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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
익명
2012-01-12 12:03:54
무엇보다 한국의 경우는 군부독재와 권위주의, 그 후손의 라인이 보수를 자처하고 한나라당,조중동으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어서 그래요. 이들이 공권력을 미국처럼 저런식으로 사용할 명분을 스스로 갖고 있지 못합니다. 만약 그럴 경우 더 큰 역풍에 스스로 상처입게 될 것이 뻔하니까요. 항상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이들의 정치적 선택이나 기획이 대부분 '꼼수'로 진행되는 것입니다. 뉴데일리나 이런 황색잡지는 대놓고 박정희나 전두환을 치켜세우기도 하지만 조중동, 한나라당은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자기들도 알 것은 알고 있는 거지요. 보편적인 정치적 이념으로서의 민주주의를 대외적 명분으로 하지 않을 수 없는 집단이라면, 저들을 물타기 속에서 은근히 옹호할 수는 있어도 절대 전면에 내세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공교롭게도, 박근혜의 '언제나' 모호한 발걸음과 발언들은 참으로 징후적으로 읽히지요. 반면에 지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 동안 공권력은 역설적으로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집행되었습니다. 지금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APEC시위, 참여정부때 FTA반대시위, 평택 대추리, 등등 동영상 찾아보세요. 장난 아닙니다. 주변에 데모 좀 해보신 분 고학번 선배가 있으면 물어보세요. 상당히 아이러니하죠.
공권력 집행이라는 면에서 보자면....한나라당과 조중동, 검찰,경찰은 한국 현대사 속에서 명분이 없는 집단이기도 하다는 것을 본인들도 은연 중에 느끼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섹검이니 떡검이니 정치검찰이니 뒤에서 별 소리를 다 들어도 그리도 뻔뻔한거지요. 그렇게라도 안하면 버텨 올 수 있었겠나요. 뭐 개개인의 차원에서는 그런게 없을지 몰라도, 여전히 군부독재와 권위주의에 맞서 싸웠던 사람들이 다른 한 축에서 한국사회의 작은 주류를(정계,시민사회,진보적 학계,문화예술계 등등)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MB정권 초기를 보면 알겠지만 시위에 대한 과도한 컴플렉스를 갖고 있어요. 당시 촛불집회도 MB가 적당히 싹싹하게 굴고 좀 더 적극적으로 물러서는 태도를 취했으면 그렇게까지 가지도 않았을꺼에요. 어짜피 시위의 큰 물결은 불만 한번 꺼트리는데 성공하면 다시 일어나는게 쉽지 않거든요. 생업에 종사하는 자들이 거리로 나온다는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여하간 그때부터 노무현을 들쑤시기 시작했죠. 뭐죠 그 이전 청와대 자료 열람 문제부터 시작해서 측근 비리문제까지. MB입장에서 실상 노무현을 조질 필요는 없었는데 문제를 잘못 진단한거죠. 저 인간이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게 하는 진원지라고 착각한 거죠. 장똘뱅이라서 원래 정치적 감각이 없는 것은 알았지만 그 풍경을 지켜보면서 참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한국사회는 좌파가 이상하게 많은 나라에요. 좌파의 가장 핵심적인 물리적 기반이라면 '노조'일텐데요. 제가 알기론 노조 조직률이 10% 안팎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나라에서 좌파가 대놓고 떵떵거리지는 못해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언론계, 학계, 온갖 곳에 적당히 포진해 있으며 심지어 정책적 견인능력(이를테면 최근의 무상급식을 중심으로 한 복지논쟁)까지 가지고 있는 것도 신기한 일입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본 결과 제 생각엔 '국가보안법'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이것도 아이러니하죠. 만약 한나라당이 영리한 집단이라면(눈앞의 사적 이해관계에만 몰입한 꼼수집단이 아니라, 이를테면 뿌나 정기준 정도의 이성이나 스스로 매료된 '대의'를 갖춘 집단이라면) 국가보안법부터 철폐했을 겁니다. 국가보안법이 존속하는 한 한국에서는 그러한 사회적 공기와 대결하려는 좌파들이 꾸준히 생산될 수밖에 없어요. 만약 90년대 후반에 국보법이 철폐되었다면 지금쯤 한국사회에서 투쟁적 언어, 반대, 법과 대결하려는 신경증적 주체들이 싸그리 잠들었을지도 모릅니다. 표현의 자유 같은 것이 극단적으로 풀리게 되면 그런 말의 힘도 진정성을 잃게 되거든요. 더구나 세계질서 자체가 고삐풀린 시장주의와 무한경쟁을 지탱해줄 수 있는 온갖 이데올로기와 구조조정의 논리에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어짜피 좌파가 쉽사리 대안을 내놓을 수 없는 물길이라면 그들의 표현이 갖는 의미마저 희석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인데 ㅎㅎㅎ... 보통 아버지와 자식의 정치적 성향이 정 반대인 경우가 많다는 가십거리같은 연구사례를 어디선가 본 것이 있는데, 모종의 진실이 있습니다. 법과 욕망(혹은 위반)은 서로 모순적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모하는 관계거든요. 금지하면 금지할수록 금지된 것에 대한 욕망이 생겨나고 신경질적인 긴장관계가 양자 사이에 형성됩니다.
뭔 수다를 이렇게 길게... 일하다 심심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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