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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ANS]강사법 쟁점의 본질을 찾아서
[The HOANS]강사법, 쟁점의 본질을 찾아서

등록일 : 2019-03-20 13:17:19 | 글번호 : 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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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29일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강사법)이 국회 본 회의를 통과한 전후로 학교·강사·학생사회에 긴밀한 격동이 일고 있다. The HOANS에서 관련한 쟁점과 책임 소재를 검토했다.

강사법 냉대 예고 '과목 축소', 대립은 불가결한가

지난 1월 15일 2019-1학기 개설과목 이 공시되고 본교 일부 단과대·독립학 부에서 술렁임이 일었다. 전공과목수가 급감한 까닭이다. 정경대학 내 각 학과 에서는 전년 동학기 대비 ▲정치외교학 과 4과목 ▲경제학과 6과목 ▲행정학 과 3과목 ▲통계학과 2과목이 감소했 으며, 특히 정치외교학과의 경우 매 학 기 2-3개씩 개설되던 전공필수과목이 단 하나밖에 개설되지 않아 혼잡을 빚 었다. 본교 총학 자체 통계에 따르면 가 장 큰 타격을 입은 미디어학부의 경우 44개 과목이 개설됐던 2017-1학기 대 비 이번 학기에는 단 27개의 과목만이 개설됐다. 2년 사이 개설과목수가 34 개에서 23개로 급감한 영어교육과와 28개에서 19개로 감소한 체육교육과가 그 뒤를 이었다.

한창 개정강사법이 논의되던 작년 11월 14일, ▲졸업요구 학점 축소 ▲유사과목 통합 ▲TF(Teaching Fellow) 활용 과목 확대 ▲폐강기준 강화 등 시 간강사의 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담은 대외비 문건 ‘강사법 시행예정 관련 논의사항’이 유출돼 본교는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앓았다. 고려대학교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 위원회를 위시한 학내의 거센 반발 끝에 구조조정안은 12월 3일 교무처의 발표로 공식 철회됐으나, 막상 개설과목 공시 결과를 보니 유보됐던 대외비 문건의 전략이 적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극심한 상황이다.

본교 총학은 이에 대응해 과목 선택권 제약이 교육권을 침해한다며 2월부터 ▲피해 사례 수합 ▲온라인 서명운동 ▲릴레이 피켓팅·자보전 등을 추진해 사태 공론화에 돌입했다. 고려대학 생 집중행동주간의 최종일이었던 지난 15일 총학은 기자회견을 주관해 개설과목 수 급감으로 강사법의 온전한 시행을 어렵게 한 본교를 향해 분노를 터트렸다.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고려대분회 분회장 문민기 씨 및 본교 출신 전 경기대학교 시간강사 김어진 씨를 비롯한 학내외 인사가 참가한 가운데 시간강사와의 연대를 공고히 한 총학은 ▲강사법에 대한 본교의 입장 표명 촉구 ▲개설과목수 유지 ▲학사제도협의회 개최 등을 요구했다. 총학생회장 김가영(생명과학 13) 씨는 “강사법을 취지에 맞게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학교 측의 의지가 필수적”인 한편 “확고한 의지를 갖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바로 학생들”이라며 최근의 소요에 총학이 개입하는 까닭을 밝혔다.

개정강사법은 “강사와 겸임교원 등의 안정적인 교육권을 보장하여 양질의 고등교육을 제공코자” 제안됐다. 그러나 명확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논쟁이 반복되며 피로를 낳는 중이다. 본교를 비롯한 사립대학의 강사법 유예 요령의 근저와 법률안의 당위성을 논하기에 앞서 사태 쟁점의 본질과 책임 소재에 대한 해답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해관계자들의 외면 가운데 본질 짚지 못하고 반복된 유예

강사법의 역사는 길다. 2010년 5월 고(故) 서정민 박사가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를 고발하고 자살한 사건이 공분을 사자 사회통합위원회(이하 사통위)가 “강사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개선방안은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 회복 ▲1년 이상 임용기간 보장 ▲4대 보험 가입 ▲퇴직금 보장을 골자로 했다. 2011년 12월에는 사통위의 개선방안을 반영한 최초의 ‘강사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대통령 직속 기관인 사통위와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 가 협의하고 정부가 발의한 법안이었기 때문에 법안 내용을 구성하는 데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시간강사와 대학의 의사가 배제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먼저 시간강사 측은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을 적용할 때는 교원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단서 조항 때문에 최초강사법이 부여한 교원 지위가 어디까지나 명목에 불과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세 법안이 교원에게 적용되는 법률임에도 시간강사에게만 예외를 둬 여전히 교원 지위 보장이 불완전하다는 비판이다. 또한 한 명의 시간강사에게 학기 당 주 9시간 수업을 요구하며 대학 현장에서 3과목 이상을 배정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은, 강사 세 명 분의 수업을 한 명에게만 몰아주고 나머지 교원은 갈 곳 없는 대량해고를 우려케 했다. 법 안의 미비함에 더해 강사법을 적용하면서 결국 대학이 오롯이 져야 할 재정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에 대한 대학 측 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2012년 12월, 강사법 시행을 1년 유예하는 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1차 유예 이후에도 강사법은 내용 수정이 전무한 채로 이해관계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시행 일자를 목전에 두고 유예되기를 2013년, 2015년, 2017년에 세 차례나 더 반복했다. 당시 강사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던 많은 이들은 기존의 법률을 아예 폐기하고 시간강사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새 법안을 만들 것을 요구했으나 국회와 정부는 소극적이었다. 결국 시간강사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열악한 상태에서 대학으로 하여금 강사법 시행에 대비해 시간강사 고용과 개설 과목의 숫자를 꾸준히 축소할 빌미 를 제공한 격이었다.

