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년 기념관에서 책을 읽다가, 같이 밥을 먹을 사람이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않아 지쳐 밥을 먹으러 밖으로 나섰다.
높고 아름다운 우리학교는, 역시나도 밤에도 너무나도 아름답다.... 백주년기념관을 나오자마자 하얀 조명을 비추는 옛날 도서관.... 집에서 야경을 보는것도 즐거운일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더욱 멋지다. 이 건물은 일제시대에도 유명한 건축가에 의해 미국 대학을 본따 만들어졌지....노란색 불빛을 비추는 본관, 거의 갈일이 없고 항상 지나치기만 하는곳이지만 가장 아름다운 건물이라고 할 수있다. 이 건물은 흔한 고려대의 상징으로, 고려대에 오고싶어하는 수험생이나, 고려대에 입학한 신입생들, 그리고 졸업생들은 이 건물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내가 대학을 4년동안 다녔지만 이 곳을 방문한적은 단지 2번뿐이다. 계절학기과목을 환불하기위에 한 번왔고, 국문과로 이중전공을 신청하기위해 두번째로 왔다.
내가 수업을 듣고있는 서관. 늦은 밤이 되면 세 건물의 불은 끄지만 서관의 시계탑만은 불을 켜놓는다. 그나마도 12시가 넘으면 꺼지지만.... 유럽의 옛날시기에는 시계가 귀한 물건이었기에 사람들이 광장에 있는 시계를 보며 시간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파악하게 해주는 시계.... 시계라는 것은 인문학을 공부하는 우리에게 적절한 물건인것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학교를 뒤로하고, 나는 정대후문을 나와 참살이길로 갔다. 기다려도 오지않는 친구에게 무얼 먹을것이냐는 카톡이 왔다. 그래서 나는 아무거나 먹을 것이라고 하였다.
지나가다가 신포우리만두 앞에서 서성이다가 문을열고 들어갔다. 들어가면서 '지금 식사 가능한가요?'라고 종업원에게 물었다. 대답이 들리지는 않았지만 식사를 하고있는 사람들이 있었고, 괜찮다는 늬앙스가 풍겼기에 나는 구석의 자리에 앉았다. 앉아서 매뉴를 보고 치킨데리야끼 우동이 맛있어 보여 그것을 주문하고 혹시 사이다가 있냐고 물어보았으나 없다는 종업원에 말에 콜라가 있냐고 물었으나 그것도 없다고 하였다. 할수 없이 나는 우동 만 시켰다. 내가 탄산음료를 먹는것은 그것을 먹으면 소화가 잘 되기 때문이다. 세상은 너무나도 구역질나기 때문에 탄산음료를 먹거나 담배를 피지 않고는 살수없는 나이기 때문이다.
주문을 할때 종업원의 말이 서툰걸 보아 왠지 중국인인것 같았다. 그런데 핸드폰에 배터리가 별로 남지 않아 일어나서 가게를 살펴보다 내 앞좌석에 콘센트가 있는것을 발견했다. 그때 종업원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뭐 필요한거 있으신가요?'
'아 핸드폰에 전기가 별로 없어서 여기로 자리를 옮길려구요, 물건들은 제가 옮길께요.'
'아 아니에요.. 제가 옮길께요..'
나는 물컵과 내 소지품들을 앞 자리에 옮겼고 종업원이 나머지 것들을 자리로 옮겨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주방쪽에서 호통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가게주인으로보이는 중년여성이 중국인 종업원에게 혼을 내는것이다. 자리를 옮겨주면 어떡하냐? 안된다고 해야지.... 전기료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아냐? 전기세는 니가 내니?.... 자꾸 혼을 내는 바람에 내가 다 무안해졌다.
음식이 나왔다. 치킨데리야끼 우동의 맛은 그럭저럭 맛있었으나, 나는 방금 주방에 있었던 일들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나는 꾸역꾸역 계속해서 먹었다.
그렇게 음식을 억지로 섭취하고있는동안에 또 다시 주방에서는 큰 소란이 있었다. 이번에는 주방장과 주인이 서로 말다툼을 하는것이었다....
나는 물을 다 마셨고, 중국인 종업원에게 물을 한잔 더 달라고 하였다.
그런데 물을 가지고 오는 종업원에게 주인은 또 물을 그렇게 많이 담아주면 어떡하냐고 호통을 치었다.
나는 급하게 식사를 마무리하고 계산을 하러 자리를 일어섰다.
'6천원 입니다.'
'아까 저때문에 혼내서 미안해요....'
'아 네....'
'혹시 중국인이세요?'
'네'
나는 머니클립에서 만원을 꺼내어 종업원에게 주었다.
종업원이 천원짜리 4장을 뽑으는것을 보며
'거스름돈은 팁으로 하세요...'
'팁이요?'
종업원은 갑자기 동전을 세고있는 것이었다.
' 아 팁이요.... 잔돈 가지시면 돼요.'
' 아 팁.... 감사합니다.'
나가서며 부커치를 외칠려고했지만 그냥 나는 가게를 나왔다.
소화가 되지않아 가게 옆 골목으로 들어가 담배 2개피를 태웠다..
늦게까지 책을 더 읽어야 하기에 스타벅스에 가서 아이스아메리카노 그란데 사이즈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역시 토했다.
우리 학교는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왜 현실은 이렇게 구역질나는것 투성인지.... 나의 구역질은 언제까지 될것인가?...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03 07:3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