재정의 규모가 OECD 국가 중 최저이기 때문"에 기여입학제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여입학제는 대학의 서열화와 교육의 불평등을 강화시킬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은 곧 간판이고 평생 가는 신분을 의미합니다. 기여입학은 그 신분을 돈 주고 사는 것을 허용한다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당연히 기여입학의 수혜를 받는 대학은 대부분 소위 '일류대'라는 곳으로 몰릴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교육의 불평등을 부추기는 것은 교육기관인 대학의 본분과 어긋나는 일입니다.

OECD 국가 중 대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가장 열악한 것은 사실입니다. 총장님이 진정한 교육자라면 정부에게 교육재정 확충을 요구해야할 것입니다. 고려대에 쌓여있는 수백억의 적립금과 전체 사립대학이 보유한, 목적이 불분명한 적립금 7조원을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학교의 재정에서 정부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 지나지 않으며, 현재 재단은 법정 기준보다 낮은 수준의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총장은 또 우수 외국어고 학생에게 가산점을 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발언이 시사하는 고교등급제는 대학의 서열화와 교육의 불평등을 강화시킬 것입니다. 고교평준화는 무력화되어 고교 입시 경쟁이 심화될 것입니다. 이는 사교육을 부추길 것이고 교육의 불평등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고교등급제를 하자는 것은 결국 부유층 자녀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에 특혜를 줘서 더 쉽게 일류대를 가게 만들자는 얘기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기수 총장은 이런 교육 불평등을 막기 위해 스스로 제시한 기준조차 지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대학교육협의회는 입학사정관제에서 공인어학능력 성적이나 교외 경시대회 수상 실적으로 특혜를 주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는 대학에는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기수 총장은 이제 대학이 이를 어겨도 제재를 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기수 총장님은 취임 이래로 줄곧 '대학의 자율성'이라는 미명하에 3불 정책(기여입학제 금지, 고교등급제 금지, 본고사 금지)을 없애겠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3불 정책은 대학 서열화가 심각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데도 말입니다. 대학의 자율성은 가진 자들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게 학문을 탐구하라는 것이지, 마음대로 이 사회의 불평등을 부추기라는 것이 아닙니다. 교육기관의 본분과 어긋나는 방향으로 대학을 이끌려고 하는 총장님은 더 이상 자격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이 사립대학들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회장으로 취임하는데 심각한 우려를 표합니다.

2010.4.15
제 43대 문과대학생회 MOONLIGHT

※ 도배처럼 보이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최근 문과대학생회에서 데이터 정리를 하면서 게시판에 업로드가 부족했던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에 늦게나마 예전에 발표했던 성명들과 웹자보들을 게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