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고 서 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서 신청이유에 대한 보충)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성격 

(1) 이 사건 법률 조항의 성격이 로스쿨에 인가된 대학과 인가 받지 못한 대학의 이해관계를 조절하기 위한 완충규정이라는 시각은 사실상 공지의 사실인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로스쿨이 인가된 대학의 학부를 폐지함으로써 인가된 대학의 법과대학 측에 불이익을 가하여 탈락된 대학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이로 인하여 대학 입시에서 로스쿨 설치 대학의 법과대학에 신입생을 모집할 수 없게 하고, 그 학사학위과정을 유지할 수 없게 함으로써 탈락된 대학의 법과대학의 위상을 조금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주어, 조금이나마 불만을 누그러뜨림으로써 로스쿨 인가절차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하여 삽입되었다는 것입니다.

(2) 앞서 언급했던 “법과대학 사이의 서열 완화” “다양한 전공자들의 법학전문대학원 입학” 등도 피고가 이미 본 취소소송의 변론 과정에서 언급한 적이 있으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서의 목적의 정당성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조금만 따져보면 이 사건 법률의 해당 조항이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이 없는 것들이라 할 것입니다. 

(3) 이렇게 목적의 정당성은 상실되고 오로지 대학들 사이의 이해관계 다툼과 행정부 측의 행정 편의 만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이 이 사건 법률의 해당 조항을 둘러싸고 있는 진실인 것입니다.

다. 이 사건 법률 제8조의 신청인들 및 법학부 수험생에 대한 영향 

(1) 로스쿨 설치 과정에서 정작 중요시 되었어야 할 것은, 위와 같은 사회적 환경 중 현재 가장 약자의 입장에 있다고 볼수 있는 법학부가 폐지되는 대학에서 공부를 하며 인간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현 재학생들과,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할 사회적, 경제적 형편은 안 되지만 이들 대학의 우수한 물적, 인적 시설을 통하여 학부 수준의 저렴한 등록금으로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 이러한 대학의 법과대학에서 학부생으로 입학하여 법률을 전공하여 심도있게 공부하고 싶어하는 수험생들의 학습에 대한 희망일 것인데, 정작 의견이 중시되어야 하는 이들로부터는 하등의 의견도 구하지 아니한 채 법안을 만들고 절차를 진행하여, 재학생들에게는 로스쿨이 설치되어 당장 학습에 불편을 받게 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져온 것도 모자라, 당장 자신의 생활 기반이 되고 인간관계의 바탕이 되는 학교를 없애버리는 황당한 일이 발생되고,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할 사정이 안 되는 사람에게는 저렴한 등록금으로 우수한 법률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버리고, 수험생들에게서는 자신이 진학하고 싶은 대학교의 법학과에서 법학 전공하여 심도 있게 공부 할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입니다. 

(2) 그 어느 과정에서도 공익성이나 사회적 약자의 입장은 대변된 적이 한 번도 없으며, 오로지 대학들의 나눠먹기식 이익 다툼과 교육과학기술부에 의한 행정 편의만이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3) 그들 만에 의한 이해관계 다툼에 힘없는 학생들과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것을 정당화 할 만한 이유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
 

라. 학문으로서의 법학의 위기 

(1) 그리고 이 사건 법률 조항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점은 바로, 학문으로서의 법학을 말살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을 설명하면, 현재 법학전문대학원에서는 3년간의 짧은 기간 동안, 민법, 형법등 기본 법과목 뿐만 아니라, 그 학생들이 실무에 나가서 바로 적응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소송실무나, 소장 작성, 변론 기술 등과 같은 직접 실무에 쓰이는 과목도 가르칠 것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헌법, 민법, 형법이나 상법, 행정법 등과 같은 과목들은 법학전문대학원에서는 현재의 법과대학에서 가르치는 것처럼 여러 과목으로 나누어 수년에 걸쳐 자세하게 가르칠 수 없으며, 민법의 경우는 3~4개 과목에 걸쳐서 계약법, 불법행위법, 재산법, 가족법 등의 과목으로 축약해서 사례 위주로 그 대체적인 흐름을 배우게 하고, 헌법의 경우는 2~3개 과목에 걸쳐서 기본권론, 통치구조론 등으로 역시 사례 위주로 축약하여 그 대강의 흐름만을 가르칠 예정에 있습니다. 위와 같이 기존 법과대학의 4년 교육과정을 법학전문대학원 3년에 축약해서 가르쳐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기간 안에 기본적인 실무, 송무 내용까지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축약강의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 되는 것입니다.

  (2) 결국 4년에 걸쳐 시간을 두고 심도 있게 기본적인 법률 과목의 조문과 이론을 파악하며 학리적인 내용을 강의, 학습하는 과정은 없어지고 빨리 실무에서 쓰일 수 있는 변호사를 양성하기 위하여 기본 법과목들의 커리큘럼이 축약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3) 게다가 현재 로스쿨에서 탈락된 대학들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지도 아래 공인중계사에 대비하는 부동산법 전문 학교나 각종 공무원시험 대비 과정으로 전환되거나, 또는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시험인 법학적성시험(Leet 시험)에 대비하여 문제 풀이 연습을 하는 수험 준비 과정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모 대학의 법과대학은 로스쿨에 탈락하자 법과대학을 4개의 트랙으로 나누어, 각 트랙마다 하나씩의 자격증 시험이나 공무원시험과 연결시켜서 신입생들을 모집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기본의 법과대학 체제를 유지해서는 대입신입생들로부터 주목을 받기 힘들다는 판단에서입니다. 

