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에서 강의하는 교수는 대학생이 가장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직업인이지만 학생은 교육자로서의 교수의 단편적인 모습만 본다. 이에 신재혁(정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최원준(공과대 기계공학부) 교수, 30대의 두 젊은 교수를 만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교수의 일과를 가까이서 지켜봤다.
일정 조정이 자유로운 교수
신재혁 교수의 하루는 이제 막 5살이 된 아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출근하는 일로 시작한다. 신 교수는 자신의 직업을 ‘애 키우기 좋다’고 말한다. “아내는 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아침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기 힘들어요. 하지만 나는 비교적 출퇴근 시간이 유동적이니까 아이를 돌보기 좋죠.(웃음) 그래서인지 요즘 여자대학원생의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어요.”
여의도에서 차를 타고 출근하는 최원준 교수도 ‘일정 조정이 자유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일의 절대량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업무가 정형화된 일반 회사와는 달리 교수는 자기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안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일정을 조율할 수 있죠.”  
교수에게 중요한 연구
최원준 교수가 실험을 위해 창의관에 위치한 연구실을 나서 미래융합관 1층 실험실로 향했다. 대학원생들과 함께 자신의 전문분야인 ‘나노전달현상’에 대해 공동연구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는 부산대에서 보내준 나노물질 샘플을 어떻게 실험에 적용할지 학생들과 토론했다. “실험은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진행해요. 저는 학생들에게 실험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실험 진행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결과 해석이 어려울 때 도와주는 편이죠.”
신재혁 교수 역시 자신의 연구실에서 대학원생들과 함께 스터디를 진행했다. 신 교수는 꼼꼼하게 학생들의 발표를 듣고 부족한 점을 짚어줬다. “국회의원의 법안투표 내용으로 해당 국회의원의 이념적 위치를 측정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어요. 특정 정당 국회의원의 법안투표 기록이 실제로 그 정당의 성향과 비슷한지를 알아보기 위한 거죠” 방학 동안 자료수집과 토론을 끝낸 신 교수와 학생들은 이제 데이터 분석 과정을 앞두고 있다. “자료를 분석하고 결과가 괜찮으면 논문으로 낼 생각이에요.”
신재혁 교수는 교수에게 연구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고려대를 비롯한 한국의 주요 대학은 ‘연구중심대학’이라 연구 실적이 강의 능력보다 훨씬 중시돼요. 연구 성과가 교수 임용과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연구를 잘하는 사람이 교수가 되기 유리하죠.”
그래도 교수의 기본은 교육자
3교시 우당교양관, 신재혁 교수가 ‘동남아시아정치론’ 강의를 진행한다. 신재혁 교수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학생들 앞에서 여유롭게 영어 강의를 이어간다. 학생들에게 질 높은 강의를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75분 수업준비에 최소 5~6시간은 걸려요. 내용을 구성하고, 시각자료를 찾고, 슬라이드 만들고, 그 안에서 어떻게 수업을 진행할지 스토리라인도 만들어야 해요.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수업내용이 외워지더라고요”
최원준 교수는 연구가 교수에게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래도 교수는 학생과 교류하는 교육자라고 말한다. “만약 본인이 연구에만 관심이 있다면, 연구소에 가거나, 상용화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체에서 일하는 것을 추천해요. 학생과의 교류를 즐기는 것도 교수의 역할이기에 학생 교육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교수가 되면 직업 만족도가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죠.”
행정업무도 맡아야
신재혁 교수와 최원준 교수는 수업과 연구 이외에 다양한 행정 업무도 교수의 소관이라고 말한다. 최원준 교수는 “학과에서 주최하는 여러 행사들을 기획하는 것도 교수가 하는 일이라 체육대회, 학과설립 기념식 등 학과 행사를 진행할 때면 행사 장소를 섭외하고 예산도 기획해요”라고 말했다. 신재혁 교수 역시 ‘캠퍼스아시아’라는 국제학술모임의 고려대지부 대표로서 본교에서 열리는 ‘캠퍼스아시아’ 행사의 전반적인 행정 업무를 맡고 있다. “이번 여름엔 본교에서 세미나가 열릴 예정이라서 각 국 참가자들의 숙소를 정하는 일부터 포럼 일정을 짜는 것까지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이공계 교수의 유학은 줄어
이공계열과 인문사회계열 모두 영어강의가 활발하고, 해외 자료를 해석하거나 해외 학회지에 논문을 기고하는 일이 많아 교수에게 영어능력은 기본이다. 하지만 유학은 다르다. 신재혁 교수는 “인문사회계 교수를 꿈꾸는 사람들은 많이들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다”고 말했다. “인문사회계열 교수준비자가 선호하는 영미권 유명대학의 경우, 학과 당 전임교원의 수도 많고 학문 분야도 더 세분화돼있어요. 그런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은 본인의 역량을 향상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죠.”
반면 최원준 교수는 이공계열에서의 유학은 십여 년 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제가 유학이 대세였던 마지막 세대인 것 같아요. 현재는 해외 대학의 연구실적과 우리나라 대학의 연구실적에 별반 차이가 없어요. 기계공학부에 새로 부임하신 교수님 5분 중 3분이 국내박사 출신인 만큼, 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연구 성과를 낼 수 있게 됐죠.”
하루 일과를 돌아보며 최원준 교수는 ‘책임감’이 교수의 단점이자 장점이라고 말한다. “일을 하다보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낄 때가 생겨요. 누구의 밑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한 연구실의 담당자가 된다는 점에서 오는 책임감이 막중하죠. 하지만 그 책임감과 부담감이 진취적으로 일하게 하는 계기가 돼요.”

글｜이종은 기자 vvip@kukey.com
사진｜이수빈 기자 lion@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01 17:4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