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슬슬 불어오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이런 계절에는 뜨거운 국물이 터지는 소롱포가 그립습니다. 오전 일을 마치고 마침 근처에 사는 동기 형에게 연락하여 개업 초창기에 자주 갔던 가로수길 쮸즈를 함께 찾았습니다.

나름 이른 시간에 갔기 때문에(개점 11시 반/방문시간 11시 45분) 웨이팅이 길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방문하지 않았던 지난 몇 년 동안 인기가 어마어마해졌는지 오늘이 토요일이라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약 20분 정도 웨이팅을 하고 들어갔는데 웨이팅 하는 동안에도 뒤로 줄이 쭉쭉 늘어나는 것이 보였습니다. 웨이팅을 하는 동안에 밖에서 주문을 하고 들어가는 시스템인데 추가주문이 되지 않기 때문에 미리 먹을 양을 계산하고 현명하게 시키는 것이 필수덕목입니다.

만일 이 곳을 방문하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3인 이상 보다는 둘이서 오시는 것이 더 좋은데 가게가 협소하고 2인 테이블 위주로 되어있다보니 3인 이상으로 오셨을 경우 웨이팅하는 시간이 많이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오늘 제 앞에 줄 서신 분은 4인 그룹이었는데 50분 정도 기다리셔야 입장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소롱포(3500), 쇼마이(4000)에 게살토핑 추가(+2000), 탄탄면(7000), 완탕면(9000)을 하나씩 시켰습니다. 과거부터 왔던 기억에 따르면 일반 남자 두 명 기준 딤섬 종류 두 접시와 면 두 그릇을 시키면 적당하고, 좀 덜 먹는 사람들끼리 오면 딤섬 두 세 접시와 면 한 그릇을 시키면 적당합니다. 딤섬을 시키실 때는 소롱포를 기본으로 깔고 매콤완탕이나 쇼마이 중 하나를 대개 선택하는 것이 대세였습니다. 매콤완탕 옆에 고추그림이 하나 붙어있지만 제 기억상 이 가게에서 고추 그림 하나 정도는 안성탕면 정도에도 못 미치는 매움이니 과감하게 시켜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타 딤섬맛집들인 딘타*펑이나 차*와 비교했을때 가짓 수는 이 곳이 매우 적지만 메인 딤섬들의 퀄리티는 비슷합니다. 오히려 쇼마이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이 곳이 조금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곳 쇼마이는 특이하게도 만두피가 아닌 김으로 싸져있는데, 비주얼은 조금 덜할지는 몰라도 나온지 좀 지나면 딱딱하게 피가 굳어버리는 타 쇼마이집과 달리 계속 촉촉함을 유지하는 것이 장점입니다. 내용물 역시 탱글하고 육즙이 넘칩니다. 오늘 처음으로 게살토핑을 올려 먹어봤는데 확실히 맛이 조금 나아지긴 합니다만 2000원 추가의 값어치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소롱포는 기본에 충실합니다. 큰 스푼 위에 올려놓고 만두피를 살짝 찢으면 엄청나게 뜨겁고 감칠맛나는 육즙이 흘러나옵니다. 속은 야들야들합니다.

완탕면은 호불호가 많이 갈릴법한 맛입니다. 국물은 맑고 깔끔한데,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다소 밋밋하다 느껴질 수 있는 맛입니다. 완탕면 속 만두도 훌륭합니다. 완탕면을 시킨 후 꽤 시간이 지난 후에 먹었는데 만두피가 많이 불지않고 쫀쫀함을 유지할 뿐더러 내용물도 온전합니다.

탄탄면은 중국 특유의 땅콩버터향이 강한, 진한 사골국물입니다. 하지만 고추 하나가 붙은 메뉴치고는 전혀 맵지 않습니다.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계속 들이키게 만드는 부드러운 맛이었습니다. 살짝 신 맛이 있었는데 탄탄면 레시피에 토마토가 들어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토마토맛으로 느껴졌습니다.

너무나 늘어버린 웨이팅의 압박으로 자주 찾긴 부담스러울 수는 있지만 제겐 딤섬이라고 하면 그 어디보다 먼저 생각나는 맛집이라 오늘 다녀온 김에 후기 올렸습니다.

P.s. 음식이 나오자마자 젓가락으로 한번 집은 후에야 사진 찍어겠다는 생각이 든 덕분에 사진 속 면은 좀 흐트러진 상태입니다. 실제로는 대단히 예쁘게 잘 정돈되어 나옵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2 06:3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