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쿼터 종료 30초 전, 연세대학교의 공격 기회. 허훈(G, 스포츠레저 14)의 3점 슛이 림 안쪽을 맞고 튕겨져 나온다. 김진용(C, 스포츠레저 14)으로부터 리바운드를 따내는 박정현(C, 체교 16), 빠르게 최성원(G, 체교 14)에게 공을 넘긴다. 빠르게 하프코트를 넘어와 김낙현(G, 체교 14)에게 공을 넘기는 최성원. 마지막 시간을 다 쓰려는 김낙현은 천천히 리딩을 시작한다. 전현우(F, 체교 15)는 코너 3점 라인에서 공간을 넓히고, 박준영(F, 체교 15)은 탑에서 스크린을 준비하고 있다. 김낙현의 선택은 2대2 플레이. 박준영의 스크린을 미끄러지듯 타고 들어간 김낙현은 코너에서 기다리던 전현우에 킥아웃 패스를 뿌린다. 기다리고 있는 전현우의 오픈 찬스. 깔끔한 포물선을 그리는 3점 슛이 들어간다. 3점 슛 적중을 직감한 듯 전현우는 손을 번쩍 들고 환호한다. 이렇게 고려대학교 농구부 다섯 명의 유기적인 플레이는 완벽한 골을 만들어낸다.

#지금까지 다 이겼다

  18승 10무 18패. 역대 고연전 농구의 전적이다. 올해가 승리의 분위기를 가져갈 수 있는 년도인 만큼 고연전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농구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농구부에 대한 이러한 기대는 단순히 과거의 승리에 취해 생긴 것이 아니다. 그 기대의 근간에는 매우 공격적인 화력을 뽐내고 있는 농구부의 행보가 있다. 사실 이번 해에 많은 이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종현(체교 13)과 강상재(체교 13) 등의 빅맨 플레이로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주던 우리 학교였는데, 올해 그들이 졸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7 남녀 대학농구리그, 2017 MBC 배 전국대학농구 영광대회의 우승을 모두 거머쥐며 연세대와의 모든 경기를 14점, 16점이라는 큰 점수 차이로 이기고 황제의 자리를 지켰다. 그 저력을 경기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자.

  고려대학교의 이번 정규 대학농구리그 전적은 16전 15승 1패. 4차전에서 단국대에 패한 것만 제외하면 완벽하다. 이런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압도적인 공격력이 있다. 이번 리그의 평균 득점은 85.50으로 전체 1위이고, 평균 리바운드 또한 47.31로 1위다. 여기에 전현우, 김낙현, 최성원, 김윤(F, 체교 14) 등이 책임지고 있는 외곽에서 또한 32.85%의 3점 슛 성공률을 보이며 그 화력을 보여줬다. 평균 리바운드와 3점 성공률에서는 오히려 걱정과 달리 작년 성적보다 근소하게 앞섰다(2016년도 고려대는 44.38의 평균 리바운드, 32.19%의 3점슛 성공률을 보여줬다). 이렇듯 우리 학교는 내외곽 모두에서 득점 생산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MBC 배 전국대학농구 영광대회의 시작은 정규리그 1위 수성 후 곧바로 진행됐지만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정규리그 9위에 머물렀던 경희대와 연장전까지 가 3점 차 진땀승을 거두기도 했는데, 이 경기에 고려대는 수비와 공격 부분 모두에서 결점을 드러냈다. 미드레인지 대한 허용율이 상당히 높아졌고 박스 내의 수비도 부족했다(지난해 고려대는 42%의 2점 허용률만을 주었지만 이번 해에는 50%의 2점 허용률을 보인다). 또한, 가드진의 야투와 외곽 성공률이 아주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단국대와의 경기에서도 드러났고, 특히 볼 소유자에게 가해지는 압박의 강도가 높은 팀에게는 더욱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차세대 국가대표 센터로 불리는 박정현은 “수비 부분이 약하다. 2대2 수비나 팀 수비가 아직 완벽하지는 않기 때문에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인 것은 이후 우리 학교는 엄청난 공격력과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우승까지 끌어냈다는 점이다. 하지만 수비적으로 약한 부분과 상대의 압박을 풀어나가는 전반적인 경기 운용에서는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


#이종현의 부재, 그러나 전통의 강호 고려대!

