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고 있다. 길을 거니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았을 때, 나무 가지 사이사이로 올라온 초록색 작은 잎을 보며 우리는 봄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렇게 앙상한 가지 사이사이에 초록색 잎들이 한가득 올라오는 것이 당연한 자연의 섭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나무와 숲을 우리가 가지기 위해서는 그 뒤에 숨겨진 노력이 있다. 오늘은 푸른 숲을 만드는 기적의 손, 변우혁 교수를 만나보았다.

 

사진출처- 네이버 인물

-      교양있는 사람은 클래식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자연을 아는 사람

요즘 부쩍 사람들이 자연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숲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 학생들도 부쩍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져서 다양한 환경 관련 수업을 듣고 있다. 변우혁 교수님도 이러한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강좌를 25년째 고려대학교에서 하고 있다.

“요즘 들어 학생들이 환경에 대한 관심과 호응도가 크게 늘어 많은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자 한다”고 말씀하시며 너털웃음을 지으시는 변우혁 교수는 자연을 학생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지금 변우혁 교수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필요한 정책들을 연구하는 환경정책학, 그리고 자연에서 많은 레크레이션 활동들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와 계발을 진행하는 산림휴양설계학과 같은 전공과목 뿐만 아니라 일반 학우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산림과 환경이라는 교양강좌를 하고 있다. 특히 산림과 환경이라는 과목은 전공자들이 아닌 일반 학우를 위한 과목으로 많은 학생들이 자연을 쉽게 알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강좌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교양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클래식이나 미술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요새는 자연을 아는 사람이 정말 교양 있는 사람이다.”는 변우혁 교수, 그에게서 진정 교양있는 사람들만이 가지는 기품이 느껴진다.

- 조금 더 아름다운 도시의 숲을 위해

변우혁 교수가 하는 일은 강단에 서시는 일만이 아니다. 그는 현재 도시숲조성관리사업단의 단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최근 들어 자연은 정말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존재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자리잡아가게 되었고 그결과 자연환경을 가꾸기 위해서 국가적으로도 많은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도시숲조성관리 사업단은 이러한 국가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산림청에서 만든 사업단으로 각 학교의 환경관련 교수님 14분으로 구성되어 15억원이라는 큰 예산을 가지고 도시의 숲 발전을 위해 연구 및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40년 동안 헐 벚은 국토를 산야를 복구하고 푸르게 만드는 데는 산림청에서 큰 힘을 쏟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나 정작 국민들이 정말 피부로 맞닿고 있는 도시의 숲에 대해서는 관리를 소홀히 했다. 그래서 산림청에서는 도시 연구 사업단을 만들어 도시에 있는 숲을 발전시키고 또한 시민들이 거니는 길의 가로수와 우리 동네에 있는 작은 산들까지 도시의 모든 숲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아름답게 가꾸어가는 일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31일, 따끈따끈한 신간이 발간되었다. 책의 제목은 ‘세계의 도시 숲을 걷는다.’ 책의 제목 그대로 책을 펼치는 순간 숲을 걷는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는 도시숲조성관리사업단의 단장으로 활동하면서 우리의 숲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또한 우리의 숲이 더 아름답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계의 수많은 아름다운 숲들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사업단의 교수님들과 함께 책을 한 권 발행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숲에 대한 소중함과 중요성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이나마 일반인들에게 숲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인지를 느끼게 해주려고 책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자료수집만으로 집필된 책이 아니라 5대륙 15개국 25개 도시의 숲을 직접 교수들이 찾아가서 본 후 그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세심하게 기록해 놓으신 책이라는 점이다. 이 책은, 숲을 가꾸는 역사와 국민들의 숲에 대한 철학 및 문화와 환경을 아우르는 다양한 관점에서 5대륙 16개국 25개 도시 숲의 발달과정을 친절히 보여준다. 나라별로 환경조건이 다르고, 숲의 역사, 도시경제 발전단계 및 국민성이 상이한 덕분에 각각의 도시 숲 꼭지를 펼칠 때마다 독자들은 이채로움을 만끽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숲이 ‘도시와 사람’과 어우러진 공감의 역사이다. 그는 책장을 넘기는 일이 어렵지 않을 거라고 웃으면서 말씀하신다. 책에는 숲에 관한 자세한 설명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진자료들이 칼라로 선명하게 실려있어 책을 읽는 것 만으로도 숲에 온듯한 느낌을 받을 거라며 숲의 맑은 기운을 마시고 싶을 때라면 언제든지 책을 펴라고 말했다.

