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를 가장 원초적인 본능에 입각해 먹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저는 세 가지가 떠오르는데요.
육사시미, 블루레어 스테이크, 그리고 육회가 그 세 가지입니다.
앞의 두 방식으로 만든 요리도 무척 맛이 있지만, 그 특성상 저 같은 서민이 쉽게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생 소고기로 배를 채우고 싶어진 저의 선택지는 단 하나,
바로 육회죠.
운 좋게도 고려대 근처에는 마장동, 종로 등 육회로 유명한 곳들이 많습니다.
그 중 저는 육회가 맛있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하기로 유명한 종로의 백제 고기집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모든 사진은 만지면 매우 커집니다.
백제 고기집은 종로 5가와 6가 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큰 길가에서 백제 약국을 찾는다면 쉽게 찾아들어갈 수 있죠.
학교에서는 정문 앞, 안암오거리 등에서 탈 수 있는 101, 111, 163 번 등을 타면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101, 111의 경우 종로 6가 정류장에서 내려서 종로 5가 쪽으로 조금 걷다보면 백제 약국 골목이 보일 것이고,
163의 경우 청계천에서 내려서 종로 큰 길쪽으로 나가면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마찬가지로 백제 약국을 찾을 수 있습니다.
종로의 분위기를 모두 잘 아시겠지만, 번잡하고 구식입니다.
노인 분들이 많고, 그런 노인분들이 많은 환경이 만들어내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다소 불편한 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저와 동행은 날고기에 미쳐버렸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는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백제 고기집은 본관과 분관 두 지점이 서로 마주보고 있습니다.
본관은 인원이 약간 많아야 들어갈 수 있더군요.
두 명이 왔다고 하니 아주머니가 단호하게 분관으로 갈 것을 종용하셨습니다.
분관과 본관의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교보다 본교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아무래도 조금 꺼림칙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이런 세팅이 놓여집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소주잔이 기본 세팅입니다.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자세입니다.
다만 술을 팔아 이윤을 남기겠다는 장삿속이 투철한 만큼, 고기의 가성비가 좋기를 바랄 뿐이죠.
심지어 기본으로 소주잔이 나오면서 '술 시키시겠어요?'도 아니고 '소주는 뭘로 드릴까요?'라는 질문이 떨어집니다.
그야말로 호쾌!
어차피 육회엔 소주가 빠질 수 없는 바, 저는 처음처럼 한 병을 주문했습니다.
가게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정신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옛날 가게에 온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아주머니들은 바쁘게 움직이시고, 여기저기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불친절한가 하면 그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약간의 공격적 서비스를 받아치는 센스가 있으면 좀 더 편안한 식사를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육회를 기다리는 흥분감에 젖어 있던 터라 메뉴판 찍는 것을 깜빡 했습니다.
일단 육회는 500g에 28,000원입니다.
그 외의 국내산 육우 각종 부위들이 500g당 30,000원 언저리의 가격대에 포진해 있습니다.
육우라고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은 아닙니다.
특히 500g을 상당히 잘 맞춰서 주는 것으로 유명한 가게이기 때문에,
동일 업종에 한해서는 가성비가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저도 기다렸고, 여러분도 기다리실 육회를 보도록 합시다.
저 빨간 빛깔.
그렇습니다. 인간은 송곳니를 가진 동물입니다.
고기, 고기를 먹어야 하는 것입니다.
끄허허허헣(미침)
사실 육회비빔밥이라는 8,000원짜리 메뉴도 있습니다만, 비빔밥에 악센트가 있는 메뉴입니다.
진정한 '육회'비빔밥을 먹기 위해서는 일단 육회를 시키신 후, 양념밥을 시키셔야 합니다.
양념밥은 한 그릇당 2,000원 입니다.
두 명이 제대로된 '육회'비빔밥을 먹으려면 총 32,000원이 됩니다. (피 토함)
사실 그렇게 비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500g의 육회는 일반인이라면 최소 셋이서 먹어야 할 양입니다.
저희는 미쳤기 때문에 둘이서 먹었습니다.
양념밥은 다음과 같은 형상으로 강림합니다.
계란 노른자가 빛나고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빛나고 있습니다.
이제 충분한 양의 육회를 양념밥에 투하하겠습니다.
고추장도 잊지마세요. 육회는 살짝 얼어있어 양념밥과 비빌 경우 약간의 물기가 베어나와 간이 약간 안맞게 됩니다.
적당한 고추장과 함께 육회를 양념밥에 비비면,
이런 거룩한 형상을 하시게 되십니다.
누르렁누르렁하다구요?
ㅎㅎ 먹지마 그럼.
저 혼자 다 먹겠습니다.
이렇게 푸짐하게 비비고도,
약 한 그릇을 비빌 수 있는 분량이 남아 있습니다.
이제 저는 육회비빔밥에 육회를 반찬으로 저녁식사를 할겁니다.
아, 아니죠. 이미 했습니다. 당시의 감상에 너무 젖어버렸네요.
육회는 술 안주로도 아주 좋습니다.
아주머니의 박력에 얼떨결에 술을 시킨 느낌도 있었지만, 매콤한 육회비빔밥 그리고 시원하고 달콤한 육회와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총 35,000원의 저녁식사였습니다.
날고기와 함께 은혜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으신 분들께, 백제 고기집을 추천합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04 06:12: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