(4) 결국 학부과정 4년 동안 기본법들의 조문과 판례, 이론을 심도있게 공부하는 학생들은 대한민국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이며, 이로 인하여 양식있는 법대 교수들은 학문으로서의 법학의 멸종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고, 5년 정도 이후부터는 대학원 과정의 존폐 문제까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5) 왜냐하면 대학원의 석∙박사과정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학부에서 심도있게 각 기본법 과목들에 대한 이론과 판례들을 학습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로스쿨 설치 대학은 변호사 양성에만 치중하고, 로스쿨 탈락 대학은 자격증 취득이나 공무원 시험 내지 로스쿨 입학준비에만 신경쓰는 과정으로 변한다면, 대학원에서 연구를 할 수 있을 만한 학생은 그 어디에서도 배출되지 않기 때문에, 학문을 연구하는 대학원 과정의 성격 전환이나 존폐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6) 뿐만 아니라 위 직업의 자유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렇게 모든 법과대학들이 변호사 양성이나 자격증 취득시험 문제 풀이에만 몰두하게 되어, 상당 수준의 법률지식을 지닌 학부 졸업생은 더 이상 배출되기 힘든 결과, 학부에서 법을 상당 수준까지 공부하여 사법전문기자로 일하거나, 중고등학교에서 법과 관련된 사회 과목의 교사로 일한다거나 하는 준법률가 직군의 양성도 불가능해지는 것입니다. 

(7) 미국법처럼, 대학에서는 그야말로 법률문장론에 해당하는 기초만을 배우고 바로 실무에 나가서 계속해서 법률학습을 해도 전혀 지장이 없으며, 따라서 별도로 일반 대학원 과정도 필요가 없는 법체계와는 달리, 법을 학습하는 초기부터 조문과 이론에 대한 뼈대 즉 소위 “판덱텐 시스템”이라고 하는 체계를 반복적으로 학습하고 체화해야 하는 우리 법의 특수성상 학부에서부터 법학을 배우고 나아가 계속해서 법률을 연구하는 사람이 소수로서라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러한 법학의 뼈대를 익히는 작업은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아무리 실무에서 기록을 뒤져가며 판결을 내리고, 공소장을 쓰고 소장을 쓰고 자문을 해도 다시 길러지지 않는다는 것은 많은 법률 실무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8) 또한 예컨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의 경우는 이 사건 법률의 제8조가 폐지되어 학사학위 과정의 신입생을 모집하더라도, 전체 법과대학의 정원 243명중 150명이 법학전문대학원의 신입생으로 모집되기 때문에 법학부의 신입생으로는 93명만이 모집 가능합니다. 다른 로스쿨이 설치된 대학들도 마찬가지로, 기존의 법학부 정원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정원만큼 제한된 숫자의 신입생 모집이 가능합니다.

(9) 이들 신입생을 추가 모집함으로써 전체 법과대학의 재정 건전성을 가져와 법학전문대학원의 운영을 정상화 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렇게 소수로라도 학부과정에서부터 법학을 학습하는 사람은 반드시 필요하며, 그렇지 아니하면 당장 5~10년 이후부터는 법학 연구자의 부족과 법학의 학문성 상실로 인하여 로스쿨이 설치된 대학은 물론이고 로스쿨에서 탈락된 대학들도 학문의 장인 대학의 한 축으로써 역할을 하기 힘들게 되고 공멸(共滅)하게 될 뿐입니다. 이러한 자격증의 취득이나 공무원 시험의 준비는 본래 대학이 아니어도 국가 기관이나 사설 학원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굳이 대학에서 등록금을 내면서 준비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10) 로스쿨에서 탈락된 대학도 지금 당장은 이 사건 법률 조항으로 인하여 로스쿨이 설치된 대학의 법학부가 없어진다고 기뻐 할지도 모르나, 결국은 모두가 같이 죽는 길이며,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운영에 위해를 가하는 일인 것입니다.

(11) 더군다나 이렇게 로스쿨 설치 대학들은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인하여 제한된 정원 만큼만 법과대학에서의 학사 학위 과정으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기 때문에, 로스쿨이 설치된 기존 법과대학들 25개 대학의 3000명 가량의 정원 중 2000명이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사용되어, 이 사건 법률 조항 즉 법학에 관한 학사학위 금지 조항이 폐지되더라도 결국 2000명이 줄어든 1000여명 만이 로스쿨 설치 대학의 법학부 신입생으로 모집 가능합니다. 이것은 각 대학들의 이해관계 다툼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충분히 균형을 갖춘 인원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