-         지금 우리의 곁에 있는 아름다운 숲, 그리고 숲을 사랑하는 사람

 “우리의 곁에도 아름다운 숲들이 한 가득 숨을 쉬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시는 그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변우혁 교수는 우리 숲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며 가장 아름다운 4가지 숲에 대해 말해 줄 테니 꼭 찾아가 보라고 말했다. 황폐해졌지만 아름다운 숲길로 복원된 남산의 숲, 전세계에 유래가 없이 도시에 있는 커다란 산인 북한산 숲, 전통과 역사를 가진 대구 앞산, 그리고 시민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서울숲. 특히나 서울 숲은 아직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부족한 점이 많지만 도시의 황금부지에 숲을 만들기로 한 정책적인 결정이 매우 의미있었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만들어진 숲이라는 데 가장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숲이야 말로 우리가 이제 숲을 정말 중요시 여긴다는 증거가 아니겠습니까?”라며 웃는다. 숲의 소개를 시작하자 술술술 말씀이 나오시는 그의 모습, 청산유수가 따로 없다. 아마 그 누구보다도 숲을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하지만 우리나라의 숲은 아직 외국 숲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다고 아쉬워 했다. “앞에 집필한 책에서도 느꼈듯이 우리의 숲은 아직 외국의 숲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보고 느끼고 배워야겠죠. 아직 갈 길이 멉니다.”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그 어떤 젊은이보다도 강한 열정이 느껴진다.

-         우리나라의 숲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왜 숲에 관한 공부를 시작하셨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그저 꽃을 심는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꽃을 심고 가꾸는 것을 즐겨하시다가 고려대학교 임업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꿈을 향하는 길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그 당시 우리나라 대학의 임업학과는 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진 국토를 복원하는 일에 대한 공부에만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는 꽃에 대한 공부가 아닌 숲을 공부하는 것이 즐겁지만은 않았다. 다른 길을 찾아보던 그가 진정으로 숲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은 독일 유학중이다. 대학원을 마치고 연수를 위해 떠난 독일은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아름다운 숲을 가지고 있었다. 푸르고 울창한 나무들로 가득한 독일의 숲에 들어선 순간, 그는 결심했다. 내가 이것보다 더 아름다운 숲을 우리나라에 만들고 말겠다고 그래서 지금 이 기분을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말이다. 고국으로 돌아온 그는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임업 사업에 뛰어 드셨고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시말해 독일의 한 아름다운 숲이 지금의 대한민국의 임업 사업을 이끌어가는 한 인물을 만들어 낸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에코 다잉의 세계, 수목장

 최근 변우혁 교수는 에코 다잉의 세계라고 불리우는 수목장이라는 장례문화를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하시어 전파하고 계신다. 교수님의 은사님이신 김장수 전 고려대 명예교수의 장례를 교수님께서 직접 국내에서 처음으로 수목장으로 치루신 이후 기존의 문제가 많은 장묘법에 새로운 대안으로 수목장이 이슈가 되는 가운데 그는 직접 이 사업을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목장이란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 자연으로 온전히 돌아가는 장묘법이라고 할 수 있다. 수목장에는 매장 방식에 따라 시신을 나무 아래 직접 묻는 매장형 수목장과 화장한 유골을 곱게 분쇄한 뒤 환경분해용 용기(봉투)에 담아 나무 밑이나 주위에 묻는 산골형 수목장 방식이 있다. 한 명의 골분만을 매장하는 개인 수목장, 가족 구성원이 함께 이용하는 가족 합장용 수목장, 나무를 구입할 경제적 능력이 없거나 집단 산골이 필요한 경우에 사용되는 공동 수목장 형태로도 나뉜다. 방식에 따라서는 정원형·잔디형·수목장형으로도 분류된다. 법적으로는 나무 뿌리 주변이나 잔디, 꽃나무 주변에 30~50㎝ 깊이로 구덩이를 파고 종이나 옥수수 가루로 만들어 생분해가 가능한 용기에 분골을 담아서 묻도록 돼 있다. 그 위에 심어진 나무가 뼈의 재 성분을 흡수하게 되면서 돌아가신 분의 혼이 담겨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에코 다잉이라고 불리울 만큼 일반인들이 수목장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 KBS 갤럽 조사에 따르면 70%에 가까운 사람들이 수목장을 원하고 있다. 국가에서도 수목장을 권유하는 추세여서 그 신고만 하면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수목장을 지낼 수 있다. 자신의 농장, 별장 등 어디든지 원하는 자신의 조그마한 땅에 자신이 평소에도 좋아했던 나무를 심으면 수목장이 되는 셈이다.

 “자신이 평소 좋아했던 나무로 다시 태어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은사님에 이어 자신의 어머니도 수목장으로 장례를 치뤄드렀다. 수목장은 매년 제사를 지내러 오는 느낌을 가지기 보다는 피크닉을 오는 듯한 분위기를 주어 어두운 장례식의 분위가 아닌 밝은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그는 ‘수목장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www.sumokjang.info)’에서 상임운영위원장을 역임하시며 일반인들에게 더욱 수목장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다. 지금 하는 일 중에서 가장 많이 시간을 잡아먹는 사업이라고 말하면서 진땀이 난다고 하지만 그는 수목장을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 바쁘시지 않냐고, 너무 피곤하실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교수님은 허허허 웃음을 지으신다. “바쁘지, 하지만 이게 다 숲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행복합니다.”라고 말씀하시며 앞으로도 우리나라 숲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교수님, 숲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평생을 살아오신 교수님 같은 분이 계시기에 우리가 지금 이렇게 아름다운 숲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공기처럼 자연 역시 우리 옆에 항상 당연히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무관심함으로 방치해두기 쉬운데 항상 우리가 자연을 아끼고 사랑할 때 우리의 자연 역시 더욱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온 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