  황금세대의 빈자리를 메꿔 강력한 팀을 만든 주역 중 한 명으로는 작년과 올해 모두 주전으로 출장한 유일한 선수인 김낙현을 꼽을 수 있다. 김낙현은 올해 부상에서 돌아온 최성원과 백코트 듀오를 이뤄 리딩과 경기조율을 최성원에게 맡겼다. 그리고 자신은 주장으로서 슈팅가드 역할을 맡아 공격적 재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고려대 이민형 감독은 그런 김낙현을 중심으로 한 빠른 농구로 이종현-강상재라는 대학 최고 빅맨 듀오의 공백을 채우려 했다. 기존의 이종현-강상재를 중심으로 한 정적인 세트 오펜스에서 김낙현을 중심으로 다섯 명의 유기적인 볼 흐름을 기반으로 한 모션 오펜스로 전환한 것이다. 선수들이 더 많이 뛰고, 공을 더 많이 공유해가며 공격을 풀어나갔다는 말이다. 그리고 2017년 정규대학농구리그에서 그 효과를 보여줬다(어시스트 15.94개를 기록하며 2016년 정규대학농구리그에서 기록한 9.63개를 훨씬 웃도는 성적을 냈다). 이런 성공적인 변화와 함께 대학농구리그에서 41.46%의 3점 슛 성공률을 기록한 대학 최고 3점 슈터 전현우의 외곽 슛 지원과 박정현, 박준영 등 기존 저학년 선수들의 폭발적인 성장까지 겹쳐 전통의 강호다운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황금 세대 빅맨들을 잇는 차세대 대들보: 박준영과 박정현

  작년의 이종현-강상재 빅맨 듀오는 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강력한 수비에 특히 강점이 있었다. 이종현을 필두로 한 고려대는 2016년 정규대학농구리그 당시 상대 팀의 2점 슛 성공률을 단 42.35%로 틀어막고, 평균 블록슛 4.75개를 기록하는 등 대학 최고의 인사이드 수비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올해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박준영-박정현 빅맨 듀오는 수비보다도 공격과 리바운드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2017년 대학농구리그 정규리그에서 박준영은 21.75득점-13.5리바운드로 전체 득점 1위, 리바운드 2위에 올랐다. 박정현도 14.43득점-9.64리바운드를 기록하여 고려대가 2017 대학농구리그 정규리그에서 팀 득점, 리바운드 부문 모두 전체 1위를 기록하는데 보탬이 되었다. 전천후 득점 머신으로서 내외곽, 속공 등 다양한 득점 루트를 가지고 있는 박준영과 204cm의 큰 신장에 긴 슛 거리, 훌륭한 골 밑 움직임을 가지고 있는 박정현은 이번 대학농구리그와 MBC배에서의 맹활약으로 고려대의 최전성기 빅맨들을 이을 재목임을 증명했다. 김낙현, 최성원과 함께하는 탑에서부터의 2대2 플레이 호흡도 잘 맞아 확실한 고려대의 공격 루트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분명 기억해야 할 것은, 연세대의 안영준(F, 스포츠레저 14)과 허훈이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득점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수비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포지션 상 팀 수비의 중심이 되는 박준영-박정현 빅맨 듀오는 2017 정규대학농구리그에서 상대 팀의 2점 슛 성공률을 48.77%나 허용하면서, 작년보다 6.42% 높아진 수치를 허용했고, 평균 블록슛도 2.31개를 기록하면서 작년보다 1.75개나 떨어진 점에서 미루어봤을 때 헐거워진 인사이드 수비가 불안요소다(작년 기준 우리 학교의 2점 슛 성공률은 42.35%, 평균 불록슛은 4.75개였다). 이는 앞으로 박준영-박정현 듀오가 보완해야 할 문제점이기도 하다. 게다가 2017년 정규대학농구리그 결승에서 2쿼터 만에 박정현이, MBC배 결승에서 3쿼터에 박준영과 박정현 모두가 퇴장 위기 상황인 ‘파울 트러블’에 걸려 경기가 어렵게 흘러가기도 했다. 두 선수의 존재는 단판 승부인 정기전에서 엄청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파울 관리에 무엇보다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 고려대는 경기에서 파울이 많이 나오는 편이기 때문에 선수 한 명이 상대 팀 선수 한 명을 맡아 막는 맨투맨 디펜스보다 상대적으로 파울이 불릴 위험이 적은 지역방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파울 관리를 성공적으로 해낸다면, 승부처에서 적극적으로 맨투맨 디펜스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므로 박준영-박정현 두 선수에게는 골 밑 수비와 파울 관리가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정기전 승부의 핵심, 대학리그 최고의 가드 김낙현과 돌격대장 최성원

