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7번째 4월 16일을 맞으며

세월호가 침몰한 지 곧 3년째가 된다. 그 동안 이 나라는 크고 작은 진통을 겪으면서, 잘못되었던 것들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나마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고 있다. 국민들이 죽어가고 있었던 7시간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끝내 밝히지 않았던 대통령은 국민에 의해 파면, 구속당했고, 3년 가까이 갖가지 이유로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던 세월호는 대통령이 탄핵되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렇게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지만, 2014년 4월 16일 차가운 진도 앞바다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간 304명은 영원히 돌아올 수 없게 되었다.
배가 더 이상 움직일 수도 없을 정도로 기운 상황에서 선장은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한 뒤 혼자 탈출했다. 해경은 구조를 위해 접근하는 어선들의 접근을 안전상의 이유로 막았고, 그것을 무시하고 접근한 어선들만 빠져나온 승객들을 구조할 수 있었다. 청와대는 구조를 독려하고 지원하기는 커녕 끊임없이 영상과 구조 인원수를 요구하며 구조에 차질을 빚게 했고, 대통령은 사고 이후 7시간 동안 나타나지 않았으며, 아직도 국민들은 당시 행적을 알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알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알지 못한 사실들이 너무 많다. 왜 세월호는 과적을 했는지, 왜 세월호는 항적을 크게 벗어나 항해했는지, 왜 대통령은 나타나지 않았는지, 우리는 304명이 사망한 대형사고가 일어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사건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아 잊을 수 없었고 계속해서 외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지겹다’,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는 대답이었다.
침몰로부터 3년이 흐르는 동안 세월호는 누군가에겐 정치적 이슈가 되었다. 추모의 의미였던 노란 리본은 누군가에겐 정치적 성향을 암시하는 표식이 되었고 유가족들은 ‘시체팔이’를 하는 사람들로 매도되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정치적인지 아닌지 따지기 전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세월호 안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304명의 사람들이다.
아직 우리는 1097번째 2014년 4월 16일에 살고 있다. 우리에게 새로운 봄은 결국 찾아오지 못했다. 진실들이 인양되지 못한 채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 수면 위로 드러난 세월호의 참혹한 모습이 드디어 4월 16일의 베일을 벗어내려 하고 있다. 조속히 진실이 인양되고 멈추었던 4월 16일의 시간들이 다시 움직이기를 바라며 모든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추모의 마음을 전한다.





제50대 호안정대 학생회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0 07:30:31: