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라는 선배들의 유산은 결코 쉽게 물려받은 것이 아닙니다. 선배들은 우리에게 석탑의 지성인으로서 이 땅을 살아가라고 가르쳐주셨습니다. 지성 없는 야성은 광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야성 없는 지성은 탁상공론에 불과합니다. 지성과 야성 그 중 하나만 있어서는 아무런 일도 해내지 못합니다. 우리는 지성과 야성의 고대인으로서, 상아탑에서 자유롭게 공부하고 진리를 탐구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밝혀낸 진리의 빛이 이 사회의 가장 어두운 곳을 비추는 정의가 되기를 바랍니다.

    학생회는 학우 여러분들에게 무엇이 ‘정의’ 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학생회가 생각하는 정의가 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각자의 정의, 우리 모두의 정의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가 서로 토론하고 고민하고 사유해나가고자 노력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정의를 잊을 때, 야성을 잃을 때, 이 사회로부터 눈을 돌리고 상아탑 속에 갇혀 있을 때, 선배들의 역사는 죽은 역사가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침묵을 가르는 해방의 함성’ 이라는 이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대학생이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여러분 각자의 정의가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저는 오늘 3년째 이 길을 달립니다. 선배들에게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나 자신에게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저는 오늘 이 길을 달리려고 합니다. 오늘을 달리는 여러분들 가슴 속에 있는 자신만의 기조는 무엇입니까? 그 것이 거시적인 것이든, 미시적인 것이든, 이 사회의 이야기이든, 우리 학교의 이야기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달리기만 한다면, 오늘의 대장정은 힘들고 짜증으로만 가득한 마라톤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의 대장정이 정말로 본래의 그 의미를 가지기 위하여, 저는 여러분들이 가슴 속에 품은 각자의 기조를 듣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각자의 함성이 하나로 어우러져 우리의 선배들의 넋에, 그 혼에 닿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함성이 오늘, 세상을 뒤흔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