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풍물패 연습 공간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누구나 대학 생활을 시작할 때에는 정해진 길을 그저 따라가기 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찾아 해본다는 낭만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대학교가 점점 기업처럼 운영되고, " '인간 제품'을 조달하는 하청업체"처럼 변하면서, 학생들의 자치 활동은 점점 설곳을 잃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먼저 위기에 처한 곳이 풍물패 입니다. 전교에 있는 8개의 풍물패 중 3개가 문과대에 있는 만큼, 문과대 학생회는 이 글을 통해 풍물패가 처한 위기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학교 곳곳에서는 풍물 소리가 들리곤 합니다. 풍물 소리는 흥겨움을 주기도 하지만 어떤 학우들은 학업이나 휴식에 방해가 된다고 싫어합니다. 교수님들과도 마찰이 있어서 풍물을 치던 한 학생이 연구를 하던 교수님에게 뺨을 맞는 사건까지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이런 일들을 살펴보다 보면, 풍물패가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풍물패는 학교 당국의 일방적인 부지 사용 때문에 연습 공간을 잃고 학생·교수님들과 부딪히고 있는 것입니다. 원래 풍물패는 지금의 중앙광장 잔디밭 자리에 있던 운동장에서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건물에 쫓겨다니며, 중앙광장에서 백기관 자리로, 백기관 자리에서 지금의 돌벤치로 연습 공간을 옮겨야 했습니다. 학교는 중앙광장 내에 연습공간을 약속한 적이 있으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개설된 연습실은 포화상태입니다. 이공계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서 농구장 옆 공터에 연구동이 완성되면 해체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합니다.

풍물패가 겪는 어려움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풍물패를 위기로 내몬 학교의 일방적인 학교 운영이 계속 된다면, 공부하는 주체인 학생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학사제도가 바뀌고, 학생들의 경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등록금을 책정하는 일 등이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학교의 비민주성에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항의하기도 어려워질 것입니다.

풍물패의 연습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해결책은 결코 없는 것이 아닙니다. 건물의 옥상에 방음판과 방음벽을 설치하는 방법이나 남아있는 공터에 흡음벽들 설치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서강대에는 완벽한 방음이 되는 실내 연습실을 갖추어져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대안 모두 학교가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할 때 가능한 것입니다.

고려대학교의 여러 풍물패들이 모여 심각한 공간 문제를 타개하고자 4월 3일 고사를 치뤘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학생들이 모여 자치를 지키려는 목소리를 함께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수님들 사이의 갈등에서 벗어나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학교 당국이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도록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10년 4월 5일
제 43대 문과대학생회 MOONLIGHT


※ 도배처럼 보이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최근 문과대학생회에서 데이터 정리를 하면서 게시판에 업로드가 부족했던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에 늦게나마 예전에 발표했던 성명들과 웹자보들을 게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