작년 3월, 강사법의 새로운 개정 방향을 두고 본격적으로 유의미한 논의가 오간 것은 대학·강사·국회 측의 전문위원이 한데 모인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이하 강개협)가 구성되면 서부터였다. 18번의 회의 이후 9월에는 논의 결과를 반영한 강사제도 개선안이 발표됐고, 11월 29일에는 새로운 ‘개정강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국회, 예산 배치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

그러나 개정강사법은 재정 문제로 인해 다시 위기에 처했다. 강개협이 발표한 개선안에 따르면 강사법 시행으로 늘어나는 사립대학 측의 재정 부담액은 780억 원에서 최대 3300억 원 사이로 추산된다. 교육부는 630억 원의 강사법 개선 관련 예산을 책정해 줄 것 을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에 요청했 으나 기재부는 “지원 근거 부족”을 이유로 이를 전액 삭감했다. ‘사립대학에 인건비까지 지원할 수는 없다’는 것이 기재부의 변하지 않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다시금 국회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에 550억 원의 관련 예산을 요청 했다. 이중 100억 원은 사립대학 시간 강사의 강의료를 지원하는 시간강사 강의역량 강화지원 사업의 신설을 검토하기 위함이었으나, 역시 기재부의 반대로 각하돼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했다. 요청한 550억 원은 이후 예산결산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절반 수준으로 삭감됐고 최종적으로는 288억 원만이 예산으로 확정됐다.

‘밑 빠진 독에 티끌 예산…’ 물밑 반발, 정부 대처는 미봉책

예상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예산이 확정되자 본교를 포함한 여러 대학이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을 위한 물밑 작업에 돌입했다. 졸업 요구학점 축소, 강의 통폐합 및 대형강의 늘리기 등 대학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방식은 엇비슷했다. 대학의 요령에 따른 강사들의 반발도 거셌다. 지난 12월 19일 부산대학교 시간강사들이 전국 대학 중 최초로 파업을 단행한 데 이어 영남대학교 등에서도 “강사법을 악용하고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즉시 중단해 달라”며 연참했다. 1월 15일에는 ‘강사제도개선과 대학연구교육 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강사공대위)가 청와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등교육예산 즉각 확대 ▲강사법 추경예산 확보 ▲대학감사 실시 및 재정지원 등을 요구했다.

이에 교육부가 내놓은 대안은 대학별 시간강사의 고용안정성과 대학혁신 지원사업비를 연계하는 것이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기존에 정부 주도로 추진됐던 여러 목적형 사업을 ‘일반재정 지원 사업’으로 개편하고 각 대학의 자율에 맡김으로써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교육부 주도 사업이다. 향후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성과를 평가하고 사업비 지원 여부를 결정할 때 강사 고용 안정성을 채점 기준으로 반영 한다는 게 교육부의 계획이지만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대학혁신지원사업비가 인건비로 사용할 수 있는 종류의 사업비인지, 강사 고용 안정성을 어떤 방식으로 평가할지 등을 교육부가 확실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사공대위는 “그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강사법의 정상적 시행을 방해하는 대학들에 도덕적, 교육적 책임을 나서서 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비정규노동조합과 비판사회학회를 비롯한 단체 다수는 강사법 보완을 위한 추경예산 확보를 주장하고 있다.

강사법 논의가 이뤄진 지난 10여 년 간, 교육부와 국회의 정책담당자들은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고안해내기보다는 당장의 급한 불을 끄고 적당히 넘어가고자 하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이에 대해 강철구 전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의 고등 교육을 책임지는 주무부서인 교육부는 강사 문제 해결의 방향을 설정하고 각 당사자들을 설득하여 근본적인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며 본질을 피해가는 상황을 규탄하는 한편 현 상황에서 교육부의 역할이 얼마나 결정적인지를 강조했다.

