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비례원칙의 위배 

(2) 목적의 정당성

(가) 우선 법학부의 폐지가 공익적으로 어떠한 목적을 추구하는지, 사실 그 자체로도 모호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나, 애써 그 목적을 찾아보고자 노력할 때 추측 할 수 있는 목적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들이 법조계에 주류세력으로 정착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기존의 법조계는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예비인가를 받은 주요 법과대학의 법학부 졸업생들에 의하여 주류가 형성되어 있으므로, 법학부가 존치되어 기존의 법학부 출신 법조인들이 계속 나오게 되면,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이 혹시나 법조계에서 소외되거나 자리를 잡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고려가 있었던 것으로 굳이 이 사건 법률 해당 조항의 목적을 찾자면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즉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들이 법조계의 주류로 부각하여 기존의 법조인들을 밀어내고 법조계의 새로운 주도세력으로 입지를 굳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법학부를 폐지한 것으로 일응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나) 실제로 이 법이 추구할 수 있는 그 외의 다른 목적은 찾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많은 법과대학 교수들과 학생들이 도대체 이 사건 법률의 해당 조항(법학부 폐지규정)이 왜 들어가게 된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1) 구태여 그 목적을 찾자면 주요 법과대학을 폐지함으로 인하여 고등학생들의 대학 입시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킨다던지 하는 점을 억지로 끌어 볼 수는 있으나, 그것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이 지극히 미미한, 통계적으로나 학술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효과라고 할 것이고, 의예과나 경영학과등 인기 학과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결국 이 사건 법률의 해당 조항이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효과라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2) 또한 법학부를 폐지함으로써 법학전문대학원에서의 집중 법률 교육을 추구하고자 의도했던 바가 아닌가 생각이 될 수도 있으나, 뒤에서 언급하고 있는 방법의 적절성에 관한 논의에서 보듯이 법학부의 폐지는 오히려 법학전문대학원의 적절한 운영에 방해를 가져와 큰 폐단이 되는 것으로, 많은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되는 법과대학의 교수들도 이미 법학부 폐지가 법학 교육의 파탄을 가져오고 법학전문대학원 교육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해 법학부 폐지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적이 있기에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객관적으로 의도하고 있는 바라고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3) 게다가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되지 아니하는 법과대학의 법학부는 폐지되지 아니하고 그대로 남아 있고, 법학에 관한 일반대학원도 그대로 남아 있기에 대한민국에서의 법률 교육과 법학에 관한 학사 체계를 법학전문대학원 체재로 일원화 하고자 하였던 것도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4) 또한 비법학전공자가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게 하여 다양한 전공을 가진 사람이 법률을 공부하게 하도록 하고자 한 것이었나에 관하여 보면, 이 사건 법률 제26조 제2항에서 법학전문대학원의 입학자 중 비법학 분야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한 자가 입학자의 3분의 1이상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이는 별도의 규정을 통하여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되지 아니하는 대학교의 법학부는 존치될 뿐만 아니라, 학술적으로 학부 과정에서부터 법학을 심도있게 공부하여 법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사람도 법학전문대학원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상기 사항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 목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

(다) 결국 이 사건 법률의 해당 조항은 어떤 정당한 목적성을 가진 조항이라기 보다는,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되는 대학에 어떤 불이익을 가함으로써 탈락된 대학들의 불만을 가라앉히려는 전시(展示)행정성 입법이었다고 할 것입니다. 실제로 교육과학기술부 관련자에게 문의를 하거나, 사법개혁위원회,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회의록을 검토하거나, 위원회에 참여하였던 법학 교수 등 인사들에게 이 사건 법률조항이 왜 삽입된 것인지 물어 보아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특별히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규정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으며, ‘혹시나’ 로스쿨 탈락 대학들이 로스쿨에 선정된 대학들이 법학부 까지 유지한다고 하면 ‘꿩 먹고 알먹는 일’ 이라며 불만을 보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로스쿨 선정 과정에서의 행정상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문제점이 있는 조항이고 특별한 실익을 가진 조항이 아님은 분명하지만 일단 삽입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한 나라의 법률이 입안되는 과정에서 정당한 목적의 추구는 그야말로 실종되고 만, 행정상의 편의만을 위한 기가막힌 사연을 지닌 법률조항이라고 할 것입니다. 실제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는 정당한 입법 목적이라는 것은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았기에 그 목적의 정당성을 찾을 만한 근거 문헌조차 찾기가 힘든 실정입니다.

이렇듯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입법 목적은, 구태여 실현 가능성이 있는 가장 가까운 목적을 가정했을 때,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의 법조계 주도 세력으로의 진입 외에는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며, 피신청인(피고)이 소송 또는 심판 과정에서 비로서 다른 입법 목적을 생각해내어 이를 내세운다고 하더라도 이는 위에서 보듯이 애당초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가져올 가능성이 없는 것을 소송 또는 심판 과정에서 형식상 법안 방어라는 모양새를 취하기 위하여 끌어다 붙이는 것에 불과합니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목적으로 볼 수 있는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들의 법조계 주류 세력으로의 진입이라는 가치는, 법학전문대학원제도(로스쿨)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과연 이루어진 것인가, 그리고 또 다른 학벌의식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제외한다면, 그 자체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국가가 나서서 법조계라는 한 직업군의 주도 세력을 의도적으로 교체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인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으며, 사실 이것이 입법 과정에서 실제로 고려된 것인가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이 이외의 목적을 찾기가 힘들고, 찾았다 하더라도 그 실현 가능성이 너무나 희박한 억지에 가까운 것들이기에, 입법자가 추구했던 목적은 그 일응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나아가 검토를 하겠습니다.

