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꽃샘추위도 서서히 끝나가고 진정으로 싱그러운 봄이 왔다. 그런데 그 봄의 싱그러움에 흠뻑 젖어 활기에 가득 차 있어야 할 대학가에 우울증이라는 무서운 병이 돌고 있다. 20대라면 누구나 밝은 미래를 꿈꾸며 젊음의 활기와 패기로 하루하루를 보람차게 보내고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그들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현실에 대해 집중취재 해보았다.

-우울증의 마지막 선택, 자살

 최근 들어 자살 소식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전해지고 있다. 연예인들의 자살소식이 연초부터 끊임없이 전해져 왔는데 최근에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대학생 자살 사건도 사회의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안타까운 대학생 자살사건은 본교에서도 일어났다. 3월 11일, 언론을 통하여 등록금을 내지 못해 본교를 중퇴했던 정모씨(29)가 자살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정모씨는 본교 98학번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이었으나 집안 사정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하며 등록금을 모았다. 그렇게 정모씨는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다가 결국 2006년 결국 학교를 자퇴하게 되었다. 학교를 그만 둔 이후, 고시원에서 살던 그는 우울증 증세를 보였고 결국 3월 10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였다.

 물론 정모씨의 죽음의 원인으로는 경제적인 문제도 있지만 자살로 고인을 몰아넣은 결정적인 요인은 우울증이었다. 우울증을 앓게 될 경우, 삶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떨어뜨리고 의욕마저 상실하게 만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우울증에 걸린 환자의 2/3이 자살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학생 중에서는 얼마나 많은 비율의 학생들이 우울증을 겪어보았고 자살까지 생각해 보았을까.

- 대학가 우울증, 그 실태를 알아보다

  현재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우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8%에 해당하는 48명의 학우들이 우울증을 겪어보았으며 때로 자살충동을 느껴보았다고 답했다. 자살충동은 느끼지 않았지만 우울증을 겪은 시기가 있는 것 같다라고 대답한 학우까지 포함한다면 73%에 해당하는 학우가 우울증을 겪고 있거나 겪어보았다고 말한 것이다. 심지어 이 학생들 중 7명의 학생들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해 보았다고 답했으니 대학가의 우울증과 자살문제는 더 이상 방치해둘 문제만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어떤 일들이 이토록 대학생들을 우울증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 중에서도 가장 많은 학우들이 원인으로 꼽은 것은 취업 및 진로, 그리고 학업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그 뒤를 이어 인간관계로 인한 갈등으로 고민을 겪고 있는 학우가 25%였으며 그 외에는 가정문제, 금전적인 문제 등이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3에 가까운 34%의 학우들이 취업. 진로 그리고 학업문제로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들어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청년실업자 수가 급증하게 되었는데 이에 따라 취업에 실패한 많은 대학생들이 심한 자괴감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시달리고 있다. 본교 학사 지원부에 따르면 지난해에 비해 이번 년도 졸업자 수는 현저히 감소하였으며 취업자 수 역시 많이 감소하였다고 말하였다. 이렇게 취업에 실패하거나 학업 등에 부진하여 스스로 성취 의욕을 잃을 경우 외부적 스트레스로 인해 자아존중감이 떨어 질 수 있다. 본교 03학번에 재학 중인 박모군은 “20개가 넘는 입사원서를 쓰고 여기저기에 정신 없이 면접을 보러 다녔지만 결국 취업에 실패하여 학교를 한 학기 더 등록하게 되었다. 지금 생활하고 있는 집 값을 포함해 생활비를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 받아 쓰는데 너무 죄송스럽고 부끄럽다.”며 “취업에 실패한 이후 너무 부끄러워 친구도 만나지 않고 외출도 거의 하지 않았는데 하루는 고시원에 있다가 정말 스스로가 정말 너무 한심스럽게 느껴져 진지하게 자살을 고민했었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처럼 많은 대학생들에게 취업문제는 커다란 과제로 안겨져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들 역시 학업에 대한 고민으로 대학생활을 즐기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다. 고려대학교 09학번으로 입학한 이모양은 “대학교에 들어오면 동아리에 가입하고 과할동도 열심히 하여 활기찬 대학생활을 보내고 싶었는데 주변 친구들이 모두 취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며 매일같이 도서관에 가는 모습에 스스로 위축되어 학업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하며 “대학에 대한 로망은 모두 사라지고 그저 고등학교의 연장선상이 된 것 같다.”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 빠른 진단만이 치료의 길이다