더불어 미결로 남은 대학의 행정 부담

시행이 4차례 연기될 때마다 대학의 행정 문제와 재정 실정은 항상 화두였다. 강사법 1, 2차 유예 당시 유예안 발의 측은 법안 연기를 제안한 사유로 ‘대학의 행정당국도 행·재정상 준비가 미흡함’을 선정하였다. 2015년 3차 유예안이 발의될 당시에도 행정 및 재정 준비가 부족하므로 대학에게 준비시간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사실이 유예 사유로 기재됐다. 이뿐만 아니라 강사법이 규정하는 내용이 현실적 문제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개정강사법은 강사의 임용기한을 1년 이상 보장한다는 최초강사법의 내용에 더해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사항을 포함한 근무조건을 정하여 서면 계약으로 강사 임용 ▲3년까지 재임용 절차 보장 ▲방학기간 중 임금 지급 ▲ 강사에 대하여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 원지위법)’ 적용 등의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교원지위법은 교원이 징계나 해고를 당할 경우 교육부 산하의 교원소 청심사위원회로 심사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강사법을 통해 강사가 교원 지위를 부여받음으로써 소청심사권이 생기는 것이다.

대학 측은 여전히 강사법을 그대로 현장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심사보고서’ 에 따르면 대학 측은 ▲강사의 임용기한을 1년 이상 보장 ▲3년까지 재임용 절차 보장 ▲방학기간 중 임금 지급 등을 포함해 총 6가지 항목에 이의를 제기했다.

먼저 강사의 임용기한을 1년 이상으로 규정할 경우 강사를 활용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의견이다. 계절학기와 유연 학기제 등이 널리 실시되면서 강사를 1년 단위로 고용할 필요성이 이미 줄어 들었고, 격학기·격년으로 개설되는 강의도 있기 때문이다. 1년 이상 임용원칙을 고수할 경우 격학기·격년 강의 개설이 어렵거나 강사의 전문분야가 아 닌 강의를 담당시키는 방법으로 교육 과정을 운영해야 할 상황이 생긴다. 대학 측은 이럴 경우 교육의 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으므로 행정친화적인 학기 단위로 강사를 임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방학 중 임금 지급 규정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현재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추가 지원 없이 대학의 열악한 재정만으로는 임금 지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대학 측은 강사법이 방학기간 임금이 지급되지 않아 빈곤을 겪는 강사들의 실질적인 처우개선을 위한 법 률임을 고려했을 때, 타 대학의 전임교 원처럼 원래 소속기관을 따로 두고 있는 경우까지 임금 지급을 강제하는 규정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심지어 개정강사법에는 방학기간에 대한 분명한 기준점도 명시돼있지 않다. 지난 2월 1일 교육부가 내놓은 ‘고등교육법(강사법) 개정 관련 주요질의 답변’에 따르면 방학기간 중 강사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대학에서 임용계약으로 정한다. 방학 중 임금을 대학의 자율에 맡긴다는 방침이지만 관련 예산 이 방학기간 4개월 중 1개월분을 기준 으로 산출돼 혼선이 초래됐다. 대학과 시간강사 측은 각각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불분명한 방학 기준점으로 인한 법적 다툼을 우려하며 교육부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은 재임용 절차와 소청심사권에 대해서도 행정적인 부담을 호소했다. 심사보고서에 기재된 대학 측의 염려 사항으로는 ▲재임용 절차를 3년까지 보장할 경우 신규진입강사의 강의 기회 제한 ▲재임용을 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소청심사로 인한 행정력 소모 ▲행정력 소모 방지를 위한 강사 대량 해고 우려 등이 있다. 특히 소청심사를 통해 재임용 처분이 결정됐다 하더라도 강사가 맡던 강의가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이에 대학 측은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개정강사법 의 세부 사항에 더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취지의 온전한 실현을 위하여

2018-2학기에 본교의 강의 담당 교원 인력 중 시간강사가 차지한 비율은 32.5%에 달한다. 비전임교원*의 70% 가까이가 시간강사였다. 이전에도 본교 시간강사 강의 담당 비율은 ▲20161·2학기 35.6% ▲2017-1학기 35.2% ▲2017-2학기 37.1% ▲2018-1학기 30.5%으로 꾸준히 30% 이상을 기록 하며 시간강사가 대학 현장에서 대체 할 수 없는 인력이라는 존재감을 각인 시킨 바 있다. 시간강사가 차지한 높은 비율을 고려한다면 개정강사법의 처우 개선 방안 다수는 일찍이 교육 환경에 적용됐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법안의 본질적인 맹점이 해결되지 않고 정부와 대학 양측이 강사법의 취지 실현에 미온적인 현재 상황에 비춰볼 때, 개정강사법의 시행 전망은 어두울 따름이다. 지난 12월 교무처에서 구조조정안을 철회한 이래 본교는 현재의 소요가 개정강사법에 대한 대응이라는 강사 및 학생 사회의 타당한 의혹을 부인하고만 있다. 총학이 개설과목 수 급감에 관해 문의하자 기초 교육원은 각 단과대·독립학부의 자율성 행사로 책임을 돌렸다. 강사법의 취지를 오롯이 지키고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학을 포함한 이해관계자 각 측은 물론 개정강사법을 적용할 행정부가 성의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신중한 진단과 더불어 명분에 매몰되지 않는 끊임없는 대안 모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전임교원을 제외한 겸임교원·초빙교원·시간강사직 및 기타 합


박지우·김동후·이서희·임지현 기자
idler9949@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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