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를 위한 인문학 강좌’의 첫 주자로 김언종(문과대 한문학과) 교수가 ‘자극과 반응’을 주제로 4월 28일 서울남부구치소(소장=박종관)에서 강연을 진행했다. 김언종 교수는 ‘자극과 반응’을 주제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자극에 대해 반응을 잘한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이름을 많이 남기고, 감옥에 있으면서 역경을 이긴 이들도 많다”며 “재소자가 어떤 죄를 지었든 의지를 단단히 해 낙담하지 말고 개과천선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주제를 선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날 강연에 참석한 80여 명의 재소자들은 차분하게 강연을 경청했다. 김언종 교수는 사마천, 손무, 한비 등 고통 속에서 도를 닦은 인물을 예로 들었다. 그는 “를 쓴 사마천은 억울하게 궁형을 받았고 을 쓴 손무는 억울하게 다리가 잘렸다”며 “고통 속에서 도를 닦을 수 있으며, 쉽게 충족되고 달성되는 것은 큰 도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 교수는 공자와 다산 정약용의 일화를 들며 자극과 반응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공자는 양화라는 사람에게 문전박대를 당하고 30살까지 예법을 공부해 예학의 대가가 되었다”며 “그러므로 공자가 위대한 철학과 교육 사업을 이뤄내는 데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이 바로 양화”라고 말했다. 또한 “다산 정약용도 서용보에 의해 18년의 귀향생활을 하게 됐다”며 “하지만 다산은 그 18년 동안 500여 권의 책을 쓰고 사서삼경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해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시련이라는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쌓이고 쌓여 도를 깨우치게 되는 것”이라며 “현실이 좋지 않더라도 용기를 가지고 깨쳐나가길 바란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강연을 들었던 재소자 최일환(가명, 남·57) 씨는 “수감생활을 하며 바깥 생활을 잊고 여기에 적응하고 견뎌내는 데에 모든 신경을 쏟고 있는데, 정약용과 공자의 예화를 통해 교수님이 삶의 방향을 정해준 듯하다”며 “앞으로 진행되는 강연도 삶의 지표로 삼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본교 문과대와 서울남부구치소가 협약을 맺어 진행하는 이번 강연은 문과대 교수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지며, 상반기는 4월 28일부터 6월 9일까지 총 4회 강연을 진행한다.

글·사진│조아영 기자 likeit@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17 04:5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