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대포에 쓸려 내린 서울대 민주주의에 부쳐

  지난 3월 11일, 서울대학교 본부는 학생들의 분노와 공포로 물들었다. 학교 당국은 용역직원까지 동원하여 시흥캠퍼스 시행과 대학기업화에 반대해 점거 농성을 하는 학생들이 있던 행정관을 폭력으로 침탈하였다. 이후 학교는 사실을 왜곡하고 은폐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행하였고, 이에 대한 학생들의 대응의 목소리를 묵살하며 시대퇴행적인 행동을 일삼고 있다.
  논의의 주체에서 학생들을 배제한 채 껍데기 소통만을 하고, 온갖 비민주적인 행태를 저질러 온 성낙인 총장과 그 교직원들은 학생들의 정당한 요구와 저항에 폭력으로 맞섰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들에게 학생들은 학교의 주인이라기보다 그저 피교육자이자 교육서비스의 소비자였으며, 학교 당국의 결정에 일방적으로 복종해야 하는 존재로 밖에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본부 점거는 그들에게 피교육자들의 ‘떼쓰기’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한 학교 당국의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폭력진압 과정에서 학생 다수가 부상을 입고 한 명은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학생들에 대한 직접적인 폭력이 존재하였음에 경악과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그들이 청소를 핑계로 사용했던 물대포가 쓸어버린 것은, 바닥에 깔린 연기가 아니라 학생들이 몸을 던지며 지키고자 했던 학내 ‘민주주의’였다.
  우리는 보았다. 민주주의를 짓밟고 사익만을 챙기려고 했던 한 지도자의 마지막이 어떠하였는지 말이다. 학생들의 끊임없는 시흥 캠퍼스에 대한 재논의와 계획 마련 요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더 나아가 권위로써 학생들을 짓눌렀던 성낙인 총장 또한 그런 지도자와 다를 바가 없다. 학원의 민주화와 학생들의 권리로부터 눈을 가리고 개인의 이익만을 좇는 지도자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가. 문제를 바로잡고 소통을 요구하는 학생들에게 대화의 장이 아닌 아수라장을 만들면서 지키고자하는 것이 무엇인가. 성 총장, 당신이 학생들과 약속했던 “신뢰의 서울대학교”를 지금이라도 지키고 싶다면 다음의 요구들을 이행하고 즉각 사퇴하라.
1.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즉각 철회하라
2.         학생과 학교 당국이 여러 사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라
3.         정당한 요구에 폭력으로 대응한 학교 당국은 공식적으로 사과하라
  지금도 학교 당국의 권위와 폭압에 맞서, 투쟁하고 있을 서울대학교 학우 여러분께 존경과 지지의 박수를 보낸다. 물대포에도 스러지지 않는 자주 관악인들이 한시 빨리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학내 민주주의를 되찾고 일상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연대의 뜻을 보낸다.


제50대 호안정대 학생회 새록새록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19 00:4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