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가 좋아서 만나는 사람은 만나며 계속 좋은 것들을 알게 되고 점점 더 좋아진다.
그리고 하나가 싫으면 그것 때문에 다시는 만나지 않게 되기도 한다. 음식과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그게 맛이든 혹은 살가운 서비스든 혹은 가격이라도 할지라도 하나가 좋아서 가게 되면
어느새 다른 것들까지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충분히 있다) 

이를테면 내게는 호심 만두가 그렇다. 고파스에 처음 소개된 또래만두 시절에 처음 찾아간 호심만두는,
만두를 좋아했지만 어느 순간 안암동에서 만두 먹기를 잠정적으로 포기하고 있던 시절에 만난 귀한 만두집이다.
(물론 안암 근처에는 맛있는 만두집이 없지 않다. 개인적인 감상으로 가지 않을뿐)
나는 이 집의 만두가 가격 등의 경쟁요소가 훌륭하기 때문에 거기에 비해서 맛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집의 만두는 굳이 그런 다른 것들을 갖다 붙이지 않아도 맛있다.
몇 번을 다니다보니 만두가 맛있어서 만둣국을 먹게 되고, 비빔밥을 먹어보게 되고
뭐 그렇게 되면서 졸업 후에도 생각나면 부러 들러서 먹거나 사가는 곳이 되었다.
그러나 이 글에서 다른 메뉴를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이 집은 우선 만두가 맛있다.


처음에 이 집에 들렀던 때와 지금은 몇가지가 바뀌었다.
기본적으로 만두에도 양념이 된 상태에서 진한 해물 육수를 우려내며 발생했던 조금 짠 만둣국이
요새는 간이 적당하게 변했다. 찐만두와 만둣국에 동일한 만두를 사용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셨는지는 알수 없지만 깊은 해물 육수맛을 유지하면서 짠맛을 덜어낸 것은 나름 쾌거(?)라고 여겨진다.

다른 것 하나는 테이크 아웃을 목적으로 하는 2호점이 생겼다는 것이다.
호심의 메인식당에서 멸치국수 쪽으로 2-30여 미터를 올라오면 제기시장으로 들어가는 골목 입구에 자리잡고 있다.
오늘 나는 안암역에서 식당으로 걸어가고 있었기에, 가게가 축소되었나 하며 철렁한 가슴을 쓸어내렸다.
알고 보니 만두와 공갈빵 등을 판매하는 2호점이 생긴 것이었는데.

하나는 신메뉴의 추가다. 왕만두를 새로운 메뉴로 준비하셨다 하시길래 아직 메뉴판에는 없었지만 한번 먹어 보았다.
솔직히 말해 나는 피가 얇은 만두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분식집에서 대충 파는 왕만두의 퀄리티는 아니다.
왕만두의 퀄리티는 만두소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짧은 식견으로 또한 왕만두에 있어 중요한 것은
두껍지만 그것을 상쇄하는 쫄깃한 피라고 생각한다. 한번 얻어먹은 쫄깃한 꽃빵의 기억도 있고,
피의 씹히는 맛을 보아할 때 적어도 반죽을 정성껏 하셔서 일정 시간동안 숙성시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꽃빵이 쫄깃하니 맛있는 집은 같은 반죽을 썼다는 전제하에 다른 밀가루 음식도 당연히 맛있을 수밖에 없다)
크기나 내용도 튼실한 편이니 왕만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맛있게 먹을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또래 만두 시절보다 1분 이내의 심리적이고 물리적인 거리가 추가되었다는 점,
혹은 정문 앞 상권의 비 프랜차이즈 밥집 그룹의 태생적인 한계에 연루된 논쟁에 한 차례 휘말린 것이 최근에 학생들이
자주 이곳을 언급하지 않는 계기가 된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단언하건데, 이 집은 만두 하나만으로도 고대 주변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의 사랑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집이다. 만두는 여전하고 만둣국은 훨씬 맛있어 졌으며,
신메뉴와 2호점은 추가되었고, 불편한 논쟁의 가능성은 원천봉쇄 되었다.(어떤 식으로 봉쇄되었는지는 와서 보면 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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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쌀쌀한 바람에 쩌락쩌락 피어오르던 만두 찌는 김을 보고 너무 큰 감명을 받았는지,
혹은 간만에 밤에 글을 써서 그런지 왠지 좀 감상적인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다.

p.s 사족으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의 깔끔함이 맛과 위생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한 사람들이 이 집을 포함한, 온힘을 다해 버티고 있는 정문앞, 제기동 일대의 밥집들의
가치 또한 알고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