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10월 1일에 발매된 ‘93 정태춘, 박은옥 9번 트랙으로, 정태춘 작사, 정태춘 작곡, 함춘호 편곡의 곡입니다.
   이 앨범은 당시 사전심의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제도 하에서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불법으로 발매란 앨범이었습니다. 당시 앨범을 발매하기 위해서는 공연윤리위원회에 가사와 곡을 제출해서 1차 심의를 받고, 완성된 앨범을 다시 제출해서 심의를 받아야 했습니다. 이러한 사전 심의 제도 때문에 수많은 곡들과 가사가 수정되어야 했고, 아티스트들의 창작욕을 저해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그 이전의 수많은 금지곡들과 조용필의 ‘서울 1987년’이라는 곡은 본래 곡 후렴 부분에 1987년 6월 항쟁 당시의 시위 현장의 소리를 담으려 했으나, 사전 심의에서 통과되지 못하는 바람에 합창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정태춘은 이 앨범의 불법 발매로 인해 불구속 기소 되었습니다. 1996년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 심의가 위헌이라는 한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사전 심의 제도는 폐지되었습니다.

<앨범 정보>
도움을 주신 최종실씨, 김재운씨, 친구 박용규 군과 이무하씨 스탭 사계 식구들, 노찾사 식구들께 감사드립니다. 또 이 음반을 기다려 준 모든 분들께도...

작사, 작곡: 정태춘
녹음실: 한국음반 B스튜디오
엔지니어: 정도원, 박주익
사진 · 디자인: 김승근
진행: 김영준
코러스: 신지아, 김윤희, 유연이
장고: 김상철
풍물: 중앙대학교 "가운데"
효과: 박용규
아코디언: 신지아
해금: 우종양
구음 창: 이명국
피아노 · 신디사이저: 김형석
드럼: 배수연
베이스 기타: 김현규
기타: 함춘호, 정태춘

(가사)
모두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
탑골공원 담장 기와도 흠씬 젖고
고가 차도에 매달린 신호등 위에 비둘기 한 마리
건너 빌딩의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고 있지

비는 내리고
장마비 구름이 서울 하늘 위에
높은 빌딩 유리창에
신호등에 멈춰서는 시민들 우산 위에
맑은 날 손수건을 팔던 노점상 좌판 위에
그렇게 서울은 장마권에 들고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비가 개이면
서쪽 하늘부터 구름이 벗어지고
파란 하늘이 열리면
저 남산 타워쯤에선 뭐든 다 보일 게야
저 구로공단과 봉천동 북편 산동네 길도
아니, 삼각산과 그 아래 또 세종로 길도

다시는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보라 저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 오른다 하늘 높이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섰는 사람들 이마 위로
무심한 눈길 활짝 열리는 여기 서울 하늘 위로

한무리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 오른다 하늘 높이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27 21:3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