이렇게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겪고 있고 또 우울증에 빠질 위기에 처해있는 지금, 대학가에 드리워진 이 어둠을 어떻게 몰아낼 수 있을까.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우울증센터 이민수 소장은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이다.”라고 말했다. 감기라는 병은 가벼운 병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조금만 방심하면 우리가 쉽게 걸릴 수 있는 질병이다. 대부분 가볍게 생각하는 질병이지만 초기에 진단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폐렴과 같은 커다란 질병이 되고 만다. 우울증도 마찬가지이다. 우울증 역시 초기에 진단하고 치료받을 경우 쉽게 치료될 수 있지만 오래 방치해두면 극한 상황까지 치닫게 된다.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이 우울증인 것을 알지 못하고 일상 생활에서 상당히 위축되어 기능이 떨어질 때까지도 자신의 기분 문제에 대해 호소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울증에 걸릴 경우 삶에 대한 의욕을 상실하게 되어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지 못하고 수면장애 및 식욕저하 등 다양한 신체적인 증상까지 나타나게 된다. 이런 경우 내과적 검사를 반복적으로 시행하지만 명확한 원인은 나오지 않은 경우가 많고 우울증 진단과 치료가 늦어져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신체 증상이 지속될 때는 우울증을 의심해보고 병원이나 치료센터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다가가기 힘들어 치료받기도 힘들다?

 이처럼 우울증은 빠른 치료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들이 이미 우울증이 많이 진행된 상태로 병원을 찾는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자료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우울증에 걸린 환자가 정신과에 내원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4.1년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와의 면담 치료를 통해 문제 해결 방법이나 스트레스 해소법, 대인 관계 유지법 등에 대해 도움을 얻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으로 인한 우울증일 경우 항우울제를 통해 쉽게 우울증이 치유될 수 있기 때문에 정신과의 진료를 받는 것은 훨씬 더 치유를 앞당기는 일이다.

 하지만 정신과에 가는 것이 두렵다면 학교 상담센터를 이용해 손쉽게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교 상담센터에서는 진로나 적성문제만 다룬다고 생각하지만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인 상담도 해주고 있다. 본교 학생상담센터를 방문 할 경우 우선 심리 검사를 통하여 현재 상태를 진단받는다. 본교 학생상담센터의 전임상담원은 “최근 들어 많은 학우들이 상담을 요청하는데 상담을 요청할 경우 단순히 우울증만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정서상태 등을 고려하여 치료방향을 잡고 꾸준한 상담을 통해 치료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늘어나는 우울증 환자 때문에 우울증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다양한 상담센터와 치료센터도 생겼다. 김형준 원장은 우울증 치료를 위하여 웃음치료를 실시하고 있으며 매주 마지막 수요일 청담역 우리들 병원에 가면 무료로 웃음 치료를 받아 볼 수도 있다. 김형준 원장은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기 때문에 크게 소리 내어 웃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들어 많은 대학생들이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을 체감한다”며 “대학생들이 평소에도 길을 걷거나 밥을 먹으면서 크게 웃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활 속 작은 습관으로 우울증 예방하기

 우울증은 따로 예방법이 나와 있지는 않지만 생활 속 작은 습관들을 고치는 것은 우울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울증은 삶에 대한 회의나 자신에 대한 무가치감, 세상과 자신에 대한 부정적 생각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을 없애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가지고 깨어 있는 시간을 활동적으로 걷기, 조깅, 수영 등의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을 하는 것을 권장한다. 또한 혼자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함으로써 자신의 고민을 능동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술과 불법적 약물은 일시적으로 안정감과 행복감을 줄 수 있지만 오히려 우울증상을 악화시키므로 피해야만 한다.

 많은 대학생들이 너무나도 쉽게 “나 너무 우울해서 죽고 싶어.”라는 말을 툭툭 던지고는 한다. 하지만 더 이상 우울증은 우리에게 농담으로 웃고 넘길 문제가 아니라 정말 대학가의 심각한 문제로 퍼져가고 있는 만큼 주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조금 더 건강하고 활기찬 대학가를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숙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