  이종현에 이어 고려대의 주장을 맡은 김낙현은 올해 대학 최고의 가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본래 포지션은 포인트가드이지만, 올해 최성원이 리딩 부담을 덜어주면서 공격에 많은 힘을 쏟을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2017 정규대학농구리그 개막전인 연세대와의 경기에서 27점을 올리면서 93-79 대승을 끌어내는 등 시즌 내내 훌륭한 모습을 보이며 고려대를 이끌었다. 연세대의 에이스이자 최고의 포인트 가드, 그리고 오랜 라이벌인 허훈보다 리딩, 패스와 같은 포인트가드가 지녀야 할 능력은 조금 부족하다. 그러나 흐름을 탔을 때의 정교한 슈팅을 바탕으로 한 폭발적인 득점력과 피지컬 면에서 허훈에게 절대 뒤지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두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지만, 김낙현은 허훈과 함께 양교의 주장이자 야전사령관으로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졸업을 앞둔 그들 중 누가 팀의 정기전 승리를 끌어낼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고연전의 재미있는 포인트 중 하나이다.

  2학년 당시 허리디스크 부상으로 몇 개월간 전혀 경기를 뛰지 못했던 최성원은 4학년이 된 올해, 노력 끝에 비상했다. 2017 정규대학농구리그 연세대와의 개막전에서만 15득점, 6리바운드를 올렸는데, 4쿼터에만 10점을 폭발시키면서 93-79의 승리를 끌어냈다. 최성원은 포인트가드로서 리딩과 패스에 강점을 가지고 있고,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적극적인 속공 가담과 페네트레이션, 그리고 빅맨과의 2대2 플레이를 통해 공격의 활로를 뚫어준다. 백코트 파트너 김낙현의 리딩 부담을 덜어주어 그가 공격에 집중할 수 있게끔 해주는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상대적으로 부정확한 슈팅과 부족한 힘으로 안 풀리는 경기에는 기복이 상당히 큰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연세대와의 대학농구리그 개막전에서는 멋진 활약을 펼쳤지만, 이후 단국대와의 경기에서는 단 2어시스트만을 기록하고, 중앙대와의 1위 결정전에서도 2득점 1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부진했다.) 슛 연습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가드로서의 최고 장점인 패싱력은 건재하기에 정기전에서의 반등이 기대된다. 연세대에도 신입생으로 주전을 꿰찬 박지원(G, 체교 17)이나 허훈 등 훌륭한 가드가 많기 때문에 최성원의 활약은 필수적이다. 그가 플레이를 잘 펼친다면 유려하게 공격이 진행되어 정기전의 무난한 승리를 노릴 수 있기 때문에 그의 손끝에 시선이 모인다.


#외곽을 책임지는 쌍포: ‘대학 최고의 3점 슈터’ 전현우와 ‘3&D’ 김윤!

