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소집된 학생총회, 2000명 넘겼으므로 개회선언 하겠습니다!” 11월 28일 학생총회가 성사됐다. 중앙광장에 모여든 학생들은 추운 날씨에도 학생총회가 개의되기를 기다렸다. 오후 4시 13분경 참여인원이 2000 명을 넘자, 4시 20분 박세훈 안암총학생회장이 무대 위로 올라와 학생총회 개의를 알렸다. 중앙광장에 있던 학생과 입장을 기다리고 있던 학생 모두 환호했다.

네 개 안건 모두 가결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된 학생총회는 회의 내내 2000명 이상의 정족수를 유지했다. 학생총회는 참가한 모든 학생에 투표권이 주어지며 안건 별로 찬성·반대 토론을 진행하고 찬성/반대/기권에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안건은 ‘고려대 학생들의 박근혜 퇴진 운동 결의’였다. 첫 번째 안건에 대해선 ‘당일 촛불집회가 아니라 본관으로 결합한다’, ‘일주일 중 수요일 오후 5시에 본관 앞에서 학내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7시 촛불 집회로 결합한다’는 내용의 수정발의안이 받아들여졌다. 투표 결과 1816명의 찬성으로 안건이 가결됐다. 두 번째 안건인 ‘미래대학 설립안 전면 철회’에 대해서 복금태 전 자유전공학부 학생회장은 “미래대학의 설립으로 기존 학생에게 기회비용 측면에서 피해가 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안건은 1892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세 번째 안건 ‘학사제도 개정안 전면 철회’는 2054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마지막 안건인 ‘민주적 고려대를 위한 3대 요구안’은△학사제도 협의체 신설 △대학평의원회 학생 평의원 증원 및 권한 강화 △대학(원), 학과(부) 등 교육 조직의 설치‧폐지 및 기타 학칙 개정에 관한 사항에서 총학생회 등의 권한 부여가 세부 항목으로 있다. 이 역시 1935명의 찬성을 받아 가결됐다.

  5년 만에 소집된 학생총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성사’ 자체가 가지는 의미가 크다며 이후의 변화를 기대했다. 김대섭(공과대 화공생명16) 씨는 “생각보다 많은 학생이 개인적 일정을 제쳐두고 투표권을 행사한 것이 뜻깊다”며 “작은 한 표가 총장님에게 미쳐서 변화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세훈 안암총학생회장은 “학교 본부에 의사결정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전달했고, 쉽게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결국 소통구조가 변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선영(사범대 영교15) 씨는 “미래대학도 그렇고 학과 강의에서도 메일 한 통으로 절대평가가 상대평가로 갑자기 변경되는 상황을 겪었다”며 “학사행정이 우리의 의견을 묻지 않고 진행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재우 전 안암총학생회장은 “현재 학생들이 의견을 낼 방법은 학생총회나 본관점거뿐이며 결국엔 민주적 절차를 반영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전한 학생들과 본부의 갈등
  본관점거는 학생총회가 성사된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학생들은 학사제도 개정안 철폐, 미래대학 폐지 등을 주장하며 교무위원회가 열릴 예정일인 12월 9일까지 점거를 계속할 예정이다.

  학생들의 강한 반발에 학교도 한 발 물러서 타협안을 제안했다. 학생총회 당일 오후 3시 박만섭 교무처장은 학생들에게 메일로 본부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2017년에는 학사개정안을 추진하지 않고 개선방안에 대해 심층적 토론을 진행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한 미래대학 안을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또한 안암총학에 따르면 학교 본부에서 학생들과의 대화 자리를 요구했다. “내년 토론이 이뤄진다면, 그 내용은 학생들의 변화를 함께 논의해 초안을 만드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첫 번째로 가결된 안건이었던 ‘매주 수요일 본관 앞 촛불시위’는 11월 30일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아 열리지 못했다. 박세훈 안암총학생회장은 “점거위원회 체계를 정비해 사무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대학은 계획한 일정에 따라 추진된다. 학교본부는 2일 ‘크림슨 학부(가칭) 설립안 최종본’을 발표했고 9일 교무위원회 심의가 예정돼 있다. 최종안엔 △미래대학을 독립학부로 축소 △모집정원은 안암캠퍼스 전체 정원의 2.5% △한 학기당 등록금은 공과대학 수준(500만 원) △기존 재학생도 이중전공 등을 통해 미래대학 참여가능 등을 주요 골자로 담고 있다.

  안암총학은 미래대학보다 절차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지닌 허점을 보완하는 일이 우선임을 강조했다. 대학평의원회 평의원 13명 중 학생대표는 현재 2명이다. 박세훈 회장은 “학교본부가 단과대학 설립은 한 달 안으로 추진하면서 의사결정구조 개정 요구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인다”며 “학교본부의 태도가 기만적”이라고 비판했다.

  학교본부는 현재 안암총학의 본관 점거에 대해 ‘선 학생안전·편의, 후 대화’라는 입장을 밝혔다. 마동훈 미래전략실장은 “점거 학생들의 안전과 편의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학교본부가 무리하게 대화를 강행하지 않고 학생들의 입장을 충분히 정리해가면서 타협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글 | 김태우‧나지원 기자  press@kunews.ac.kr
사진 | 이명오 기자 myeong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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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12 02: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