(3) 방법의 적절성  

(가) 나아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의 법조계 주도세력으로의 진입이라는 목적이 과연 법학부를 폐지함으로 인하여 적절하게 달성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의 법조인으로서의 주도세력으로의 진입이라는 목표는, 기본적으로 법학전문대학원의 수준을 향상시켜 그로 인하여 국민들로부터 그 졸업생의 실력을 인정 받았을 때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서, 법학전문대학원에서의 유효, 적절한 커리큘럼 개발, 다양한 실무수습의 시행, 졸업후의 동문조직의 결성 및 활성화, 그리고 기존 법조인들과의 인적, 물적 교류의 촉진과 동문 의식의 함양, 다른 법학전문대학원생들과의 공동 학생조직의 결성 등으로 비로소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지, 법학부를 폐지하고, 법학에 관한 학사학위 과정 교육을 폐기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즉 양자사이에 뚜렷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근거가 없습니다. 오히려 법학부의 페지는, 본 취소소송의 제기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듯이, 기존 법학부 졸업생과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 사이에 대립의식과 반목만을 낳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과 기존 법학부 졸업생들과의 공동 동문조직의 결성이나 융합 등을 방해할 여지가 있습니다.

(나) 또한, 오히려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되는 대학의 법학부 과정의 폐지는, 위 학문의 자유에 대한 제한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법학부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법적 소양을 갖춘 사회인을 양성하는 과정이고, 법학전문대학원이라는 것은 법조인이라는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는 과정으로서, 어느 과정의 학생에게 강의를 하느냐에 따라서 그 연구하는 내용과 진리탐구의 과정, 결과물이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 교수들이 연구하는 학문 내용의 다양성을 저하시켜 오로지 전문 직업인 양성에 맞춘 법학의 연구에만 몰두하게 만듬으로써, 법철학, 법사회학, 서양법제사, 동양법제사, 기초법학 등 중요한 법영역의 연구와 강의를 소홀하게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 수준을 저하시켜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 상실을 가져오고, 따라서 그 졸업생의 성공적인 법조계 진입이라는 목표 당설에 차질을 가져올 우려가 있습니다. 이 점은 많은 법과대학 교수들이 실제로 우려하고 있는 바이기도 합니다.

(다) 또한 법학전문대학원의 최대 정원을 150명으로 제한하여(이 사건 법률 제7조 제3항 및, 동법 시행령 제6조 참조) 등록금의 기하급수적인 인상을 초래하고 있습니다.(소갑 제4호 증) 즉 대학의 운영에 들어가는 기성회비는 기본적으로 단과대학별로 납부∙운영되는 것인데, 법학부에 더 이상 신입생을 받을 수 없도록 함으로써 법과대학 전체의 운영 자금에 부족을 초래하고 등록금의 천문학적 인상만을 가져와, 법학전문대학원의 적절한 운영을 힘들게 만들고, 이 사건 법률 제2조에서 밝히고 있는 “풍부한 교양, 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유, 평등, 정의를 지향하는 가치관을 바탕으로”한 법조인의 양성이라는 목표 달성에 오히려 저해가 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법학전문대학원을 운영하면서도, 법학부도 기존 그대로 자유롭게 운영하여, 법과대학의 금전적 운영에 하등의 어려움이 없기에, 그 등록금도 우리나라 법학전문대학원들의 예상 등록금의 절반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결국 법학부의 페지는 학사학위 과정에서의 저렴한 법률교육을 불가능하게 만들뿐 아니라, 법학전문대학원 교육도 아무런 의미 없이 고액화하여 국민 모두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즉 이러한 비용의 고액화는 법학전문대학원 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도 큰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고액의 비용을 투자한 그 졸업생들에게 그들이 변호사가 되었을 때 그 고액의 투자비용 회수에 대한 압박을 가져와 사건 수임료의 인상 등 국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돌아갈 것임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라)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오히려 법학전문대학원의 운영과 적절한 교육의 시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어, 헌법상의 비례의 원칙 중 하나인 방법의 적절성 요건을 충족시키지도 못하여 이 단계에서부터 이미 위헌성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은 성급하게 검토 없이, 행정상 편의만을 위하여 이루어진 오류에 해당하는 조항입니다. 이 사건 법률이 국회 위원회에서의 심사 숙고를 거쳐 입법자의 의지가 반영되어 입법화 되었다면 이 조항이 삭제되었을 것이 분명한데,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단 한차례의 실질적인 소위원회도 열리지 않은 상태로 직권상정을 통하여 검토 없이 통과된 결과(소갑 제5호증)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 해당 조항에 대하여 어떠한 숙고도 할 여지가 없었고, 이런 오류 조항이 실수로 그대로 남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