  전현우는 한 마디로 대학 최고의 3점 슈터다. 이번 정규대학농구리그에서 41.46%의 3점 슛 성공률을 기록했다(3점 슛 성공률이 40%가 넘어가면 뛰어난 슈터라고 인정받을 만한 수치이다). 그러나 그는 슛만 가지고 있는 선수가 아니다. 정규리그 우승이 달려있던 중앙대와의 경기에서 그의 3점 슛을 경계하는 디펜스를 펼친 중앙대에게 드라이브인으로 역전 골을 만들어낼 정도로 플레이에 센스가 있다. 또한, 전현우는 3-2드롭존 디펜스에서 탑에 위치해 상대 공격의 예봉을 꺾는 수비를 펼칠 정도로 수비력도 좋은 편이다. 한 마디로 팀에 없어서는 안 될 만능선수다. 그러나 9월 1일 인삼공사와의 연습경기에서 손가락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해 정기전에서의 컨디션이 우려된다.

  김윤은 말그대로 현대농구에서 가장 가치 있는 플레이어인 3&D(3점 슛과 탁월한 수비능력을 갖춘 플레이어)다. 187cm의 신장으로 탄탄한 수비력을 보여주어, 상대 에이스와의 매치업이 잦고, 스팟업 슈터로서 코트를 넓게 사용하게끔 공간을 벌려준다. 또한 고려대의 드롭존 디펜스의 핵이자, 핵심 3점 슈터인 전현우의 체력 부담을 줄여줄 선수다. 그의 수비력과 외곽 슛이 터진다면, 정기전의 분위기를 아주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

  반면 연세대의 정기전 예상 선발 라인업은 허훈-박지원-안영준-김진용-김경원에 양재혁 등이 핵심 식스맨으로 꼽히는데, 이중 허훈은 한국 농구의 전설 허재의 아들이자 훌륭한 가드다. 탁월한 패싱과 경기조율로 2017 정규대학농구리그 평균 어시스트 6.18개로 압도적으로 1위를 기록했다. 연세대는 허훈의 리딩하에 내외곽을 가리지 않은 득점력으로 대학농구리그 평균 득점 19점을 기록하고 훌륭한 리바운드 능력까지 갖춘 수준급 포워드 안영준이 지원사격을 한다. 연세대의 핵심 스코어러로 떠오른 그를 제어해야만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또 빅맨인 김진용과 김경원(C, 체교 16)이 큰 신장을 바탕으로 한 스크린을 이용해 허훈과 탑에서부터 하는 2대2 플레이는 연세대의 필살 전술이다.
99%의 확신,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1%의 변수

  정기 고연전에 대해 선수들이나 감독님이 말하는 바는 같다. 서로의 플레이 스타일을 이미 잘 알고 있을뿐더러 학생 선수인 만큼, 실력 차보다는 당일 컨디션이나 분위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올해 있었던 경기에서 우리 학교는 연세대를 상대로 모두 이겼다. 그러나 방심해서는 안 된다. 당장 작년만 봐도, 한 해에 있었던 연세대와의 모든 경기에서 우리가 열세를 보여 고연전을 모두가 부정적으로 전망했지만, 막판의 기적적인 득점으로 동점까지 끌어냈다. 올해와 같이 우리 학교가 일 년 내내 모든 경기에서 다 이겼지만 정작 고연전에서는 패했던 2011년도 있다. 최근에 있었던 연대와의 경기에서 허훈이 뛰지 않았기 때문에 고연전 때 그의 영향력이 얼마나 클지는 미지수다. 정기 고연전은 두 학교만의 대회라는 점에서, 또 엄청난 관중의 기대를 안고 뛰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와 느낌이 색다르다. 종종 예상과 기대와는 무관하게 결과가 나오곤 하는 정기전. 고려대와 연세대 모두의 시선이 9월 22일 잠실체육관으로 쏠리고 있다.



편집 김윤수 기자(yunny65@naver.com)

글 이문수 기자(ronaldo9806@naver.com)

이영우 기자(tonypony@naver.com)

사진 호영회 양태은(taeeun1996@hanmail.net)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14 02:1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