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정기 과대표자회의 공동결의문 2

우리 대학원생들은

교육의 획일화 ‧ 역사교육의 통제 강화를 반대한다

  박근혜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고려대학교 교수 160명을 포함한 학계·교육계·시민단체는 정부방침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국정화 대신 검정 강화 방안을 검토해 볼 것을 지시하였다. 그러나 이는 반대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시도이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지난 몇 년간 정부는 역사교육에 대한 국가통제를 강화해왔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기존 한국사 교과서들이 좌편향적이라며 수정명령을 내렸다. 한술 더 떠 박근혜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까지 추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특정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국민통합을 위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황우여 교육부장관도 통일된 교과서로 학생들을 가르쳐야 교육현장에 혼란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방향의 정합성과 별개로 자기모순을 갖는다. 우리 역사에서 국정교과서는 1974년 “유신(維新)과업을 수행하기 위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 아래 도입되었다. 국정교과서는 태생적으로 획일화된 국가관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데 활용되었다. 이 때문에 국정교과서는 1990년대 들어 ‘독재의 유물’로서 폐기된 바 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를 다시 국정화 시키려 한다.

  교육부가 최근 고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보면, 이러한 우려가 과단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개정 교육과정은 2009년 교육과정에 비해 일제강점기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과 친일파의 친일행위에 관한 기술 등을 축소시켰다. 이 때문에 ‘뉴라이트’ 역사관이 아니냐는 논란을 낳고 있으며, 독립운동사 등을 반쪽짜리로 황폐하게 만든다는 비판에 직면하였다. 이처럼 정부의 역사교육에 대한 통제강화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교과서를 ‘정치도구’로 활용하거나 교육의 내용을 황폐하게 만들 위험을 갖는다.

  우리 대학원생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음의 내용을 제안한다.

  첫째, 교육과정은 일방적 통제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구성되어야 한다. 교육부는 편수과정 지침을 통하여 한국사 교과서를 비롯하여 교육과정 일반에 대한 교육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방침은 교과서 집필 및 심사시간의 부족, 교과서 채택에 외압 작용 등 여러 문제를 양산하였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 학계, 교육계, 시민사회는 교과서 집필자, 집필기준 등을 정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마련에 힘써야 한다. 이 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하며, 제도는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둘째, 교과서는 최종적으로 자유발행과 공정한 선택을 지향해야 한다. 역사교육의 목적은 단순한 사실관계의 주입에 있지 않다. 우리가 원하는 역사교육이란, 역사적 사건을 통해 다양한 해석을 인정하면서도 민주적인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역사교육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는 기존 ‘정설’에 대한 비판적 독해, 새로운 연구와 실험 속에서 꽃피어 난다. 학생들의 사고를 앙상하고 일원화된 교과서 집필기준에 가둬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하여 집필자에게는 집필권을, 교사와 학생에게는 교과서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정부에 다음의 내용을 요구한다. 정부는 교육통제를 철회하고 교과서 집필 및 발행에 대한 연구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교과서는 학계 ‧ 교육계의 연구성과, 그리고 이에 대한 다양한 입장들을 종합하면서 풍성하게 구성될 것이다. 만약 정부가 올바른 교육을 지향한다면, 다양한 교과서 발행과 부교재 생산, 더 나아가 교재와 현장교육을 일치시키기 위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는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일개 분과학문 또는 교육계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정부의 방침은 교육과정 일반에 대한 통제강화이며, 학문의 자유에 대한 재갈 물리기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학문 후속세대로서 정부의 통제강화에 반대하며, 더 자유로운 학문연구과 교육의 미래를 지향하는 바이다.

2015년 10월 1일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 학과 대표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