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간강사의

비극적인 자살을 바라보며


5월 25일 광주 조선대 영문학 강사 서정민 씨(45세)가 자택에서 연탄불을 피워 자살했습니다. 그는 유서에서 자신이 쓴 논문 54편이 특정 교수와 그의 제자들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저자가 바뀐 채 발표됐다고 진술 했습니다. 교수 한 자리에 1억 원을 요구받았다던 고 서정민 씨는, 성균관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이후 10년째 조선대에서 시간강사로 일했습니다. 시간당 33,000원을 받으며 1주일에 10시간 강의를 해서 버는 돈으로는 고등학생 자녀를 키우기에 버거워 그분의 아내는 식당일을 하셔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수많은 시간강사들이 직면한 처지입니다. 고려대만 해도 3/4의 강사 선생님들이 시간강사로 일하며, 방학 때만 되면 무임금 상태에서 다음 학기 수업 개설 여부에 불안에 떨고 계십니다.

정부와 대학 때문에 힘들어진 강사들,
그리고 우리들의 수업의 질

그런 처지에 있기 때문에 시간강사 선생님들은 연구실과 임금, 교원 직위가 보장된 전임강사 선생님들만큼 수업의 질을 창출해 내기엔 역부족일 것입니다. 불안정하고 부당하게 취급당하는 전임강사의 지위는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로 고스란히 내려옵니다. 고용이 확실하게 보장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교수 및 인사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로부터의 압력과 무리한 부탁은 더 나은 수업을 위한 연구를 불가능하게 합니다.

강사는 대학교수의 3분의 2, 대학강의의 절반을 담당
그런데 도대체 왜?

이렇게 강사가 자살하는 구조는 1977년 교육법을 개악해 강사의 교원지위를 박탈한데서 비롯합니다. 당시 독재자 박정희는 영구집권을 목표로 저항하는 교수, 학생을 대학 밖으로 쫓아내고, 강사의 교원지위를 박탈해 대학에서 비판을 제거하였습니다. 그로부터 33년이 지난 지금, 강사는 대학교수의 3분의 2, 대학강의의 절반을 담당하지만 여전이 교원지위 없이 노비처럼 살고 있습니다.

사학재단들은 전임 교원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임금으로 시간강사를 쓰기 위해 너나할 것 없이 현행 고등교육법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수천억 원의 이월적립금을 쌓아둔 대학, 명문대라는 이름을 창창하게 걸고 있는 고려대 당국 역시 교원 임금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려 합니다. 이러한 수익 논리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바로 배움의 당사자인 학생과 강사 선생님입니다. 고 서정민 씨의 비극적인 자살은 대학의 현실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끔찍한 현실은, 정부와 대학이 시간강사의 교원지위를 인정하고 전임 교원을 늘릴 때 비로소 바뀔 수 있습니다.

학생의 수업권과 강사의 생존권을 위해, 함께 현행 고등교육법에 반대합시다! 그리고 진정 창의적인 배움이 가능한 공간으로 대학교를 바꾸는데 우리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앞장섰으면 좋겠습니다. 정대후문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꿋꿋이 홀로 싸우고 게신 김영곤 선생님의 손을 잡고 이제 우리 학생들도 함께합시다.

2010년 6월 9일 수요일 | 제 43대 MOONLIGHT 문과대학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