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인문대 409호에서 ‘나의 영화이야기’라는 주제로 김종관 영화감독의 특강이 열렸다.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주최로 열린 이번 특강에는 50여 명의 학생이 참석했다. 강연은 김종관 감독의 단편영화 ‘기다린다’, ‘유품’, ‘모자기행’을 30여 분에 걸쳐 상영한 뒤 시작됐다.

김종관 감독은 단편영화를 ‘개인에게 보내는 편지’와 같다고 말했다. 상업영화는 많은 사람이 재미있게 보도록 보편성이 필요하지만, 단편영화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예산 10만 원으로 제작한 자신의 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을 예로 들며 “몇몇 사람들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알아듣는다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기에, 단편영화는 상업영화보다 내 이야기를 좀 더 색다르고 은밀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단편영화의 장점으로 자신만의 공간, 계절, 시기를 남길 수 있는 점을 꼽았다. 그는 상업영화는 한 장면을 찍기 위해 필요한 공간을 연출할 수 있지만, 단편영화는 감독이 찍을 공간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비가 오면 비 오는 장면을,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장면을 찍어야 하고, 따로 엑스트라를 쓸 수 없으니 진짜 거리의 사람들을 담아야 한다”며 “덕분에 그 공간만이 가지는 특별한 매력을 영화에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영화를 찍거나 글을 쓸 때 ‘화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영화과에 입학했을 땐 막연히 영화를 만들고 싶었지, 어떤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졸업을 하고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화두’가 생긴 이후에야 피드백을 받으며 창작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집중할 수 있고, 이야기를 키울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정민근(인문대 문예창작15) 씨는 “평소 시나리오에 관심이 많았는데 김종관 감독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설명과 조언을 들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준 기자  june@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29 17:4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