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동등한 협상자로 인정하지 않는 학교 측 등심위원들... 재단의 펀드 투자에 대해 묻자 명예훼손 주장

고려대학교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는 1월 8일 제1차 협상을 시작했으며, 학생 대표들은 24일의 제4차 등심위, 29일의 제5차 등심위 도중 인상안만을 되풀이하는 학교와 더이상의 논의를 거부하고 퇴장했습니다.

등심위 내내 학교 측이 가장 많이 반복했던 단어는 놀랍게도 '예의'와 '명예'입니다. 등록금, 장학금, 재원, 감사, 예산 등 등심위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단어들보다 훨씬 더 빈번히 사용된 이 단어들은 학교의 살림을 담당하는 기획예산처장님이 학생 대표들의 발언을 제한하며 사용한 것들입니다. 학생 대표가 재단의 펀드 투자에 대해 묻자 명예훼손이라고 합니다. 2만 명의 고려대학교 학우를 대표해 나온 학생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면 예의를 지키자며 말을 끊습니다. 배려하자면서, 회의의 규칙을 준수하자면서 학생 대표의 의견은 듣지 않고, 학교 측의 입장만 강조합니다. 학교 측이 불리해지면 학생 대표들의 태도를 거론하며 논의를 중지합니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등심위는 등록금 책정 과정에서 학생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기구로, 학교와 학생이 동등한 협상자로 참여하는 회의체라고 합니다. 이것이 정말 정상적인 등심위라면 학생 측 등심위원들의 대표성을 인정하고 동등한 참여자로서의 발언권과 협상권을 인정해줘야 합니다. 등심위에 참여하는 모든 위원들은 교수와 학생의 관계가 아닌, 중년과 청년의 논의가 아닌 대등한 위치에서 동일한 강도로 발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고려대학교에서 등록금을 주제로 개회된, 이름은 '등심위'인 이 회의는 대체 무엇인 걸까요?


등심위의 결과에 무관하게 인상된 등록금으로 가예산안을 작성한 학교

지난 수차례 등심위에서 본교 기획예산처장님께서는 올해 등록금 책정 방향이 인상이라고 반복적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등심위는 한창 진행중이었고 학생 대표들은 재단의 비합리적인 운영을 지적하며 등록금 학생들의 어깨를 짓누른다는 이야기를 하던 참에, 학교는 이미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습니다. 학교는 작년 대비 4% 인상된 등록금으로 가예산안을 만들었고 이를 관철시키려 합니다. 인상, 동결, 인하 세 가지 경우에 대비한 세 개의 가예산안이 아닌, 혹은 작년을 기준으로 삼은 가예산안이 아닌, 학생 대표들과의 협상 이전에 이미 등록금 인상을 결정해 놓고 지출을 책정했습니다.

올해 쓸 돈의 액수를 일단 정해 놓고 그에 맞춰서 필요한 비용만큼 학생들에게 청구하는, 그것도 등심위의 결과와는 전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고려대학교의 등록금 산정방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선 결론 후 협상의 등심위는 등록금'인상'위원회에 불과합니다.


등록금에 비례해 교육의 질이 낮아지고,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면 학교 위상이 사라진다?

고려대학교는 과연 얼마나 충분한 자구 노력으로 학교의 운영비를 마련할까요? 예상 운영비가 증가하면 반드시 그에 비례해 학생들이 부담해야하는 등록금이 치솟아야만 하는 걸까요? '등록금을 1% 인하하면 교육의 질도 1% 떨어진다'는 학교의 논리는 교육비 대비 등록금 수입 비중이 타 대학에 비해 월등히 높은 54.2%라는 점을 제외하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고려대학교의 재단 '고려중앙학원'에서는 수지타산이 불분명한 채널A를 구입하고 펀드 투자에 실패했으며, 교수 총회는 재단이 본교 발전을 위한 재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합니다. 지난 10년간 등록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높았고 지난 6년간 학교 직원들의 임금은 동결됐습니다.

사학법인은 수익용 기본 재산을 운영해야 하며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의 80%를 교내로 전입해야한다고 법에 명시돼 있지만, 고려대학교 재단은 학교가 필요로 하는 재원을 마련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은 채 교육의 질을 운운하며 등록금으로만 충당하려고 합니다. 자구 노력 없이 등록금에만 의존해 온 운영비 예산 탓에 갈수록 높여 온 등록금은 학생들의 목을 조릅니다.


감사원 자료는 잘못됐으며 국가장학금은 잘못된 정책... 등록금 인상안 관철 위해 국가 기관까지 거부

29일 파행된 제5차 등심위에서 예산팀장님께서는 감사원 자료를 인정하지 않으셨습니다. 국가 기관은 학교의 미래를 책임질 수 없다며 국가 공인 자료가 등심위에서 고려되는 것을 거부하셨습니다. 학교 측에서 제출한 가예산안에 국가장학금 수혜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전국적인 정부 사업이자 대선의 키워드 중 하나였던 국가장학금이 지속될 수 없는 제도라고 못박으셨습니다.

학교 측에서는 등록금 인상에 반하는 정책을 수립한 정부가 잘못한 것이며, 우리나라 모든 대학을 다 국립화하지 않는 한 실현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책임을 국가에 전가하는 학교는 박근혜 당선자의 정책이 잘못됐다고 합니다. 이렇게 책임전가에만 급급할 것이면 학교와 학생이 동등히 논의하는 자리인 등심위는 무슨 필요가 있는 것입니까? 학생들은 학교와의 협상을 포기하고 정부와 직접적으로 대화해야만 하는 걸까요?

고려대학교 안암 중앙운영위원회
고려대학교 세종 중앙운영위원회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고려대학교 특수전문대학원 총학생회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30 05:5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